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연결
파워포인트 블루스 열여덟번째 이야기

보고서가 실패하는 이유

보고서가 실패하는 이유는 비주얼적인 요소가 나빠서가 아니다. 수많은 보고서들은 설득력이 부족해서 실패한다. 나는 경험적으로 다음의 세가지가 주요 원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 첫번째,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되었다.
  • 두번째, 결론이 모호하거나 명분이 부족하다
  • 세번째, 결론은 수긍이 되지만 매우 산만하다

첫번째 이유라면 가장 결과가 비참하다. 경영진이 무엇을 원했었는지 아예 처음부터 잘못 파악한 것이다. 결론과 명분이 얼마만큼 설득력있고 논리적인지에 상관없이 보고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지며 호된 질책을 받는다.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볶음밥이 나온것과 같다.

두번째 이유라면 그나마 보고서를 수정할 기회정도는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의명분을 단기간내에 찾기가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문한 짜장면이 나왔는데 정작 맛이 너무 없는 경우이다.

세번째 이유로 보고서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제일 심각하다. 보고가 끝나도 경영진은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아마 결론에 이르기도 전에 경영진은 이미 ‘안되겠다’로 판정을 내렸을것이고, 그 이후에는 아예 ‘주의력’이란 스위치를 끄고 끝날때를 기다렸다가 ‘당신이 무슨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라고 말할것이다. 
두번째와 세번째 이유로 보고서가 거절당하는 사례가 가장 많을 것이다. 대개는 한가지 이상의 문제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결론과 대의명분이 명확하다 해도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전개되지 않으면 누군가를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곧바로 주의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당신은 막바로 잠이 들지도 모른다.


이야기 전개를 위한 구조물

지난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결론-이유-근거자료를 이야기의 중심축이라고 했고 이것이 이야기의 1차구조물이다. 이를 바탕으로 몇가지의 과정을 거쳐 전체 이야기가 말이 되도록 상세한 구조를 잡아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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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2차 구조물 : 이야기에서 다루어질 컨텐츠들이 나열되어 있다.


위 그림은 이야기의 1차 구조물을 좀 더 발전시켜놓은 2차 구조물이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전체 이야기를 두개의 허들로 나누었는데 그림의 중앙부에 표시되어 있다. 이 내용은 앞으로 변하지 않을것이다. 왼쪽은 경영진이 생각하는 방향과 예상질문들이 나열되어 있다. 보고서는 예상질문에 모두 답해야 하고 경영진의 현재생각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고 있다.
중앙의 2개와 왼쪽 1개 등 3개의 색칠된 박스가 지난 에피소드를 통해 나온 결과이다.

2차 구조물은 보고서에 삽입되어야 할 내용과 아이디어들을 무작위로 나열해보는 작업이다. 결론과 근거자료등을 고려하여 보고서에 삽입되어야 할 내용들이 어떤것이 있을지 나열해보라. 위의 예제에서만도 15개의 아이디어나 내용이 점선박스로 표현되었는데 실제 보고서에서는 더 많이 나올지 모른다. 
이 작업에 시간을 충분히 사용하라. 처음엔 그저 타이틀만 적어놓아도 된다.  이 점선박스안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보고서작성 막판에 새롭게 떠오르면 이야기의 구조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

수첩을 들고다닌다면 그저 빈 공백에 그때그때 생각나는 얘기꺼리들을 무작위로 적어놓으라. 물론 각각의 이야기들은 결국 ‘대의명분’을 설명하는 것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각각의 타이틀이 모두 나와다고 생각되면 이제 마인드맵 소프트웨어나 MS워드등의 개요보기 기능을 이용하여 각 이야기거리들의 상세한 내용을 적어보자.
예를들어 ‘추가고장’에 대한 얘기는 이런식으로 구체화 시킬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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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여기까지가 2차 구조물의 작업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 오늘의 이야기이다. 1,2차 구조물의 내용이 좋다하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매끄러운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나는 보통 이 단계에서 위의 그림에서 제시된 모든 박스들을 아래와같이 이야기할 순서대로 배치하는데 이것이 결국엔 보고서의 목차가 된다.   컨텐츠 박스들을 배치하고 구상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추가되기도 한다. 아래 그림에서는 ‘구매계획 일정/자금’부분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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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이야기의 구조물 : 목차의 초안이 나왔다.


