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자전거를 샀다.  오래전부터 자전거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었고 이미 인터넷에서 자전거를 골라놓았지만 정작 와이프와 집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자전거 얘기가 나왔고, 그 즉시 벤처생활을 할때부터 지나다녔던 자전거포로 휭하니 달려가서  덜커덕 카드를 그어버렸다. 

집에서부터 걸어가기는 먼거리라서 차를 끌고 갔었는데 돌아올때는 내가 자전거를 타고, 아내는 자전거코치마냥 차를 천천히 달리면서 내가 할딱 거리면서 쫓아오기를 기다렸다. 

내가 자전거를 처음 탄건 4-5살때부터였다.  나는 비록 세발자전거였지만 매일 자전거를 탔다.  5살이되자 나는 자전거를 타고 런닝만 걸친채 팬티도 입지않고 자전거로 가출을 했다가 결국 저녁때 집으로 돌아왔다.  나에게 자전거는 나이가 먹을수록 바퀴의 갯수가 줄어드는 교통수단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6살때 바로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자전거를 탔고 나는 그 자전거로 두발자전거가 할 수 없는 뒤로가기 묘기도 선보이며 기량이 나날이 늘어만 갔다.    형이 싸움을 하고 있을때 나는 그 쌈만이를 전속력으로 뒤에서 들이받았고 다시 돌아오면서 쓰러진 그 녀석을 자전거로 밟고 지나갔다.    나는 그때 자전거가 교통수단일 뿐 아니라 전투수단도 된다는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 댓가는 상상이상으로 컸다.    그 멍청이가 엄마를 데리고 우리집을 방문하면서 재앙은 시작되었다.

별로 가진게 없어 해태제과에 다니던 공순이 언니들과 갖 결혼한 새댁까지 하숙을 치던 어머니는 병원비를 물어주지 못해 매일 그 멍청이를 치료해 줘야했고 나는 자전거를 멀리하고 집밖으로 도망가야했다.

어쨋든 7살이되어 학교에 들어가고 8살이 되자 난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고 그때부터 온갖 묘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형들이 타는 싸이클의 속도는 따라갈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속도도 낼 수 있었고 두손을 놓고도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었다.   

얼마후 나는 언덕배기에서 두손을 놓고 내려오는 시도를 했고 몇번의 실패와 부상을 거쳐 성공하였다.  나는 친구들에게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항상 혼자서 연습을 했는데 더이상 실패가 없고 부상이 없어지면서 기량이 완전해 지자 친구들 앞에서 나의 무공을 시전했다.

그중 약간 소심했던 해성이는 자기도 할 수 있다며 언덕배기위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린 마음에 다칠까봐 그놈을 말렸고 그놈이 말을 안듣자 막바로 집으로 와버렸다.  그놈은 봐줄 친구가 없자 바로 나를 따라 집으로 왔다.   며칠 후 해성이네 엄마가 우리집에 찾아왔다.  그 몇시간뒤 나는 병원에 입원한 해성이를 문병하고 있었다.  그놈은 혼자서 그걸 결행하다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질주하는 자전거에서 고꾸라져 뇌진탕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상태였다.

그후로 나는 ‘자전거 다방구’라는 내가봐도 걸작인 놀이를 창안해 냈고 술래가 쫓아오는걸 뒤돌아보면서 달리다가 주차된 트럭과 부딫히는 참극을 당했고 그 이후에도 비슷한 부주의로 막바로 개천에 떨어지는 등 그 당시 오토바이 스턴트로 명성을 떨친 전설적 스턴트맨 ‘이불 큰이불’을 방불케하는 스턴트와 부상으로 집안에서 거의 암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사실 나의 치명적인 자전거 사고는 유치원 시절인 6살때였는데 소풍가는날 아침 엄청난 속도로 달리다가 성당의 화강암기둥에 머리를 부딫히고 그자리에서 병원에 실려갔었다.  물론 머리가 거의 둘로 쪼개지는 큰 부상을 입고 너무 흉터가 큰 나머지 중학교때 머리를 반으로 가른 흉터를 지우기 위해 난생처음 성형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런 전력을 가진 나였기에 어머니는 나와 자전거가 없어진것을 알면 거의 실신할 지경이 되었고 고등학교때 부터는 아예 자전거를 사주지 않아서 나는 그때부터 자전거와 멀어지게 된다.  그 전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부상을 당한 전력을 여기에 적자면 정말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 나 였으니 지난 5월에 산 그 자전거는 정말 남다른 감회로 다가올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뚱뚱해지고 옛날처럼 잔재주를 부릴수 없어 아쉽지만 자전거를 탈때면 여전히 흥겨운건 어쩔수 없는 천성인가보다.   그게 그런 자전거였는데…

자전거를 산 다음날 다시 자전거를 타기위해 아파트 입구의 자전거 주차장으로 가보니 앞뒤바퀴의 바람이 몽땅 빠져있고 공기구멍을 막아높은 튜브와 나사까지 몽땅 풀어서 한쪽으로 휑하니 던지고 갔나보다.

그 순간 나와 약간의 악연이라도 가진 사람이 우연히 그 자리를 지나갔더라면 아마 그사람을 갈아서 마셔버렸을 것이다.  어디 하소연 할데는 없어서 다시 차를 타고 자전거포에 가서 나사와 부품들을 여러벌 사왔다.  물론 펌프도 함께…

자전거를 원상태로 복구해놓고 경비실에가서 아저씨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요즘 중고등학생들이 자전거를 그렇게 많이 훔쳐간단다…  바드득~ 내 이누무 쉐리들을 그냥…

그러나 내가 그런 쥐새끼같은 녀석들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으랴…

하는수 없이 그 날밤부터 자전거를 현관앞에 모셔두어야 했다.

그리고 또 얼마가 지나서 현관앞으로 나가보니 또 뒷바퀴 바람이 빠져있었다.

주변에 집어던질게 뭐 없나 하고 쳐다봤지만 망치나 스패너 같은것이 보이지 않았다.

뒷바퀴를 들어 자세히 조사를 해보니 펑크였다…

와이프가 요가학원을 다니면서 근처 공사장이나 험한곳을 많이 자나쳤단다.

다시 뒷바퀴를 세심하게 뜯어보니 철사가 박힌게 보였다…

지금까지 30년이상을 자전거를 타왔지만 내손으로 자전거 펑크한번 때워준 일이 없음을 상기하고 가슴이 아팠다.  지금까지의 분노는 사라지고 내 자전거에 연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PC앞으로가서 펑크를 때우는 Kit와 여러가지 공구, 잡동사니를 사들였다.  

그리고 오늘…퇴근하자마자 나는 펑크를 세심하게 때우기 시작했고 다 때우고나서 동네를 서너바퀴 돌며 이것저것 나사를 조여주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면서 녀석을 완전한 상태로 만들어줬다.   참 편한세상이다..펑크때우는 도구들도 몇천원에 살수 있고…

앞으로 녀석을 더 잘 보살펴줘야지…

이 녀석이 나의 몇번째 자전거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동안 너무 많이 부숴먹었고 나까지 많이 부서졌었기 때문이다.  아직 나는 공식적으로 어머니에게 다시 자전거를 사서 타고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자전거 타는것을 오토바이 폭주족 쯤으로 생각하시는것 같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