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밀도:파블시즌2,첫 에피소드

By | 2009-06-14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의 성원이 있어 이제 파워포인트 블루스 시즌 2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워포인트 블루스 판매는 3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순항중인 것 같습니다. 예스24에서는 2주전 주말을 기점으로 파블이 컴퓨터/인터넷 주간 판매순위 1위를 달성하였고 교보문고는 종합집계에서 컴퓨터부문 3위에 진입하였습니다. 책이 잘나가서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저의 시각이 많은 분들에게 통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파워포인트 블루스 시즌 2에서는이전에 다루지 못했던 ‘내용’과 ‘구조’에 좀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다시한번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슬라이드의 밀도

파블 시즌2, 첫번째 에피소드

2007년 샌프란시스코 맥월드에서 열린 스티브잡스의 키노트 장면을 되새겨 보도록 하겠다. 이날 키노트는 104분 가량이 소요되었다.  2008년 키노트때보다는 30여분이 더 걸렸고 애플본사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미디어 이벤트에는 보통 60분가량이 걸리니 이날의 키노트는 평소의 키노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셈이다.
이날은 그럴만한 날이었다.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하는 날이었고 평소보다 설명할 것이 많은 키노트였던 것이다. 이날의 키노트를 여러번 되새겨 보면서 애플의 프레젠테이션 스탭들이 어떻게 스토리보드를 작성했고 어떻게 외적으로 표현해 내었는지 분석을 해보았다.
오늘은 외형적인 부분을 잠시 소개하고 우리의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과 비교하여 어떠한 시사점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본보기로 삼고 있는데 정확히 잡스를 따라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할 듯 하다.  이날 104분간의 키노트에서 스티브 잡스가 넘겼던 슬라이드의 수는 총 295장이었다.  그런데 잡스는 이날  5번의 시연을 통해 40분을 소모하였고 3명의 초대손님을 무대위로 끌어올리면서 11분을 소모했다. 여기에 항상 키노트때마다 나오는 광고화면을 3편이나 내보냈다. 이 시간을 모두 빼면 실제로 잡스가 슬라이드를 넘긴시간은 52분정도였다.

52분에 무려 295장의 슬라이드가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거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수준의 시간당 프레임을 보여줬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청중들은 이렇게 많은 슬라이드가 넘어가고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아마 키노트가 끝난후 빠져나오는 청중을 잡고 물어본다면 ‘글쎄요…한 50장?’정도로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잡스를 따라하려면 슬라이드만 잡스와 같이 만들것이 아니라 그 진행속도 역시 잡스와 비슷해야 비로소 그와 같은 효과를 거둘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슬라이드 자체가 아래와 같이 몇단어 안되는 내용이다 보니 보는 사람들이 다른 뜻으로 오해할 일도 없고 잡스의 말한마디가 끝나면 곧장 다음으로 넘어가도 슬라이드의 내용 전체를 설명한 것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반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은 형식으로 저 내용들을 모두 설명하려면 2분은 족히 걸린다. 실제로 위아래에서 예로드는 슬라이드들은 이전에 연재했던 ‘프레젠테이션으로의 전환’에 등장했던 슬라이드들이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스티브잡스가 2분 30초간 넘겼던 14장의 슬라이드를 아래와 같은 단 한장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007 맥월드 키노트에서 보여진 잡스의 슬라이드는 평균 10초당 1장꼴로 넘어갔다. 이는 치밀하게 의도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우리는 슬라이드 분량에 대해서는 평소에 별로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는 분량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때인것 같다. 나의 경우엔 거의 2분에 한장꼴로 슬라이드를 넘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바로 위에서 보이는 글자크기를 가진 슬라이드 정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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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슬라이드의 밀도. 잡스는 무려 10초에 한장꼴이다. 우리는 그의 1/10정도 ?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냥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분량이 뭐가 대수인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알게모르게 늘 고민하고 있는 문제중의 하나는 슬라이드의 분량이다.
이런식이다. 보고서 중간에 어떤 주제에 대해서 설명을 꼭 하고 넘어가야 할일이 있다. 충분히 설명을 하자면 5장으로 설명할 수도 있고 과감하게 3장 정도로 줄일 수도 있다. 뒤이어 나올 결론과 비교해서 비중이 떨어진다고 느껴진다면 한장으로 더 과감하게 줄일수도 있는 문제다. 
전체 30분 정도의 발표시간을 가정한다면 과연 그 주제에 대해 10분씩 할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나는 보고서의 설명은 30분이내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청중들의 집중력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발표할
주제외에도 회의시간에 계속해서 이어질 다른 발표자들의 보고서도 대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보고서의 분량은 거의 15~20페이지 정도에서 끝나야 하고 한장의 슬라이드를 작성할 때에도 심사숙고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작성하고 있는 보고서가 어떤자리에서 누구에게 발표되고 읽힐지에 따라 분량도 적절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내 판단으로 잡스의 슬라이드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것 같다. 우리의 슬라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밀도일지도 모르겠다. 향후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 기획때 위의 두가지 잣대 사이에서 분량을 결정하라.

