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테이션으로의 전환

By | 2009-01-10

프리젠테이션으로의 전환
파워포인트 블루스 16번째 이야기

지금까지 나와 같이 만들어낸 문서들은 보고서와 프리젠테이션을 겸한 다목적 문서였다.  프리젠테이션 전용 문서는 아닌 것이다.  보고회등에서 발표를 할 때 뒷사람들까지 모두 다 잘 보이도록 본문의 밀도를 조정하고 폰트의 크기를 키웠지만 우리의 문서는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생동감이 약간 떨어지는 정적인 문서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약 20여장의 문서를 가지고 보통 30분에서 50분가량을 발표하곤 하는데 하나의 슬라이드에서 몇분씩 멈춰서 있으면서 내용을 일일히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 모두 집중력을 잃기 쉽다. 우리의 환경에는 언제나 시간적인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언제나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슬라이드를 별도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가끔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정말 중요한 발표자리이거나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나는 프리젠테이션용 슬라이드를 따로 만들어 낸다.  별도로 프리젠테이션용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은 노력이 따르긴 하지만  이미 보고서는 작성이 완료되었고 그 안에 모든 스토리라인이 담겨있기 때문에 대개는 처음부터 완전히 따로 작성하는 시간과 노력을 덜 수 있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 기왕에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기로 했으니 스티브 잡스와 같은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만들기로 목표를 정하자. 
작업순서는 이렇다.  난 먼저 스티브잡스의 키노트 일부분을 발췌해서 거기서 쓰였던 것과 거의 동일한 슬라이드들을 만들어서 먼저 여러분들에게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그 슬라이드들을 우리가 지금껏 해왔던 보고서 형태로 전환해서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나서 전환에 따르는 일반적인 원칙들을 나열하고 설명할 예정이다.

내가 가진 보고서를 가지고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 가는것 보다 역으로 스티브잡스의 슬라이드들을 내가 설명해왔던 형태의 보고서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 원리를 깨닫는 것이 더욱 쉽게 와닿을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티브잡스가 2007년 맥월드 키노트를 통해 설명했던 슬라이드들을 발췌해서 예로 들기로 하겠다.  아래에 제시되는 슬라이드는 조금 많기는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먼저 이들 슬라이드를 보기로하자. (여기에 제시되는 슬라이드는 맥월드 키노트를 보고 내가 유사하게 따라서 직접 만든것들이다. 슬라이드 하단에 스티브잡스의 멘트를 요약해서 적어놓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  이제 아이튠즈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 몇가지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  첫번째로 우리가 드디어 기념비적인 목표에 도달했습니다.  바로 20억곡의 노래들을 아이튠즈를 통해 판매한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3. 아이튠즈의 판매 속도는 정말 경이적인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10억곡 판매에 걸린 시간이 3년이었는데 그 다음 10억곡은 단 10개월만에 팔아치웠습니다.  2006년은 2005년의 두배나 되는 곡을 판매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4. 하루에 5백만곡의 곡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믿기 힘든 숫자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5. 초당 58곡이 판매되고 있는 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6. 지난번에 말씀드릴때 저는 우리가 미국내 5위의 음반판매사라고 언급했었습니다. CD건 온라인 판매건 모든것을 통틀어서 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7. 그러나 이제 우리 사업의 폭발전인 성장세에 힘입어 아마존을 제치고 4위에 올라섰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다음 ‘타겟’을 짐작하시겠지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8. 자 이번엔 TV쇼에 대한 얘기입니다.  우리는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9. 현재 350개의 드라마 에피소드들을 아이튠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0. 또한 이들 드라마가 현재까지 5천만건 이상 판매되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알려드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1. 자 이제 영화로 넘어가보죠,  우리는 드라마 판매사업을 진행하면서 시험적으로 디즈니와 손잡고 영화판매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2. 놀랍게도 서비스 시작 4개월만에 우리는 130만개의 영화를 판매했습니다.  이건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죠.   오늘 여러분에게 새로운 파트너를 소개할 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3. 파라마운트입니다. 파라마운트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정말 좋은 영화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4. 지금까지 우리는 100여편의 영화를 제공했었는데요.  이제 파라마운트의 가세로 250편의 영화를 다음주까지 제공해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영화공급자들이 가세할 수 있을겁니다.  지금까지 아이튠즈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스티브잡스가 위의 슬라이드 14장을 설명하면서 걸린 시간은 3분 25초였다.  슬라이드 한장에 평균 15초를 설명했던 것이다.  이날 키노트의 총 시간은 100분을 넘었는데 중간에 하드웨어를 시연하거나 했던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에는 수백장의 슬라이드가 동원된 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작성하는 보고서는 15장정도에 30분이 소요되니 계속 멈춰있을 때 스티브잡스의 슬라이드는 계속 박진감있게 장면을 전환하면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서를 작성할 때 본문의 밀도를 결정하는 것 처럼,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설계할 때 역시 슬라이드의 밀도를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14장의 슬라이드를 우리의 보고서 형태로 축약하여 작성하면 아래와 같이 단 한장으로 정리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작성한 보고서를 스티브잡스와 같은 형태로 만드려면 보통 10장이상의 슬라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눈치를 챘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보고서를 프리젠테이션 문서로 만드는 것은 일종의 ‘분해’작업이다.  다만 어느수준까지 분해를 할것이냐를 결정하는게 처음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 생각에 스티브잡스의 슬라이드들은 더이상 분해가 불가능할 때까지 분해한 최고로 밀도가 낮은 슬라이드로 생각된다.  그래서 그의 키노트를 오늘의 예재로 채택하여 밀도에 대한 기준점을 잡고자 한것이다.  잡스가 1분당 4개정도의 슬라이드 였으므로 1분당 1~3개 정도가 그 중간이 아닐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4장의 슬라이드가 한장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내용을 보도록 하자. 잡스의 슬라이드 14장은 아이튠즈 스토어에 대한 성과를 말한 것이다. 거기서 잡스는 음악에 중점을 두며 드라마판매와 영화판매 등 총 3가지를 얘기하였다. 슬라이드 상에서 그러한 이야기의 구조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청중들은 듣고나서 머리속에 세가지 얘기를 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키노트를 기획한 담당자는 슬라이드들을 만들어내기 전까지 이야기의 구조를 확실하게 짜놓고 시작했을 것이다.