짧은 에세이와 긴 에세이

이야기가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하려면 3차 구조물의 그 배치된 순서를 고려하여 한장짜리 짧막한 에세이를 논술형식으로 써보라. 아마 파워포인트로 보고서 쓰기를 여러해동안 반복한 사람이라면 긴문장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러우려면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아마 다 쓰고나면 문맥에 따라 순서를 바꿔야 할 필요성도 느끼게된다.  처음쓸땐 내용이 한장보다 길어져도 상관없다. 중요한건 분량이 아니라 내용이 설득력있게 이어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에세이 형태로 써보면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 바로 드러난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해 설명한 것도 드러나게 된다. 
이야기의 전체 흐름이 나쁘지 않다면 중요한 내용만 남겨두고 내용을 단순화하기 시작하라. 되도록이면 한장이내로 만들어보자.  

만 9년째 되는 29인치 TV가 2008년 12월 23일 브라운관 고장을 일으켰으나, 15만원의 비용때문에 수리가 보류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해당 TV는 리모콘 고장등 두세가지의 문제가 더 있었습니다. 수리기사의 견해로는 추가 고장까지 고치는데 20만원의 비용이 들며, 노후된 타부품들의 고장 가능성도 지적하였습니다.
2010년 아날로그 방송이 완전히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과 5~10년간 사용할 PDP 42인치TV의 가격이 백만원 이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TV에 20만원 을 투자하여 1년간 시청후 디지털TV에 재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이미 주요 방송사의 디지털방송 비율이 50%를 넘었고 각 가정의 디지털TV보급률도 금년말까지 8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형가전사들은 이미 아날로그 TV를 단종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사인 A군 부부와 B양 부부는 이에따라 2008년 디지털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투자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디지털TV가격은 하락을 거듭, 작년초부터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일부 모델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가격하락 하한선에 근접해 있어 현재가 투자의 적기라 판단됩니다. 
LCD TV는 LED 디스플레이 등 기술혁신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며 고가이며, PDP 42인치 제품은 100만원대로 저렴하나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기술의 성숙도와 가격 메리트, 향후 이사할 집의 거실등을 고려할때 120만원대인 50인치 PDP TV가 투자효과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50인치 PDP TV의 경우 국내 B사의 PHD109 모델이 C쇼핑몰에서 12개월 무이자할부로 125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과 성능면에서 경쟁사를 앞선제품으로 평가되고. 일주일 이내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해당 기기의 도입으로 향후 HD방송의 원활한 시청과 더불어 PC등과 연결하여 동영상 및 사진 등을 거실에서 즐길 수 있게 되며, 작년 42인치 LCD TV를 2백만원대에 각각 구입한 A,B부부에 대한 심리적 우월감도 부가적으로 얻게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한장짜리 에세이의 각문장은 보고서 슬라이드를 만들 때, 각 슬라이드의 헤드라인 메시지로 쓰일 것이다. 에세이를 한장으로 줄이면서 불가피하게 생략된 내용들은 아마도 보고서의 본문에 등장하게 될것이 유력하니 삭제하지 말고 뒤에 숨겨놓으라.

이렇게 하면 결국 두가지 형태의 에세이가 나온다. 그 하나는 단순화된 한장짜리 짧은 에세이인데 이 보고서의 정말 핵심적인 내용과 키워드만 담고있어서 각 문장은 슬라이드의 헤드라인 메시지가된다. 나머지 하나의 에세이는 단순화 시키기 이전의 2~3장짜리 에세이인데 생략된 내용들은 본문에 쓰이며 보고회, 프리젠테이션시 그대로 스크립트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슬라이드 노트에 해당 문장을 복사해서 넣고 보고시 이용하도록 하자.

나의 경우엔 모든 보고서마다 에세이를 쓰지는 않는다. 머리속에 내용이 명확하게 그려지면 그대로 목차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가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에세이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를 맞춰나간다.
한장짜리 보고서를 어떻게 잘 쓸것 인가에 대해서는 여기서 더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잘 정리된 책이 있기 때문이다. The One Page Proposal (패트릭 G 라일리, 을유문화사)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은 강력하고 간결한 한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만드는데 정말 유용하다.
한장짜리 보고서를 만드는데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하라. 물론 이책의 내용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드는 지침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만큼은 우리가 목적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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