가나의 미드필드를 분쇄할 찬스

By | 200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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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감독, 이러다가 2014년 월드컵팀 맡는거 아니요?

U-20 대표팀의 8강전 상대가 가나로 결정되었다. 뒤늦긴 했으나 파라과이전을 돌아보면서 이번 8강전을 나름 전망해보기로 하자.

계속 진화하고 있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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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난 파라과이전은 예상대로 압박을 기본으로한 승리였지만 그 정도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일 줄은 미처 예상못한 부분이었다. 일단 지난 세경기에서 불안 부분으로 지적했던 포백의 밸런스가  좋아져  일자수비의 라인 컨트롤이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이때문에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에게 거의 빈틈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전반전은 50:50의 대치전 양상이었다. 어느 한쪽이 삐끗하기라도 하면 거의 무너져 내릴 수 있는 팽팽한 대치전이었는데 비록 유효슈팅은 양팀이 기록하지 못했더라도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다. 전반 20분경까지는 파라과이의 압박이 더 효율적인 것 처럼 보여졌다.
한국팀의 공수간 간격을 벌려놓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이때문에 계속 파라과이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홍명보 감독이 미드필더들과 공격진을 수비라인 가까이로 밀착시키는 지시를 내리면서 다시 간격이 좁아지고 포메이션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결국 25분 이후부터는 볼점유율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파라과이 진영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는데 양쪽 미드필더진 모두 엄청난 체력들을 소모하고 있었다.

압박을 벗겨내기 위한 방법은 결국 볼을 절대 빼앗기지 않으면서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것인데, 이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므로 초인적인 체력이 요구된다.  홍명보 감독은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기 위해 미드필더진간의 삼각패스를 많이 연습시킨것 같다. 파라과이의 압박을 따돌려낸 것은 이 삼각패싱 게임이었다. 특히 오른쪽에서 파라과이의 압박을 주로 벗겨냈는데 4-5명이 끊임없이 빈공간을 찾아들어가면서 삼각대형을 형성하여 상대수비를 벗겨내고 이 공을 중앙으로 끌어내면서 상대적으로 수비가 엷은 오른쪽 측면까지 빠르게 전환시키면서 양쪽을 모두 휘두르는 공격을 펼치자 파라과이의 미드필드 진영이 서서히 와해되기 시작했다.

후반, 압박의 효과가 나오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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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신이난 팀은 말리기 힘들다. 특히 청소년팀은...


한국의 압박이 더 거세지자 먼저 지쳐 나가떨어진 것은 파라과이였다. 수비진영에서 공을 끊어내도 도무지 전진패스할 길이 없도록 한국의 공격수들이 바짝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첫골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파라과이 수비진이 걷어낸 공을 재차 한국팀이 잡아 냈고 이를 지체없이 오른쪽 공간에 서있던 김민우에게 투입했기 때문이었다.
파라과이는 이때부터 이미 지쳐있었다. 전반전 같으면 밀착하여 공간을 주지 않았겠지만 발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물론 공간을 찾아서 들어가는 한국공격진의 체력도 초인적인 수준이었지만)
김민우의 대각선 슈팅은 수비수를 맞고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지만 이번엔 왼쪽에서 쇄도하던 김보경을 제대로 마크해 내지 못했다. 파라과이 수비들의 집중력이 드디어 떨어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 시점에서 잘한 것은 압박을 전혀 늦추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파라과이는 만회골을 위해 전진을 시도했고 수비라인이 미드필드진까지 전진해주지 못해 간격이 벌어지게 되었다. 시스템이 와해되는 전조라고나 할까. 당연히 미드필드진은 한국이 마음껏 유린할 수 있었고 모든 진영에서 숫자적인 우위를 보였다.

두번째 골 찬스는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두번째 골 이후 안그래도 발걸음이 무거운데 한명이 퇴장당하기 까지 하자 파라과이의 시스템은 완전히 붕괴되고 만다. 그럼에도 압박을 늦추지 않은 홍명보 감독도 대단하고 그걸 감당해 낸 선수들의 체력도 참으로 놀랍다.
이때부터의 경기는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아직까지 20분이상 남은 시점이라 파라과이는 자칫하면 굴욕에 가까운 점수차로 대패할만 했다. 다행히도 한국팀이 세번째 골을 넣은 이후엔 그렇게 까지 몰아붙이지 않아 5:0이상으로 대패하는 참사에 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2:0이후에도 반격할 찬스 없이 일방적으로 끝까지 학살모드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은 굴욕적일만 하다.

이 경기를 보면서 지난 월드컵에서 체코를 상대로 일방적인 학살을 저질렀던 가나가 생각이 났었다. 그런데 8강전에서 가나랑 붙는다니…ㅎㅎ

홍명보 감독의 시스템은 이전 3경기에 비해서도 또 좋아진것 같다. 게다가 선수단 전체를 감싸고 있는 그 흥겨운 분위기라니… 압박감 보다는 즐거움이 선수단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 오히려 더 좋은 징조가 아닐까 싶다. 흥겨운 놈들은 누가와도 이기기 힘든 법이니까 말이다.  2002년 월드컵을 돌아보면 한국팀은 16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거의 모든 진기를 다 소모했었다. 그다음 경기부터는 바닥인 체력을 이끌고 고전을 거듭했는데 이번 대표팀은 파라과이 전에서 지난 경기에서 보였던 정점을 다시한번 깨고 더 좋은 컨디션과 더 좋은 시스템으로 진화해 버렸다.

