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태극기 꽂기 논쟁…

By | 2009-03-09

갑자기 제 블로그에 웬 조회수가 이렇게 많은가 하고 봤더니 오마이뉴스 hanki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일본을 이겨도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지말자. 포스팅에 대해 댓글을 쓴걸 따라 들어오신 분들 때문이었군요.

전 분명히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는것은 반대입니다.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상대방이 일본이든 다른 나라든 진 팀에서는 그것을 굴욕으로 느낄수도 있기 때문이죠.
메이저리그나 농구 등 다른 나라나 종목의 스포츠 경기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 논쟁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예를들어 누구는 덩크슛을 신사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했고 홈런을 치고난 뒤 너무 건방진 태도로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아오는 행동 역시 그렇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행동들은 사람들에 따라 창반양론이 팽팽히 맞서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홈런 세레머니가 과해도 빈볼을 얻어맞는 것이 거의 공식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오버액션을 취하지 않으려 하는 선수들도 많죠.

솔직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기를 꽂는 행위는 경기를 진 상대방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패배한 팀이 홈팀이라면 더더욱 그럴겁니다. 만약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WBC예선전에서 우리가 이틀전처럼 패배하고 일본이 마운드에 일장기까지 꽂는 것을 상상해 본다면 너무 굴욕적일 겁니다.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 정무문에서 일본의 무사가 쿵후도장에 와서 도장의 수련생과 제자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린 후 마지막엔 간판을 때려부수는 장면을 볼 수가 있는데요. 사실 국기를 꽃는 행위가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굴욕감을 안기고 패배한 팀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한 의미로 다가갈 것 같습니다. 

며칠전 포항의 스테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던 이유도 상대방에 대한 도발적인 행위가 그 이유였죠(물론 상황을 보았을때 심판이 조금 심하기도 했지만요). 결론적으로 모든 종목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역시 경기규칙안에 포함된다는 겁니다. 그만큼 상대방을 배려하라는 얘기죠. 
저는 그저 감정에만 치우친 승부는 보고싶지 않습니다. 내용도 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까지 있을때 그것을  완전한 승리로 보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려구요. 이틀전의 콜드게임 패배를 보고 그 자체로만 굴욕이다 치욕, 국치로까지 표현하는 건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패배를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게 중요합니다.

그런면에서 이틀전 콜드게임을 거두었음에도 이전과는 달리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며 한국을 자극하지 않은 하라감독과 일본선수들(뭐 하라감독이 특별히 입단속을 시킨것 같습니다만)은 이전에 비해 진일보 한것 같습니다. 경기중에도 오버액션이 나오지 않고 차분했던 덕아웃 분위기를 유지했던 것도 좋았구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일본의 자세가 달라지긴 달라졌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한일 양국의 여전한 냄비언론은 빼고 말이죠.

어쨋든 전 마운드에 국기 꽂기는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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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houghts on “마운드에 태극기 꽂기 논쟁…

  1. 곰소문

    미국 야구단이 잠실 운동장에서 친선 경기하고 성조기 꼽으면 전 열받을것 같습니다. 물론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딴 건 나두고라도..

    남의 운동장 땅을 파서 국기 꼽는 건 조금 오버인듯 해요.

    그렇다고 욕하진 마시길…

    저도 한국팀 이겼을때는 기분이 좋아서 날라다니는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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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네…홈팀의 운동장에 태극기를 꽃는건 미국이나 중국에서 했던거 보다는 약간 더 쎌꺼 같습니다 ^^ 저 역시 한국팀이 이기면 오버하고 날라다닌답니다 ~ㅎㅎ 그제 하도 긴장해서 결국 먹은게 심하게 체해 어제는 회사에도 못 나왔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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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별헤는밤

    개인적으로는 깃발꽂이는 반대지만…
    솔직히 일제 시대때 일본이 한 짓이나,
    지금도 그 일에 대해 조금도 사죄하지 않는 일본을 볼 때
    태극기가 꽂히는 일 당해도 싸다고 봅니다.

    매너도 좋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도 생각해 본 후
    이 문제에 접근하면 어떨까요?
    그래도 한국 관중의 안전을 위해 자제하는 편이 낫겠죠.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의 역량을 모아서
    일제 시대 과오에 대한 반성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
    부족한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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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일본과 야구든 축구든 사사건건 마딱뜨릴때마다 과거의 역사를 경기내용에 투영하는 것은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과거의 역사는 역사고 스포츠는 스포츠니까요.
      일본과 대면하는 모든 자리에서 과거사와 앙숙관계를 굳이 부각시키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받아낼 자리에서 만큼은 확실하고 악랄하게 받아내야 겠죠 ^^ 이것도 뭐 결국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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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oleg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렇네요. 잠실구장에 일장기가 -ㅇ-;;; 한일 관계는 복잡 미묘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생각봐야될거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태극기를 꽂는게 통쾌하긴하면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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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오~ 저도 ‘저러면 안되는데…’하고 하면서도 그 미묘한 승리감 같은건 거부하지 못하겠더군요. 정말 묘한 감정이었죠. 반대의 경우라면 그게 일장기든 성조기든 전 좀 불쾌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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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후더더덯

    입장을 바꿔서 생각한다라 스포츠에선 패자를 조용히 축하를 해줄뿐이고 승자는 충분히 즐겨야 하는게 맞지 않나요?

    여러가지 예를 들으셨는데 권투선투가 한대 때리고 미안하다고한대 맞아줘야 하는건 아니지 않나 싶네요.

    스포츠에서 저런 맨탈을 건드리는 부분조차 경쟁이고 이기기 위한 작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이치료의 30년 망언과 지고싶지 않았다 망언 조차도 한국 입장에서는 망언이라 하지만 일종의 작전이라고 생각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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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제 생각엔 권투의 예는 잘못드신것 같습니다. 경기내에서 손속을 봐줄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요즘 K리그를 보면 과하다고 생각하는 골세레모니 조차 징계를 받는게 현실이죠. 멘탈을 건드리는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치로가 자극하는 말을 하는 것과 굴욕감을 안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치로의 말은 자극적이긴 했으나 그게 전부였습니다. 경기전후 관계자들이 설전을 벌이는것은 오히려 전 재미있더군요.

      위 글에서 누군가는 덩크슛 조차도 비신사적인 행위로 생각하고 있으니 그 기준도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를겁니다. 이번 마운드에 태극기 꽂기 논쟁 역시 제 기준으로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간주된다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니 읽으시는 분들 역시 각자의 생각이 다른점을 존중해 주시기만 하면 된다 판단이 됩니다. 굳이 그 사람을 설득하거나 반박하려 들지 않는다면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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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등기부등본을 떼어보지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네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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