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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해먹다

지금은 겨울의 막바지 이지만 비빔국수에는 제철이다. 어렸을적 이맘때면 뜰에 묻어놓은 김장김치가 날이 풀리면서 조금 시어지고, 양이 많아 좀 남는다 싶으면 그 신김치를 이용해서 가끔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곤 했다.  물론 그때는 어머니가 점심즈음에 해주셨다.
그러던 전통이 중고딩시절들어 나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때부터 난 비빔국수를 스스로 만들 줄 알게되었다.  그렇게 20여년 이상을 비빔국수를 만들어 왔는데 그러다보니 맛이 거의 일정해지고 만드는 손놀림또한 예전에 비해 예사롭지 못한 수준으로 진화하였다.
내 스스로야 그걸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는 않았었는데 나한테 시집온 와이프가 신혼초에 늦은밤에 출출하다고 해서 내가 비빔국수를 해줄까?…하고 물어봤었다.  물론 와이프도 그때 별 기대를 안하고 먹겠다고 했었는데, 조리를 해서 눈앞에 대령을 하고난 그 순간부터 머리를 조아리고 비빔국수에만 몰두하여 결국 설겆이도 별 필요없을것 같이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그후로는 가끔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와이프가 충동질을 하여 국수를 만드는 일이 종종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만든 비빔국수를 먹어본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나같은 ‘주면성인간'(면으로 만든 음식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인간형 : 필자주)이 아니라면 국수는 다만 부식일 뿐이고 점심때도 항상 밥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도 굳이 면을 먹으러 가자고 우기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같은 주면성 인간을 만나면 반가움이 두배이다. 그건 마치 미운오리새끼가 같은 종족을 다시찾게 된 그런 반가움이다. 몇주전 주위에 내가 알고있는 주면성 인간들중 세끼를 모두 면으로 때우거나 한달동안 매일점심을 국수로만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후배하나가 우리집에 온다고 하면서 말로만 듣던 ‘비빔국수’를 꼭 먹어야겠다고 미리 전화로 밝혔다.
비빔국수의 조리과정
내 비빔국수의 3대 재료는 김치와 고추장, 면이다. 이 세가지중 한가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도 제맛을 내기는 힘들다. 김치는 제대로된 포기김치가 제격이다. 그래서 아삭하고 신맛을 내는 늦겨울의 김장김치가 적당하고 요즈음이 비빔국수의 제철이라고 할만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름철에는 포기김치말고 열무김치를 사용하기도 하며 열무김치와 포기김치를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김치는 너무 시어서 아삭함이 떨어져도 맛이없다. 씹을때 아삭한 질감이 있어야 된다. 김치를 그대로 국수와 비비게 되면 김치의 맵고 신맛이 날카롭게 입안을 자극하게되어 맛있다기 보다는 김치와 국수가 따로노는것과 같은 느낌을 가지게되는데 이런 날카로운 느낌은 무디게 만들어줘야 한다.
김치는 속을 모두 빼낸 후 잘게 썬다. 김치속이 들어가면 음식의 모양이 지저분해지고 매운 느낌이 날카롭게 살아있게 되어서 그렇다. 잘게썬 김치와 함께 국수가 퍽퍽하지 않고 잘 비벼질 수 있도록 김치국물을 한국자 정도 떠서 넣고 여기에 고추장, 백설탕과, 양조식초,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다.
김치가 신정도에 따라 식초의 양을 조절해야 하며 김치의 매운맛을 약간 무디게 하고 고소한 맛을 주기위해 참기름과 깨소금의 양이 조절되어야 한다.  설탕 역시 김치의 날카로운 맛을 무디게 한다.  설탕은 ‘좀 많이 들어가는것 아닌가?’싶을 정도로 넣는데 실제로 나중에 국수와 비벼서 먹어보면 달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버무린 것을 약 한시간정도 숙성시킨다. 이 시간동안 김치에 여러가지 재료의 맛이 배어들고 날카로운 매운맛도 끝이 무뎌지게된다. 참기름은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해지기 때문에 정말 최소한만 넣어야 한다. (기름기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말이다)
이제 면에 대해 얘기해야 겠다. 지금까지 여러가지의 면을 사용해봤었다. 정말 여러 브랜드의 좋다는 면들 말이다. 이날 국수를 만들기 전까지는 대한제분에서 설날에 임직원과 가까운 주위사람들에게만 돌린다는 증정용 국수가 가장 좋을것으로 알았다.
