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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내가 걸어왔던 길을 축구와 빗대어 얘기하면 편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이제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 되었다. 감독으로서는 세번째 팀이다. 처음 두팀은 괜찮았었다. 선수들도 나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좋은 추억을 남겼고 남들이 에상하던것에 비해 썩 좋은 성적을 남겼다.

처음에 선수에서 감독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믿음을 얻은것이 결국 좋은 결과를 낳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나도 초짜 감독이었고 멤버 대부분 역시 신인급이었다. 처음에 암울했던 것에 비하면 시즌 중반이후 우리가 보여준 약속된 플레이와 조직력은 우리 스스로도 놀랄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첫감독시절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 역시 선수들에 대한 것이었다. 양쪽 파트가 말이 서로 통하지 않았고 이때문에 속도는 떨어졌고 조직력은 느슨해졌으며 팀전체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보통 내 짧은 경험에 의하면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가장 온순한 선수라 하더라도 분통이 터질만큼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기 마련이다.
결국 나는 상황을 주시하다가 판단을 내렸다. 좀 강하긴 했지만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되는 몇명의 선수를 내보냈고 그자리를 다른 선수를 영입해 채웠다. 그 직후부터 팀이 급격하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팀원들을 강하게 프레싱하는 편이 아니었다. 난 그들의 자유를 빼앗지 않고도 얼마든지 엄청난 퍼포먼스를 내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이건 스스로의 자율성을 믿어줘야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어렵지만 한번 퍼포먼스가 나기 시작하면 시켜서 움직이는 조직보다 훨씬 낫다.

내 스스로는 이 자율성보장의 원칙을 ‘9:1의 원칙’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열가지 상황에서 9가지는 네가 좋은대로 해도 좋지만 나머지 한가지 정도는 팀전체를 위해 내가 권하는대로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비록 그 한가지가 조금 불만스러울 수 있어도 말이다.
어차피 팀 전체를 모두 만족시키는 그런 방식은 없다.  누군가가 궂은일을 해줘야 전체가 굴러가니까 말이다.

지금의 팀을 처음맡은 작년엔 본의 아니게 팀의 리빌딩에 1년을 보내게 되었다. 따라서 2008년이 팀의 전체적인 전력을 점검하고 시험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첫해였다.  역시 처음엔 여러포지션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보기 위해 여러 선수들을 여러포지션에 다른 선수들과 찍지워 주는게 보통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하는 방식을 올 한해 시험해왔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조합도 찾을 수 없었고 팀웍을 위한 신뢰관계가 돈독해 지지도 않았던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수개월전부터는 위의 저런 이유들과 개인적인 여러가지가 겹쳐 나 스스로가 슬럼프에 접어드는 바람에 더더욱 말이 아니었다.  아마 내 스스로는 내가 팀원들을 신뢰하는 만큼 그들이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자괴감이 컸던것 같다.
내가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보낸다는 것을 알기는 할까 ?

반대로 나는 그들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 걸까 ?
어제는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 처음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착~ 가라앉은 듯한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다음 시즌엔 다른 방법을 써야할것 같다.  어쨋든 이번 시즌은 내 판단으로는 성과도 있긴 했지만 실패다.~~! 
그러나 난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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