이정도이니 이 팀이 결승까지 쾌승을 거두며 진격한다 해도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3:0으로 스코어가 벌어진 상태에서 한국팀은 이미 간격이 벌어진 파라과이를 상대로 평소에 연습하던 패스와 침투의 패턴들을 보여주었는데 거의 기계적으로 착착 이루어지는 그런 모습이라니…(또한번 감탄)
이번 대표팀과 같은 시스템적인 축구가 무서운 것은 그냥 스코어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장해제 될때까지 끊임없이 두드려서 결국 박살을 내버리는데 그 무서움이 있다. 사실 독일 경기에서 그 전조가 보여졌고 그때 완전히 페이스가 살아버렸더라면 독일팀 역시 굴욕을 면치 못할뻔 했다.

이제 가나 경기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자

가나, 압박을 통해 전체를 분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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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는 8강전에서 주전 미드필더 2명을 내보낼 수 없는게 뼈아프다


가나는 미드필더 엔트리 6명중 오늘 경기를 통해 한명이 경고누적, 한명이 퇴장을 당해 4명만이 한국전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연장전을 통해 접전을 펼치는 바람에 체력까지 많이 소진된 상태. 더욱이 한국에 비해 이틀밖에 쉴수 없으며 푹신한 잔디를 처음 밟게 되어 빠른 공격전환이 더욱 어려워 지게 되었다.
압박이 주된 무기인 한국팀에겐 호재라 할 수 있다.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된 두명중 7번 콴사는 초반 60분까지 많이 뛰어주면서 상대 미드필드를 제압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 같고 또다른 한명인 9번 아계망이 교체해 들어가서 나머지를 정리하는 역할로 그 2인1조의 조합이 사라지게 되었다.

아마 8강전에서는 가나의 미드필더들을 얼마나 빠른 시간내에  고갈시켜 버리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파라과이전같이 전반전에 그 임무가 성공한다면 후반전은 파라과이전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다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세트피스를 허용하는 일은 조심해야 할것 같다. 가나는 180cm이상 되는 선수가 거의 없지만 몸싸움과 탄력만큼은 대단하니 제공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수가 없다.

우리쪽에서는 김보경이 못나오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 자리라면 기존에 주목 받던 이승렬이 버티고 있어 별로 걱정이 없을 듯 하다. 게다가 김민우까지도 그 자리를 소화해 낼 수있지 않은가. 그럴 경우엔 조용철까지 기용될 수 있다.
극도의 안정감을 보이고 있는 문기한-구자철 수비미들은 아마 그대로 유지할 것 같고 파라과이전에서 안정감을 보여준 오른쪽 풀백 정동호와 복귀하는 오재석의 기용부분에서 홍감독이 약간 고민을 할것 같다. (나라면 그냥 정동호 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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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세이코 피지컬 트레이너. 2002년 이후 피지컬 트레이너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어쨋든 가나전은 재미있는 경기가 될듯….
토너먼트나 단기전은 실력만으로는 넘어서기 힘들다. 장기 레이스라면 당연히 실력있는 팀이 우승하게끔 되어 있지만 토너먼트는 그날의 경기운과 컨디션이 30%이상일것 같다. 솔직히 행운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운만큼은 없었으면 한다.

멕시코 청소년 대표팀 이후로 이렇게 조직력있는 팀을 보는건 처음인것 같다. 2002년 보다도 더 말이다. 성인대표팀은 그러기가 힘이드니까…
4강에서 이탈리아(10/13일), 결승(10/16일)에서 브라질을 만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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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가나의 미드필드를 분쇄할 찬스

  1. kyrix

    새벽에 문득 일어나서 틀어본 티비에서 막 후반전을 시작하고 있었죠…

    홍감독의 예전 모습이 생각나서 시청하다가..
    결국 종료휘슬까지 보게 된 멋진 경기였습니다.

    청소년 팀의 저런 면모가 국내 프로축구와 국대팀에게도 좀 전해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품게 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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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후~ 83년에도 대회가 끝나고 박종환 감독이 여기저기 만병통치약처럼 마구 쓰였었죠. 그리고 책임도 혼자다 지우구요…그때도 좀 씁쓸했음니다만 이번에도 대회후에 너무 언론이나 축협 등지에서 극성을 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대표와 국대는 또 다르긴 하더라구요. 홍감독도 진통을 겪긴하겠죠. 사실 제가 알기론 이번 U-20 감독 선임과정에서도 입방아들이 많았던것 같더군요. 후~ 어쨋든 가나부터 분쇄하고 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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