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 브라질..전반전만 보다

By | 2009-06-29

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당연히 미국이 승리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기어이 브라질이 역전에 성공했군요.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전반전만 보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전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서도 별로고 미국축구팀에 대해서도 그저 그런 생각입니다만 정말 냉정하게 감정을 가지지 않고 미국팀을 봤을 때 미국축구는 어디서나 다크호스로 통할만 합니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죽음의 조에 속한 미국을 최대한 복병으로 꼽았었는데요. 그만 첫경기에서 로시츠키가 이끄는 체코에 완패를 당했었죠. 그 후로는 정말 잘했는데 경험미숙으로 인해 다잡은 이탈리아의 경기를 도로 내주면서 탈락했었습니다.

미국은 일단 피지컬면에서는 결코 어떤팀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신장과 체력, 놀라운 주력등은 기본이죠. 2002년 부르스 아레나 감독이 미국팀을 이끌고 왔을 때 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좌우측면공격과 빠른 역습으로 상대방을 괴롭혀왔습니다.
사실 그때부터 미국팀을 눈여겨 보고있었습니다. 프리델 골키퍼는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골키퍼중 한명이죠.  어제 전반전만을 놓고 봤을 때 브라질은 거의 90%이상 미국의 페이스에 놀아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단 세밀한것 보다는 거친것에 가까운 미국팀의 적극적인 압박과 몸싸움으로 브라질의 패싱게임은 약간 균형을 잃게 되었고 공중볼을 거의 미국팀이 따내고 있었죠.
게다가 특이하게도 좌우 측면에 대한 수비는 약간 느슨하게 해두고 중앙을 포백과 미드필더 4명이 두줄로 빽빽하게 메꾸고 있는데 브라질의 중거리슛도 제대로 통과하기 힘들만큼 좁았습니다.  그리고 최전방에는 도노번과 뎀프시를 세워두고 역습을 노리는 형태였죠.

브라질의 오른쪽 풀백 마이콘은 아예 상대방 공격진영에서 언뜻보기에도 열차례 이상 크로스를 올리더군요. 그러나 이미 전열이 모두 갖춰진 형태에서 올리는 거라 미국 수비수들이 공중볼을 거의 모두 따내가버렸죠.  이에 반해 미국은 훨씬 더 동적으로 보였습니다. 첫골이 나오는 상황만 해도 뎀프시가 전진해 올라가는 상황에서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왔고 수비들이 위치를 제대로 잡기가 힘들었었습니다. 스페인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에서 계속 실점을 했었죠. 

도노번의 두번째 골은 정말 작품이었습니다. 이 역시 동적인 상황에서 나왔죠. 이렇게 비유하긴 뭐하지만 맨유의 역습장면을 보는듯 했습니다.  스페인도 그렇게 당했고 지금까지 복병 미국에 당한 팀들은 모두 이렇게 당해왔죠.  2002년 월드컵에서 미국에 호되게 당한 포루투갈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포루투갈은 미국의 빠르고 동적인 좌우 측면 돌파에 완전히 허물어지면서 순식간에 4골을 내주고 말았었죠.

아마 오늘 경기에서 미국팀이 후반에도 체력을 유지했었더라면 이같은 카운터펀치가 더 여러번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내년 월드컵에서도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이라면 유의해야할 점이죠. 미국의 공격은 무조건 미드필드진에서 반칙으로 끊어서 전열을 모두 갖춘 형태에서 수비해야 할겁니다. 게다가 측면은 완전히 차단해 버려야 하죠. 사전에 말입니다.  풀백의 측면침투 등을 허용하게 되면 정말 겉잡을 수 없이 밀고 올라오는 팀이 미국입니다.

미국 공격의 핵심선수라 할 수 있는 뎀프시는 솔직히 예전의 맥브라이드에 비한다면 제 개인적으로는 한수 아래라고 생각합니다. 맥브라이드는 미국팀의 전형인 역습과 빠르고 동적인 공격전개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선수죠. 헤딩력도 뛰어난 데다가 논스톱으로 슈팅하는 능력이 일품이었거든요. 그에 반한다면 뎀프시는 약간 모자라고 조금 더티한 플레이도 서슴지 않지만 이번대회에서의 뎀프시는 거의 맥브라이드 급으로 올라온 듯 합니다.
미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예전 팀의 기둥이었던 레이나가 없이 새롭게 물갈이된 선수들로 판을 짰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프리델 골키퍼도 대표팀에선 은퇴한 상태였지요.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더니 브라질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2:0으로 앞서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리델의 후계자인 하워드 골키퍼도 정말 안정감 있더군요. 아마 이 점이 미국의 실점을 경기당 1골은 줄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되었든 내년 본선 무대에서는 무조건 미국이 속한 조가 죽음의 조가 되겠습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브라질이라 하더라도 아마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겁니다.  만약 내년 월드컵에서 미국을 만나는 팀이라면 지난 월드컵에서의 체코나 이번 대회에서의 이탈리아가 미국을 상대로 펼쳤던 플레이를 다시 곱씹어 봐야할 듯 합니다.

어쨋든 전반전만 본것이 후회스럽네요. 경기 흐름상 브라질이 완전히 말려서 극복해 내지 못할 줄 알았거든요. 역시 브라질은 브라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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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미국대 브라질..전반전만 보다

  1. 인라이너

    진짜 승부는 하프타임부터다.
    선수들 모두,
    스스로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 자신들의 목표에 대해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 컨페더레이션 결승전 결승전 종료 후 브라질 둥가 감독 인터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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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 그랬군요. 하프타임때 패닉상태에 빠지지않고 슬기롭게 해법을 찾아낸것 같군요. 그래도 최근의 브라질은 10-20년전의 브라질같이 압도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코-소크라테스, 호마리우-베베토 의 그 시절말이죠. 오히려 그 이후엔 호나우두-히바우두-아드리아누-호빙요 등등 걸출한 골잡이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웬지 예전의 브라질의 느낌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성장해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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