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은 항상 조심해야한다

오늘 멕시코는 아르헨티나에게 연장까지가는 120분의 혈투끝에 2:1로 패퇴했습니다.   그러나 전반전의 휘슬이 울리고나자 누가 아르헨티나인지 몰랐습니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 예선에서 그리 좋지 않았죠.  이란에게도 고전하다가 역전승을 했고 앙골라와는 비기고 포르투갈에는 졌습니다.  하마터면 16강에 진출하지 못할뻔 했죠.

그렇기에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승패는 제쳐두고 몇골차가 될 것이냐가 관심거리였습니다.   그러나 간과한 것이 몇가지 있었죠.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 팀의 백업 골키퍼였던 리카르도 라 볼페가 멕시코의 감독이었던 겁니다.   그는 친정팀에 대한 파악이 되어 있었고 이미 멕시코에서 20여년간 클럽을 이끌면서 멕시코선수들에도 정통했습니다.  게다가 4년동안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중이었죠.

그의 오늘 전술과 포메이션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똑같이 나섰고 엄청난 압박과 침투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이렇게 곤욕을 치르기는 이번대회 들어 처음이군요.  

두번째는 이 두팀이 같은 대륙에서 늘상 치고받았던 팀이라는 겁니다.    아르헨티나는 유럽의 중위권팀들에게는 호락호락하게 지지는 않지만 에콰도르 같은 팀을 만나면 늘 힘겹게 경기를 하고 때로는 지기도 합니다.  최근 몇년간 멕시코와의 A매치 결과를 봐도 아르헨티나가 멕시코를 확실하게 눌렀던 적도 없거니와  몇번은 멕시코에게 지기까지 했군요.

마치 벨기에가 네덜란드에게 달려드는 식이죠.  98년 월드컵에서도 객관적인 전력상 네덜란드가 벨기에에 월등히 앞선 전력을 갖췄지만 결국 비기고 말았습니다.   자주 만날기회가 있는 팀들은 객관적인 전력을 따지지 않더라도 늘 접전을 펼치는것 같습니다.

이번 월드컵의 16강전은 같은 대륙팀과의 경기가 많죠?   독일은 스웨덴을 무난히 이기긴 했지만 다른 팀들은 정말 객관적인 전력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싸워야 할것 같네요.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들 있으니까요. 

뚜껑을 열자마자 멕시코의 홍명보 격인 중앙수비수 마르케스가 깊숙히 전진하여 4분만에 첫골을 따먹어버립니다.   멕시코 감독의 작전이 그대로 적중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뭔가에 홀린것 같았습니다.   모기떼같이 붙어다니는 멕시코 선수들을 피해 정교한 패스를 주고받을 수가 없었죠.

수비의 핵인 아얄라와 에인세도 허둥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에인세는 이날 골과 다름없는 결정적인 실수를 여러번 저지르면서 불안감을 줬는데 다행이 퇴장당하지는 않았습니다.

골을 먹은 후 아르헨티나가 갑자기 찾아온 위기의식을 느끼고 각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5-6분간은 엄청나게 퍼부어 댔죠.   코끼리부대라도 쓰러뜨릴만한 공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반 11분께 에르난 크레스포가 리켈메의 위협적인 코너킥을  몸싸움을 통해 절묘하게 멕시코 골망에 꽃아넣습니다.

저는 1:1이 된걸보고 ‘이제 멕시코가 슬슬 파괴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만 그건 진짜 오산에 불과했습니다.    양팀은 후반전 종료휘슬이 울릴때까지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녔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나서는 중계진까지도 양팀 선수들의 체력을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도대체 체력이 어디까지인지 멕시코와 아르헨 선수들은  이 게임이 세상에서 하는 마지막 축구인양 서로 결사적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신경망같이 촘촘하고 정교한 패싱루트는 대부분 멕시코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파괴되기 일쑤였고 도리어 그 시점부터 멕시코선수들의 깊숙한 침투…(심지어는 중앙수비수들까지)에 의해 공격수가 수비숫자를 앞지르는 상황까지 종종 벌어지곤 했습니다.

양팀 골키퍼들은 서로의 슛과 크로스를 쳐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습니다.  

양팀의 통계를 한번 봐주십시오

                아르헨   멕시코

슈팅             11          12

유효슈팅        5           3

파울             23          28

코너킥           6           5

오프사이드     8           2

경고              2           4

볼점유율       51%      49%

거의 비슷하죠 ^^    아르헨티나는 오늘 대기조인 아이마르, 테베즈, 메시까지 몽땅 다 털어넣었지만

멕시코를 굴복시킬 수 없었죠.    이번 대회들어 가장 움직임이 좋은 선수중 하나인 로드리게스가

가까스로 역전골을 연장 전반에 터뜨렸습니다.   그리고는 걸어잠궈버렸죠 ^^

정말 축구보는 맛이 났습니다…흘흘  

아마 아르헨과 멕시코 국민들은 축구를 보다가 진이 다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2002년 이태리전 생각나시죠?…이경규가 간다에서도 이경규가 거의 쓰러졌죠ㅎㅎ)

이번 월드컵 들어 가장 박진감넘치는 명승부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르헨티나…그러나 체력소모가 너무 컸습니다.

멕시코 선수들도 정말 잘했습니다… 정말 통쾌하게 싸우다 졌군요..이런 경기는 후회없죠

대어를 낚을뻔 했습니다만 아르헨티나의 열망이 더 강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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