이날 후배를 위해서 준비한 국수는 오뚜기의 수연소면이었는데 이것도 역시 시험적인 차원에서 구입해 본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 단언하건데 지금까지 먹어본 소면들 중 수연소면이 단연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연소면에 대한 이야기는 내일신문에 개재된 다음기사를 참조하시라.
이 국수는 수타면이다. 손으로 만들었단 얘기다 또한 일반 국수에 비해 얇으며 빨리 익는다. 완쪽 사진과 같은 포장이 5인분인데 10개 묶음으로 가지런히 묶여있어 양을 가늠하기 좋다.
가격은 일반 국수의 몇배이지만 앞으로는 이 국수외에는 못먹을것 같다.
수연소면은 2분 정도면 완전히 익는다. 소면은 특성상 작은 냄비에 끓이면 끓어넘치는데 이때문에 난 항상 큼직한 차이나팬에 물을 많이 담고 불을 세게해서 면을 삶아낸다.
겨울이 비빔국수를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인것은 수도꼭지를 들면 얼음장같은 몰이 나오기 때문이다.  면을 삶아내고 나면 막바로 이 얼음장 같은 물에 담가서 면을 그야말로 ‘기절’시켜 버려야 한다.  그래야 소면이 계속 탄력을 유지하고 쫄깃한 질감을 가지게된다. 수연소면은 그 자체로도 일반 국수에 비해 쉽게 불지않는다.
이렇듯 내 비빔국수는 재료도 간단하고 만드는 과정도 몇가지만 주의하면 아주 간단하다. 이날 우리집에 온 그 후배는  신혼초기의 아내와 마찬가지로 거의 말도하지 않고 국수를 정말 깨끗하게 먹어치운뒤 ‘장사나 해보면 어떻겠냐’라고 운을 띄웠다.
^^ 직장에서 짤리면 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겠다.
사실 어제 또다른 후배부부가 온다고 하면서 비빔국수를 좀 먹고싶다고 하길래 국수양념을 미리 만들어두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먹지를 못하고가서 남은 수연소면과 양념을 우리부부가 오늘 점심때 모두 먹어치워버렸다.  흠~ 본의아니게 김치양념을 하루정도를 숙성시킨꼴이었는데 김치에 양념맛이 더 깊이 배어서 더 맛이있었다.
모두들 김장김치가 남았으면 한번 시도해 보시라…
참, 수연소면을 잊지마시라.. 다음엔 이걸로 골뱅이 소면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M_소면삶기팁 (강식품 홈피에서 발췌) ..|less..|

  1. 소면을 삶을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는다. 그러면 면발에 탄력이 생겨 쉽게 붇거나 끊어지지 않는다.
  2. 끓는 물에 소면을 넣을 때는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서 넣는다. 그렇지 않으면 면발이 서로 엉겨붙어 버린다.
  3. 끓는 물에 소면을 넣은 후에는 면발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나무젓가락이나 주걱으로 휘휘 저으면서 삶는다.
  4. 소면을 넣은 후 거품이 일면서 후루룩 끓어오르면 넘치지 않도록 잘 살핀다. 물이 넘치면 그만큼 물의 양이 줄어들어 면발이 맛이 없다.
  5. 거품이 일면서 후루룩 끓어오르면 3회에 나누어 찬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삶는다. 그러면 면발이 쫄깃거려 맛있다.
  6. 젓가락으로 면발을 건져 소면이 다 삶아졌는지 확인한다. 면이 투명하게 삶아졌으면 다 익었다는 증거이다.
  7. 소면을 삶은 후에는 찬물에 담가 손으로 여러 번 비벼 씻어 전분기를 완전히 빼야 한다. 전분기가 있으면 요리했을 때 끈적거려 맛이 없다.
  8. 좀더 맛있게 즐기려면 삶은 다음 참기름과 소금으로 살짝 간하여 이용한다. 그냥 소면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다.
  9. 소면을 찬물에 헹군 후에는 1인분씩 사리를 틀어 체에 밭쳐 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면발끼리 서로 엉겨붙어 모양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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