한장의 보고서로 전환된 슬라이드에서는 구조가 드러난다. 도형을 이용해 왼쪽에 3개의 주제들을 배치해 놓았고 일부러 음악부분을 크게 해서 이부분이 더욱 비중이 높음을 얘기하고자 했다.  애플의 기획자도 이런식으로 일단 구조를 잡고 시작했을 것이다.  대단히 치밀하지않은가? 형식만 잡스의 것을 따라한다고 되는것이 아니다.

구조가 부실한 보고서는 분해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내용이 서로 얽혀있어 떼어내기가 힘들어 그럴수도 있고, 청중에게 전달할만한 의미있는 메시지가 전혀없어서 그럴수도 있다.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보고서의 분해가 원활하게 이루어졌다면 작업의 대부분은 끝났다고 봐야한다.

예외적으로 나는 보고서에는 없는 극적인 효과를 주기위해 스토리라인을 완전히 새로짜기도 한다. 이를테면 처음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하여 주제와 밀접한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하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존의 보고서이ㅡ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른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슬라이드의 수는 보고서용보다 월등히 많으므로 중간에 이야기의 중심축이 흔들릴 여자가 있기 때문이다.
잡스를 보라. 복잡한 설명이 이어진다 싶으면 중간중간에 계속 지금까지 말했던 것을 요약하여 다시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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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프리젠테이션으로의 전환

  1. 푸른곰

    스티브 잡스식 프레젠팅은 철저한 각본이 필수적입니다. 마루와 계곡에 대한 철저한 계산과 파악이 필요하죠. 리허설도 필요합니다. 소개(introduce)와 유측(induce)유도, 그리고 답, 이렇게 삼단 뛰기를 하죠. 기술적인 측면을 보면 리허설을 통해서 어떻게 타이밍 좋게 슬라이드를 넘길까 어떻게 전환(Transition)을 주어야 하는가도 고민해야 하구 말이죠. 아, 그리고 무선으로 작동하는 프리젠터도 필수입니다. 말하는 본인이 넘기지 않고서는 저렇게 솜씨 좋게 할수가 없으니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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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네 푸른곰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100% 맞습니다. 여기에 오늘 좀 더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역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본구조가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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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베지밀

    이번주 내내 문서 준비하고 있는데
    개요짜는 것에서 완전 좌절했네요 ㅎㅎ
    블루스2를 하루종일 쳐다보고 개요 수준 전개시키는걸 연마하긴하는데 매끄럽게 안되더라구요.
    몰랐던게 습관적으로 전체적인 줄기보다 앞부분부터 완성형태로 자꾸 만드려고 하더라구요.
    오늘은 파포로 문서 완성시켜야하는데 구조화 하나하는데 1시간 걸리네요 ㅋㅋ 이번으로 두번째 제작이긴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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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네 베지밀님 말씀대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고 저 또한 글로 쉽게 풀어 설명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줄기보다 자꾸 처음부터 완성하면서 진도를 나가는 방식은 가장 일반적인 실수로 연습이 되지 않는 이상 참으로 고치기 힘든 버릇입니다. 줄기만 잡고 있다보면 웬지 불안해지는 느낌 때문에 그런데요. 뭔가 완성되어 나가는걸 보면 뭔가 성취감이 생기는 것 같고 해서 더 그런것 같습니다. (제 경험담이죠)
      사실 이번에 책을 쓰면서도 가장 대대적으로 수정을 본 부분이 블루스2입니다. 기존것은 놔두고 제가 수정된 판으로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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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ay Ryu

    아 시험준비에 밤을 새고

    잠도 깰 겸 잠깐 집중력도 회복하고자

    방문했는데

    또 이렇게 감동을 안겨주시는군요..^^

    프레젠테이션의 기교가 아닌

    실제로 최근에

    제가 프레젠테이션 및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빼먹고 있었던 부분의 핵심을 깨닫고 갑니다.

    다시 한 번 저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어

    정말 기분좋게 정신차리게 되었네요.

    항상 좋은 가르침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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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계속 자주 들러주세요. 근데 워떤 시험을 보시길래 1월중반에 그리 밤을 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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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물구나무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제가 문서를 만들데 출처를 밝히고 사용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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