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스날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전반전이 끝나고 나서는 ‘아스날이 이제는 이 지경까지 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비에이라와 앙리가 없었고 피레와 반 페르시에는 선발출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이토록 토튼햄에게 당할줄은 몰랐습니다.

반대로 토튼햄의 입장에서는 전반전에 아스날의 숨통을 끊어 놓지 못한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왼쪽에서 데포의 기가막힌 페인트에 이은 낮게 깔리는 크로스가 저메인 지나스의 발끝만 스쳤어도 경기가 이렇게 끝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난 맨유와의 경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레넌과 데포가 살아나자 토튼햄은 그야말로 활화산같은 공격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레넌은 허리아래까지 올라와서 상대 미드필더의 공을 몇번이나 가로채서 오른쪽 코너를 휘젓고 다녔고 데포역시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오가면서 결정적인 돌파를 수차례 보여주었습니다.

토튼햄은 측면공격에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크로스를 중간에서 잘라먹는 문전쇄도가 약한것이 흠입니다. 저메인 지나스나 미도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키가 크고 덩치가 있으면서 중원을 휘저을수 있는 미드필더가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여러차례의 크로스가 아스날의 골에이리어를 무사히 비행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는데요. 이런 와중에서 킹이 쇄도하여 멋진 헤딩골을 터뜨려주어서 이런 단점이 조금이나마 커버되었습니다만 이젠 매경기마다 그 단점이 눈에 띕니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그런 폭발적인 문전쇄도는 분데스리가 팀들이나 독일대표팀이 좋은것 같습니다. 지난번 유벤투스와 뮌헨과의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간간히 나왔었는데요. 정말 위협적이더군요.

전반전에 아스날이 고전했던 이유는 그들의 장기인 ‘패스’가 제대로 먹히지 않아서였는데 토튼햄선수들이 도대체 패스를 온전하게 줄수도 받을수도 없도록 의욕적으로 뛰어다닌 결과였습니다.

후반들어 피레-반 페르시에가 투입되고 패스가 살아나자 그제서야 아스날 다웠습니다. 아스날이 펼치는 패싱게임에 휘말려 상대팀 전체가 공황에 빠지는 모습을 예전엔 종종 볼 수 있었는데 후반전의 토튼햄이 그랬습니다.

전반전엔 토튼햄의 거의 모든 선수들이 어느누구 하나 못하는 사람이 없을만큼 잘해주었고 반대로 아스날은 베르캄프가 선발출장한 사실도 잘 몰랐을 만큼 전진하기가 힘들었는데요. 후반전엔 후라이팬의 생선이 뒤집어지듯이 모든것이 반대였습니다. 정말 아스날이 패스를 통해 문전까지 당도하는 모습은 예술에 가까웠습니다. 반 페르시에는 계속해서 위협적이었고 레예스나 피레 역시 그랬습니다.

가끔 동료에게 연결해주는 베르캄프의 발재간은 예나지금이나 정말 명불허전이더군요. 아마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고 앙리까지 있었더라면 토튼햄이 와해되기엔 충분했습니다.

제가볼때는 1:1의 스코어로 경기를 마친것이 토튼햄으로서는 다행이었습니다. 또한 전반전에 아스날을 구석까지 몰아넣고도 최후의 일격을 가하지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한판이었죠.

오늘의 이영표는 솔직히 기대만큼은 못해주었습니다.

원래 이영표는 큰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라서 저는 맨유전에서보다 더 잘해줄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PSV시절에도 고비의 순간에서 아약스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 놓은 것이 바로 이영표였고 카푸를 앞에두고 코쿠의 머리까지 정확하게 크로스를 연결시켜 챔스리그 준결승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은 것도 그였다는 것을 상기해 볼때 저는 사실 이번에도 뭔가 한건 해주지 않을까해서 잔뜩 기대를 한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고는해도 이날 경기에서 이영표의 플레이가 특별히 처진것은 아니었죠. 전반전에는 레넌이 오른쪽에서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자연스레 왼쪽보다는 오른쪽에 치우쳤고 후반전엔 레넌이 나가고 리드가 들어오면서 공격보다는 수비쪽에 더 치우쳤기 때문에 이영표의 모습을 볼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스날의 측면공격은 레예스의 왼쪽이 더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그런 이유로 해서 반 페르시에 같은 공격수들을 1:1로 막아내는 장면은 별로 보여주지 못했고 오히려 피레나 페르시에가 이영표와 거리가 있는 중반지점에서 아예 막바로 크로스를 올리곤 했습니다.

그래도 간간히 보여주는 이영표의 돌파는 여전했습니다. 패스연결도 괜찮았습니다만 후반전엔 몇개가 끊기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지요.

어쨋든 경기자체는 흥미 만점이었습니다. 북런던더비라는 타이틀이 우리에게는 한일전처럼 몸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전반전에 토튼햄이 정말 작정하고 나온것 처럼 플레이 할때는 ‘정말 라이벌이 맞나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유로2000(인가?)에서 벨기에가 이를 악물고 네덜란드를 다그치던 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때도 네덜란드가 고전끝에 1:1로 비겼었죠.

양팀이 단지 승점 1점씩만 추가했기 때문에 오늘 첼시의 결과에따라 차이가 더 벌어질지 어떨지가 가려지겠군요.

이글을 다 써놓고 조금있으면 맨유의 경기가 벌어지겠군요. 오늘은 어쨋든 좋은 밤입니다. 매주말 저녁이 풍요로워 졌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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