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은 전반전이 시작되자 마자 엄중한 수비를 전제로 수비-미들진의 간격을 거의 20미터 정도로 유지하며 맨유를 압박해 들어왔습니다. 그 20미터 간격내에 갇힌 맨유선수들은 릴의 찰거머리같은 밀집수비를 감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분명히 맨유는 릴과의 홈경기 부진, 미들스부르와의 졸전을 만회하기 위해 이번경기에서 릴를 재물로 삼아 분위기 반전을 확실히 꾀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꼬여들기 시작하더니 후반전 휘슬이 울릴때 까지 내내 그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세어본것은 아니지만 릴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기 위한 패스, 미드필더가 끌고 다니던 볼, 공격진영에서의 패스를 10여차례 이상 차단해 냈고 이를 곧바로 역습으로 연결, 비록 결정력은 부족했지만 한골을 만들어내어 거함 맨유를 격침시켰습니다.

릴의 공격은 이날 역시 단순했지만 주로 낮게 깔아주는 침투패스를 퍼디난드와 실베스트르가 거의 잡아주지 못한채 릴의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온전히 배달되도록 하였습니다.

만약 릴의 공격진에 확실한 마무리를 펼칠 수 있는 온전한 타겟맨 한명이 있었더라면 스코어는 1:0보다 더욱 더 벌어졌을 겁니다. 후반전 박지성 투입후 릴이 오른쪽 사이드돌파후 크로스한 볼을 맨유의 수비수 3명이 지켜보는가운데 자유롭게 헤딩슛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것이 맨유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 볼은 웬만한 결정력을 가진 선수라면 100% 잡아줘야 할 절호의 찬스였죠)

수비진에서 걷어낸 볼이나 패스는 하프라인을 넘어가기전에 대부분 릴에 의해 차단되거나 가로채기를 당해 한두번에 중앙쪽으로 뛰어드는 공격수의 발에 항상 배달되었습니다. 릴의 입장에서보면 오늘 경기는 올드 트래포드 원정경기때보다 경기내용도 좋았고 골찬스도 더 많았습니다.

맨유가 만들어낸 찬스라고는 25미터 지점에서 루니가 수비가 열린 상태에서의 빗나간 중거리 슛과 호나우두의 헤딩슛,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박지성의 침투에 의한 왼발슛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슛이 들어갔더라면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을텐데 매우 아쉬운 상황이었죠. 박지성이 후반 15분경 투입되자마자 릴의 수비수의 공을 가로채 앤드라인부근까지 가서 코너킥을 얻어내는것을 보고 분위기가 바뀌나보다라고 생각했지만 박지성 혼자 침체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뒤로 그 결정적인 왼발슛외에는 별다른 찬스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브라운이나 리차드슨을 선발출장시키고 평소와 달리 4-4-1-1의 포메이션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던 퍼거슨감독의 의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경기내용은 릴과의 1차전이나 요전의 미들스부르때와 별 차이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루니까지 침묵하자 맨유의 파괴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었죠. 반니 역시 경기내내 공중볼다툼에서 팔꿈치로 가격당하며 지긋지긋한 거머리수비에 진저리를 치고있었습니다.

이제 하루이틀만에 다시 첼시와 맞대결을 해야하는데 퍼거슨입장에선 그래도 조금 다행인게 첼시의 기세가 초반의 욱일승천 분위기에서 한풀 꺾였다는 점이겠지요. 간간히 패하기도 하는데다가 이기는 경기에서도 골을 자주 허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그래도 첼시는 첼시입니다

첼시에게는 같은 원정경기였더라도 하루의 휴식기간이 더 있죠. 첼시와 베티스의 경기를 보니 베티스가 퍼거슨에게 첼시를 잡는 해답을 주더군요. 이 경기에서는 람파드가 평소같이 중원을 휘저어주지 못했고 베티스가 정말 악착같이 덤벼들어 첼시선수들을 짜증나게 했는데요. 과연 맨유가 베티스나 릴의 경우에서처럼 악착같이 덤벼드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휴우~

요 며칠사이에 밀란과 첼시, 맨유 등 전통의 강호들이 줄줄이 무너졌는데 역시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멘탈게임인가 봅니다. 상위권리그의 중위팀정도면 그날의 컨디션이나 정신력에 따라 얼마든지 강호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있죠.

오늘은 뭐 경기분석이라기 보다 푸념만 늘어놓았습니다.

분석을 한답시고 험한소리만 더 늘어놓을까봐서요…

첼시와의 경기를 보고나서 더 끄적거려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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