프레젠테이션 전용으로 30분 정도의 슬라이드를 설계한다고 가정해보자. 잡스와 같이 하려면 180장의 슬라이드를 만들어야 하고 각 슬라이드엔 단어하나정도만 나타나게 될 것같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밀도를 20초나 30초당 하나로 줄이고 60장 정도의 슬라이드를 만들어라. 그 대신 슬라이드에 적힐 내용은 잡스보다는 훨씬 빽빽해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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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슬라이드의 비중이 같을 수는 없다.

잡스의 키노트 슬라이드가 위의 그림과 같이 꼭 10초당 하나씩 진행되지는 않는다. 잡스 역시 내용의 중요도나 다른 이유에 의해서 하나의 슬라이드에 오래 머물러 있기도 하고 네장의 슬라이드에 펼쳐놓을 만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한장에 넣기도 한다.
그러니 위의 그림과 같이 모든 슬라이드가 동일한 비중을 가지고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슬라이드는 5초만에 넘어갈 수도 있고 어떤 슬라이드는 2분동안 붙잡고 있기도 한다. 실제로 잡스는 이날 키노트에서 1-2초마다 한장씩의 슬라이드를 넘길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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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슬라이드는 두가지다. 단 한단어만 나오는 것과 그렇지 않은 슬라이드이다.

결국 각 슬라이드는 그 비중에 의해 리듬을 탄다. 보고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슬라이드가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분량을 산정할 때에도 반영해야 한다.  어떤 슬라이드에서는 5분도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프레젠테이션의 진행에 따라 보고서의 리듬은 아래와 같이 굴곡을 그리게 될 것이다. 자신의 보고서가 어떤 곡선을 그릴지 한번쯤 예상해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게 꼭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겠지만 각 슬라이드에 중요도에 대한 등급을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들어 아래와 같이 말이다. 결론 슬라이드에 가장 비중을 두고 결론을 설명하는 명분과 증거자료는 두번째로 비중을 둬보자. 중요도는 낮지만 이야기를 연결하는 슬라이드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3단계 정도로 비중을 정한 뒤 각각의 슬라이드에 시간을 부여해 보자. 예를들어 Key Slide엔 2분을, Core Slide엔 1분, Bridge Slide엔 30초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하면 전체 보고서의 리듬은 명확해 진다.
또한  어느정도의 분량,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리겠는지 예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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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의 중요도에 따라 3단계로 정해진 등급. 등급별로 진행시간이 다르다.

그러나 꼭 결론 슬라이드라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중요도와 설명시간은 때로는 비례하지 않을수도 있으니까. 결론에 앞선 여러가지 설명들에서 시간을 할애하고 결론 부분은 의외로 싱겁게 넘어갈 수 도 있다.  그렇지만 어쨋든 슬라이드마다 할애하는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자 이렇게 놓고 보면 실제 프레젠테이션의 진행은 아래 그림과 같이 높낮이가 있게 될것 같다.  여러분은 이런 방법에 동의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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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프레젠테이션은 슬라이드의 밀도에 따라 리드미컬하게 진행된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흉내내기 가장 힘든 부분 중의 하나가 그 스피디한 전개에 있다고 하겠다. 상황이 스피디하게 전개될 수록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우리와 같은 복잡한 슬라이드라면 연습한 것과 달리 슬라이드내의 내용을 약간 뒤바꿔 설명한다고 해서 탓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잡스와 같은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다음에 얘기해야할 내용은 단 한가지 뿐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거나 중간에 실마리를 놓쳐버리면 정말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이 형식을 따라하다 실패한 많은 이들의 경우가 그렇지 않은가

다음에는 예재를 통해서 전체 슬라이드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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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샐러리맨의 애환을 표현하는덴 소주병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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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슬라이드 밀도:파블시즌2,첫 에피소드

  1. 김군

    출간을 축하드리고, 다시 한번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흐름을 넣는다는 이야기가 처음엔 막연하게만 들렸는데,
    파블에서도 여러 번 접하고 오늘 또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을 적어 주시니 좀 생각이 정리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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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연재를 하면서 참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중입니다. 머리속으로는 느껴지는데 글로 표현하려면 왜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기오시는 분들도 읽으시면서 뭔가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랄까요 ^^
      답글 감사합니다. 저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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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라이너

    하하…소주 강추입니다…^^ 세미나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__)
    온라인 동영상 꼭 보고 싶네요! ^^
    그리고, 무엇보다 또 시작이 되었으니, 여전히 기대 만땅입니다…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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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역쉬…저도 소주가 갠적으론 마음에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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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indy

    소주 강추.

    개러지 밴드의 저 클립아트는 좀 차별성이 없고 리마커블 하지 않다고 해야할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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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LAckSwan

    파워포인트 블루스를 읽고 이곳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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