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2009년 9월 18일에, 직장인인 나는 나의 카드지갑에 이별을 고하노라.
흔하디 흔한것이 카드지갑이요. 세미나 기념품으로 넘쳐나는 것이 너이지만 너와의 정이 그동안 각별하여 이 글로써 너를 추모하노라.
나는 본디 지갑이 있어 여러장의 카드와 영수증, 신분증과 지폐를 수납하여 다녔다.
지갑 역시 주인의 성품을 닮아 튀지 않고 가벼우며 저렴하여 실용적이었으나 손에 들기는 귀찮고 바지에 넣자니 모양새가 안나오는 지갑은 가방에 쳐박히게 되었고 버스를 탈때는 계속 가방에 손을 넣어 빈번하게 꺼내게 되니, 그 불편함이 이루말할 수 없어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어느날 안사람이 투썸플레이스에서 빵을 사면서 받아온 조그만 카드지갑을 싼티난다고 휴지통에 쳐박었지만 쓰레기 당번인 내가 쓰레기 정리중 우연히 발견하여 쾌재를 부르며 사용하기 시작하여 너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도다.
카드만큼 작으면서 새털같이 가벼우니, 지난 4년동안 너는 그 어디든 나를 보좌하며 여섯장의 카드들을 번갈아 보관하였다. 수영장 카드, 예전 법인카드, 사용기간이 만료된 카드 등 벌써 너를 거쳐간 카드가 10여장이 넘으니 너야 말로 나의 출입과 결재를 도맡은 주머니속의 벗이 아니었겠는가
그래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부장으로서 명망있는 손님들을 이름난 음식점에서 대접하면서 허접하기 그지 없는 카드지갑에서 법인카드를 꺼낼때 주위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나의 이 카드지갑을 바꾸라고 종용을 했지만 난 끝내 손사래를 치며 너를 거두었다.
너무 너덜거려 언젠가 너를 편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안한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오늘일 줄은 내 어찌 예상했으랴.
재미있는가게를 떠돌다 발견한 카드지갑을 본 순간 너와의 이별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그날밤 팀원들과 함께 너를 기리는 술을 한잔마시고 너로 하여금 마지막으로 큰돈을 그을 수 있는 은퇴무대를 마련한 것이 나만의 작은 의식이었다.
며칠전 하릴없이 오호통재라~
P.S – 몸에 소지하고 다니는 일용품들을 고를 때, 난 철저히 실용성을 추구하는 편이다. 누가 뭐래든 내가 편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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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문(?) 잘 읽었습니다.
새 카드지갑 저도 마음에 드네요.^^
며칠 써보니 괜찮더군요~ ^^ 답글 감사합니다
오~ 완전 제 스타일인데요 +_+ 근데 가격이 좀 쌔긴 하네요.. 지름신이 살짝 올랑말랑 합니다요.
네 쎈게 좀 문제죠. 지르기까지의 순간이 갈등이지만 지르고 나면 또 편안해지더군요 ㅎㅎ 써보니 꽤 좋기도하구요
새로운 카드지갑이 무지 맘에 드는군요. 왠지 점잖고 멋스럽다랄까요.
탄조라는 가죽공예하시는 블로거분이 운영하시는 공방 tanzo.co.kr 에서 판매하는 머니클립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카드지갑 용도로만 사용되는게 아니라 머니클립으로 사용되는거라 좀 차이가 있긴합니다만….
지갑이 맘에들어 댓글남기다가 왠지 홍보성 글이 되어버린… 그래서 비밀글로.
오~ 소개해주신곳도 아주 괜찮은데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