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방송사들을 한번 더 비난하지 않을 수 없군요.   같은 시각에 동시에 열린 두경기 중 한경기만 방송3사가 중복해서 중계한 사실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짓이었습니다.   게다가 백업 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케이블 스포츠채널에서도 해주지 않다니요.

저는 며칠전부터 당연히 그 양쪽 채널을 오가면서 경기를 관전하려고 계획하다가 오늘 오전 편성표를 확인하고나서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실망스럽군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죠…오늘 E조에 대한 총평을 나름대로 간단히 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1. 이탈리아 (2승 1무)

이탈리아의 장점이자 단점은 아무리 강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언제나 호각지세를 이룬다는 겁니다.  전력이 약간 처지는 팀을 만난다 해도 그들의 1:0 스코어는 그대로 지켜지는 편이죠.  그래서 우리한테도 막판에 당했었죠.   또한 이 때문에 항상 극적인 역전패를 잘 당해왔습니다.  유로2000에서도 그 잘나가던 프랑스를 맞아 정말 저같은 제 3자가 보기에도 답답할 만큼 상대방을 꽁꽁묶어 버려 재미없는 경기로 만들어 버립니다.

오늘 체코와의 경기에서도 기본적인 이태리의 스타일은 버릴수가 없었습니다.  전반초반 잠깐을 제외하고는 카테나치오 모드가 발효되자 체코는 꽁꽁 묶여버렸습니다.   그리고 코너킥을 얻어냈고 수비수들까지 모두 올라와서 공격에 가담했죠.   그리고 마테라치가 코너킥에 이은 기가막힌 헤딩슛을 성공시키면서 잠그기 모드가 발동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찰거머리 압박은 정말 견뎌내기 힘들었는데요.  수비에서부터 미드필더로 전진하기 전부터 철저하게 대인마크로 압박하면서 상대방을 짜증나게 만들었고 중간에서 볼을 차단하면 지체없이 예리하게 상대수비진을 파고들었습니다.    이탈리아만큼 기복이 없기도 힘들것 같습니다.  가끔 당하는 역전패와 승부차기패를 제외한다면 이탈리아는 언제나 우승후보이자 브라질을 잠재울만한 대항마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리피감독은 이번대회에서는 잠그기뿐만 아니라 계속 상대방을 쥐어짜서 골을 더 넣겠다고 공언했었는데 그것이 오늘도 지켜졌습니다.  사실 이태리 스코어인 1:0은 이번대회에 없어졌습니다.   후반에 인자기를 추가 투입한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토니와 질라르디뇨 역시 건재하니 이번대회에서 뭔가 한건 또 해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가지 찜찜한 것은 16강 상대가 호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게 바로 히딩크 감독이란 사실이죠.  

2. 가나 (2승1패)

 

16강전에서 브라질을 상대해야 하지만 이왕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은 이변의 주인공이 된 이상  초반에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인 브라질을 상대로 체코전처럼만 해준다면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프리카의 복병으로서 다시한번 아프리카를 되새기게 해 줄만한 일일 겁니다.

1차전에서 이탈리아에게 2:0으로 져서 ‘그럼 그렇지’라고 했었는데 체코를 처참하게 도살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3:1로 진것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질만큼 전율했습니다.   주포가 둘이나 빠진상태에서도 미국전에 승리했지만 웬지 경기마다 기복이 있어 보이는 것은 불안 요소입니다.    게다가 16강전에서 에시앙이 경고 누적으로 빠짐에 따라 공수흐름이 전처럼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 불안해 보입니다

대회이전에는 에시앙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기량의 차이가 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적어도 그건 아니었습니다.  아마 스카우터들이 가나 선수들을 데려가려고 줄을 설것 같네요.    오늘 골을 넣은 아피아나 이번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기얀, 문타리 등도 정상급이었습니다. 

3. 체코 (1승2패)

운도 따라주지 않았고 고비때마다 나온 퇴장으로 경기를 완전히 망쳐버렸습니다.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골게터인 바로스가 부상으로 못나오더니 얀 콜레르가 부상으로 실려나가고 그나마 대체선수였던 로크벤치도 경고를 받고 못나오게 되니 그야말로 사면 초가였습니다.

1차전에서 펄펄 날았던 로시츠키도 가나전 이후엔 힘을 잃더니 오늘 이태리전에서는 거의 유령모드였습니다.  한명이 퇴장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 네드베드와 부상에서 갓돌아온 바로스 두명이서 해결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운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네드베드는 어떤 장면에서는 이태리수비수 5명에게 둘러쌓여 있더군요 -.-

첫경기인 미국전은 정말 완벽했지만 곧바로 가나전의 후반전부터 재앙의 시작이었고 솔직히 오늘도 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전반 20여분까지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지만 이후로는 슬슬 전열이 갖춰진 이태리의 수비진에 거의 농락당하는 모드로 일관했습니다. 

미국전은 체코라는 명성에 어울렸지만 가나전 전반전은 세르비아 정도였고 후반전은 리히텐슈타인,  오늘의 이태리전은 전반 20분 이후부터는 체코가 아닌 스코틀랜드나 러시아, 불가리아 팀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로써 동구권팀은 전멸인가요?  아! 우크라이나만 남았네요…

체코의 황금세대는 사실 오늘로써 막이 내리지 않나 생각됩니다.  만약 유로2008을 이 멤버들을 주축으로 맞이하게 되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재미를 못보고 프랑스꼴이 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하는게 좋겠습니다.   선수층은 두터우니까요.

4. 미국 (1무2패)

대회전까지 가장 강력한 복병으로 제가 지목했던 팀인데요.  첫단추가 잘못 꿰어지자 그만 막나가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체코에게 그렇게까지 무참하게 살육당할 줄은 몰랐고 그날 따라 유난히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태리전에서는 먼저 이태리선수를 퇴장시켜 놓은 (그것도 전반전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이태리 수비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대신 무리한 태클로 오히려 2명이 퇴장당하면서 이미 운명의 추가 기울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9명으로 10명의 이탈리아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걸 보고 저도 혀를 차지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저렇게 몰아붙였다면 이태리라 하더라도 견뎌내기가 엄청 힘들었을 겁니다.

저는 아직도 좌우 침투, 오버래핑에 이은 중앙으로의 크로스로 상대방 수비를 붕괴시키는 능력은 미국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맥브라이드만 가지고는 결정력에서 문제를 보이는게 단점이죠.  2002년에 포르투갈을 관광하던 일이나 8강전에서 독일을 몰아붙이던 미국팀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 가나전에서의 유일한 골이 바로 미국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낸 부진했던 비즐리가 결국 이번대회 팀의 유일한 골을 만들어냈죠.  가나의 포백수비와 일직선으로, 혹은 뒷전에서 달려들어 낮은 센터링을 짤라먹는 패턴은 수비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체코는 아예 측면으로의 접근을 사전에 봉쇄해버렸었죠.

운이 없다고 할 밖에요…또 4년후를 기약해야겠죠…계속 단골출전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세대교체가 관건이죠…지금의 젊은 멤버들은 포스가 약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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