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명분이 이야기의 구조를 만든다
파워포인트 블루스 17번째 이야기

대의명분이 왜 중요한가

모든 일에 있어서 명분은 중요한 요소같다.  역사적으로도 난을 일으키거나 이웃나라를 침략할때는 항상 ‘대의명분’을 내세워 일을 확산시키고 대중들을 설득했다. 그럴듯한 명분이 없거나 부족할 땐 힘이 있다손 치더라도 명분이 생기기 전까지는 행동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대의명분은 대부분 간단하게 2-3가지로 구성된다.
모든 사람의 머리속에 쉽게 기억되기 위해서다.

보고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꼭 그렇게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해서이다. 아쉽게도 내가 보아왔던 수많은 보고서들이 명분이 약하거나, 아니면 너무 많거나 그도아니면 아예 없어서 경영진에게 거절당해왔다.

예전에 네트웍을 담당하는 A팀장이 새로운 첨단장비의 도입필요성에 대해 회의시간에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보고서의 대부분은 우리가 가진 기존장비에 비해 신형장비가 얼마나 대단한 처리능력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에 맞추어져 있었다. 경영진은 물론 보고를 받으면서 신형장비가 좋다는 것을 알게되었지만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왜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큰돈을 들여 그 장비를 도입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경영진의 질문에 A팀장이 제대로 대답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후 A팀장은 경영진이 거절한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지만 그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신형장비의 성능보다는 기존장비를 계속 운영했을때의 잠재적 위험성에 촛점을 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했더라면 아마 설득이 보다 쉬웠을 것이다.

명분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된다. 수년전 기존의 아날로그 전화와 교환기를 모두 IP기반의 장비로 교체하기 위한 보고서가 반려되어 내가 보고서 수정하는 것을 도울 기회가 있었다. 기존 보고서는 작성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으나 디지털전화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를 64가지나 제시하고 있었다.  3자통화나 화상전화 등이 그 64개의 이유중 하나였는데 경영진이 보기에는 그 기능들이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야 할만큼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기존 전화를 사용하는데 별 불만도 없었다.
그 보고서의 문제는 명확했다. 처음에 그들이 제시한 명분은 경영진의 관심사 밖이었고 너무 많아서 머리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는 새로운 명분으로 ‘경제성’과 ‘음성-데이타 통신의 통합’ 두가지로 수정하고 기존의 64가지는 뒤로 숨겼다.  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분은 언제나 경영진의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었다.  경제성이라는 명분을 설명하기 위해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국제전화 비용을 조사했고 이 비용이 최대 85%까지 절감된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워 경영진을 설득했고 결국 성공했다.

기본적인 보고서의 구조

자 그럼 정리해보자. 보고서의 근간을 이루는 구조는 다음과 같은 3개부문이다.

  • 결론 : 보고서의 최종목표
  • 대의명분(이유) : 결론으로 가야하는 2~3가지의 주된이유
  • 증거자료 : 대의명분이 객관적으로 옳음을 증명하는 증거의 제시

대부분 보고서는 위의 3개 항목을 근간으로 필요한 사항을 추가하는 것으로 구성을 마치게 된다.  결론에서 얘기한 부분을 실행하기 위한 실행계획(일정/예산/추진체계)과  국내외 참조사례, 동향, 우리가 가진 현상과 문제점 등이 적절히 추가된다.

보고서의 모든 내용은 대의명분에 대한 증거제시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언제나 보고서의 첫머리에 자주 등장하는 ‘국내외 동향’과 같은 내용도 의도적으로 나중에 나오는 대의명분과 관련있는 근거자료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보고서를 기획하기 전에 먼저 위의 3개 항목을 먼저 확정을 하고나서 작성을 시작하라. 그리고 확실한 증거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하라. 

한가지 팁을 말하자면 회사의 보고서에서 가장 잘 통할만한 대의명분은 ‘돈’을 절약하거나 더 많이 벌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것은 비용을 절약하거나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대의명분을 숫자로 확실하게 증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예제를 통해 보고서 전체의 구조를 한번 잡아보도록 하자.  나와 아내는 다음과 같은 사건에 직면했다.

  • 구입한지 9년째인 29인치 브라운관 TV가 고장이 남. 수리비 15만원예상

위 사건에 대해 여러가지 조사와 대화를 통해 아내와 나는 각각 아래와 같이 입장이 다른것으로 파악되었다.

  • 아내(경영자) : 수리해서 사용하겠음
  • 나(기획자) : 이 기회에 50인치 PDP TV로 바꾸겠음

아내의 입장이 생각외로 완강하다는 것을 알게된 나는 아내가 나의 결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반격을 시도하리라 생각되었다

  •  TV를 고쳐서 사용하는 것이 저렴하지 않은가 ?
  • 2010년 이후에 LCD나 PDP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겠는가 ?
  • 50인치 TV는 너무 크고 비싼것이 아닌가 ?
  • 전기료가 너무 많이 나오는것 아닌가 ?
  • PDP보다 LCD TV가 더 화질이 좋지 않은가 ?

나는 보고서를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어 기존 TV를 포기하게끔 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설정하였고 위에 열거한 예상질문에 모두 대처할 수 있어야 했다.  여러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구조를 설정하였다.

  • 1차결론 : 아날로그TV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
  • 왜 ? (이유=대의명분) : 2010년부터 아날로그 방송을 중지함
  • 근거자료 : 방송위원회 정책 결정사항 자료제시
  • 추가참고사항 : 디지털TV보급률, PDP/LCD TV 가격변동 추이
  • 2차결론 : 그러므로 50인치 PDP TV를 구매한다
  • 왜 ? : 40~60인치 LCD/PDP종합비교시 가격대비 만족도가 가장좋다
  • 근거자료 : 가격(무이자할부)/성능/화질/전력사용량 비교표

보고서의 전반부는 새로운 TV에 대한 얘기보다는 기존TV에 더이상 투자할 가치가 없음을 먼저 설득하고 넘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TV에 대한 반감이 큰 상태에서 처음부터 PDP TV얘기를 꺼내면 더 반감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기존 TV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명분을 만들어 1차결론을 통과하고 나면 두번째 허들은 더욱 넘기가 쉬워진다.
허들을 통과한다는 개념은 일전에 소개한바 있다.

자, 위에서 제시한 저 간단한 결론과 명분들이 기획단계에서 최초로 나와야 할 구조들이다. 명분없는 보고서는 미드필더 없이 공격수와 수비수만 있는 축구팀과 같아서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다.  기획단계에서 나온 최초의 구조가 탄탄하면 보고서 전체를 구성할때 앞뒤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맞출 수 있다.

머리속에 결론을 먼저 떠올리고 나면 언제나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서 명분과 증거들을 수집하고 예상되는 주요 질문에 먼저 대비하라.  저러한 구조가 그대로 보고서의 목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 이어질 연재에서 저 구조를 좀 더 발전시켜 순서를 정하고 내용을 보강하여 전체 보고서의 구조를 구체화시켜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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