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늦게 (그러니까 월요일 새벽에) 벌어질 첼시와 맨유의 대결을 두고 연일 스포츠신문들의 입방아가 뜨겁다. 기사들을 보면 나름대로 박지성이 선발출전할 수 밖에 없는 정황등을분석해 가면서 열을 올린다.  요즘 난 예전보다 축구시청이 줄어들긴 했지만 안보는건 아니다. 이번 빅매치 정도는 봐주는 센스를 발휘할 요량이다.
 
물론 나 역시 박지성이 선발 라인업에 당당히 들어있는 것을 보고싶다.  그러나 스포츠 신문들의 입방아는 눈에 좀 거슬린다. 지난 챔스리그 결승전을 떠올려보라.
박지성은 로마와 바르셀로나의 혼을 완전히 빼놓은 선수였다.  그런데 결승전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그 상대는 첼시였다 !!
게다가 선발라인업을 결정할 인물은 언론이 아니라 퍼거슨 감독이 아닌가 ? 퍼거슨 감독은 또한 언론과 상대방의 예상을 뒤엎는 라인업을 내놓기로 정평이 나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그래서 한국과 영국언론이 입방아를 찧어댈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 언론을 역이용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할까봐 말이다.

자 불안감은 이정도로만 얘기하고 끝내기로 하자.
이제 본론을 얘기해야 하니까 말이다.  박지성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그는 처음 맨유에 와서 남보기가 민망할 만큼 동료들을 챙겨주는 헌신적읜 플레이를 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그에게 들어가는 패스가 많지 않았다.
아직 그의 플레이를 동료들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같은 시기의 호나우두를 보면 정말 가관이었다. 성장가능성은 높았으나 너무 기복이 심했고 패스를 할줄 몰랐다.  그러나 호나우두는 퍼거슨에게 조련되고 스스로 각성하면서 비로소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게임이 풀리지 않으면 동료들은 으례히 호나우두에게 패스를 몰아줬다. 호나우두는 이에 호응해서 거의 혼자 골을 만들다시피 했었다.
 
난 올시즌들어서 박지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일단 동료들이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볼을 전보다 더 많이 공급받게 되었고 당당하게 페널티에이리어에서 욕심을 부릴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게 된것 같다.
최근 경기였던 미들스보로전에서 박지성은 부진한 호나우두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솔직히 첫출발단계에서만 호나우두를 박지성의 경쟁자로 생각했지, 호나우두의 각성 이후에는 호나우두와 박지성을 비교한다는게 낯간지러운 일이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보로와의 경기는 맨유로 오기직전 PSV에서 보여줬던 미친듯한 각성모드를 연상시켰다. 사실 상대방 입장에서 박지성이 싫은것은 호나우두같이 엄청난 기량으로 골을 터뜨려서가 아니다. 호나우두야 잠깐만 방심하면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상대방의 골문을 가르곤 하기 때문에 맨유가 고전하고 있어도 언제나 승리를 놓치지는 않았었고 상대팀은 ‘그저 부주의 했고 운이 없었다’정도로 여기게 된다.
근데 박지성같은 타입은 정말 팀의 근본적인 약점을 자꾸 건드리기 때문에 짜증나고 귀찮은 존재이고 가끔은 울화통이 터지도록 팀을 침체에 빠뜨리곤 한다.
그건 이미 챔스리그 바르셀로나나 로마와의 경기에서 입증되었다. 상대팀에서 역시 박지성이 월매나 짜증나는 존재인지 알아챘다.  PSV시절에는 AS모나코와 리옹, 밀란 같은 팀들이 그때문에 고생좀 했다.

보로 역시 이날 엄청나게 고생했다.

올시즌 첼시와의 1차전에서도 하마터면 박지성의 골이 결승골이 될뻔했었다.  첼시의 좌우측면은 보싱와와 애슐리콜이 유력할텐데 아마도 호나우두에게는 콜이 쥐약이기 때문에 박지성이 콜과 마딱드릴 확률이 높다. 그외에는 신문에서 여러가지를 얘기하지만 미지수이다. 열심히 서로들 머리를 짜내고있겠지.

확실히 박지성에게 골은 필수적이긴 하다. 골을 터뜨리지 못하면 다시금 동료들의 신뢰에 ‘?’마크가 달리게 될것이고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박지성 본인도 이를 알고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도 없는일이다.  골수는 PSV때 만큼이면 충분하다. 언론엔 10골이라 되어 있지만 내 생각엔 남은 시즌동안 3-4골만 터뜨려도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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