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침대맡에서 Wall-E를 보고는 잠이 안와 다시 TV를 켰습니다.  와이프는 이미 봤던 영화라 중간에 잠이 들고 저는 끝까지 봤죠.  올가을엔 제 스스로가 무서울만큼 어찌나 감성적으로 변했는지 그 영화를 보고서도 맘이 넘 찡하더군요.  (와이프는 우리집 쓰레기 청소를 항상 묵묵히 하는 저를 Wall-E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만)
감성적이고 뭐고를 다 집어치울 만한 화면이 TV에서 나오더만요.  요즘 들어 가장 잘 나가는 아스톤 빌라와 맨유가 격돌하는 경기였는데 박지성이 선발출전이라더군요.
와우~ 원래 A 매치 다녀왔으면 좀 쉬게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라고…생각했었는데 스타팅멤버 대부분이 A매치를 다녀온 선수들이더군요.  지난 A매치에서 불가리아 대표팀으로 세르비아를 상대로 뛰었던 베르바토프는 가벼운 부상으로 이날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때문에 이날 맨유의 라인업은 호나우두-박지성-루니-테베즈 조합이 나서게 되었고 긱스와 캐릭이 뒤를 받치는 형태였습니다.

박지성이 선발출전하는 것도 그렇지만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빌라의 애슐리 영과 아그라본허의 공격조합, 그리고 제가 가장 마음에 두고있는 골키퍼인 프리델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가 또다른 관심사였습니다.

박지성의 이날 경기 모습은 정말 무승부가 너무 아까울 정도로 잘 뛰어준 경기였습니다. 장지영 해설위원의 말대로 박지성의 공격비중이 가장 높았던 경기였죠.  게다가 그는 왼쪽, 오른쪽, 중앙을 가리지 않고 거의 Free-Role 같이 뛰어 다녔습니다.  호나우두 등 며칠전의 A매치에 참여한 선수들의 피로누적 때문에 박지성의 움직임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전반전에 찾아온 두번의 황금과 같은 골찬스를 놓친것이 일단 두고두고 아쉬웠던 장면입니다.  박지성은 공격의 활로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의 가로채기, 빌라 진영에서의 역습차단 등에도 탁월했습니다.  후반전엔 약간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맨유 공격진 중에서는 가장 좋은 모습이었죠.  테베즈와 교체되어 들어온 나니, 호나우두와 교체된 안데르손은 그저 그랬습니다.  오히려 테베즈, 호나우두가 나가 버리자 박지성의 책임이 좀 더 가중되었죠.

아마 맨유가 이 경기를 잡았다면 선두권인 첼시와 리버풀을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음은 물론 박지성 본인의 가치가 한단계 상승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박지성이  MOM으로 뽑혔겠죠.  어쨌거나 매번 우승을 차지하는 전력을 보유하고있고  빌라에 14연승을 거두고 있는 맨유입장에서는 빌라와의 무승부가 그리 탐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박지성은 확실히 지난 3년동안 조력자로서 만족해왔던 모습을 근래들어 서서히 탈피하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마치 PSV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그랬던 것 처럼 모든 공격의 실마리를 자신을 중심으로 풀려고 하는 것을 굳이 마다하지 않을 심산인거죠.  경쟁자들이 자신을 서서히 옥죄고 있어 그런 위기감이 더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동료들도 적극적을 박지성에게 볼을 배급하더군요.  마치 박지성이 루니나 호나우두라도 되는듯이 말입니다. (테베즈는 여전했지만요 ㅡ.ㅡ)
좋은 징조이고 이런 모습이 조만간 결실을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두경기만에 박지성이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면 psv시절의 크레이지 모드도 남은 시즌에서 가능하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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