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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soft Office Professional 버전을 보면 Access가 들어있죠. 이 녀석과의 인연은 정말 오래되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제 블로그에도 자주 들르는 코드명 ‘정도령’이 팀프로젝트를 위해 구해온 비장의 무기였습니다.  그것도 아직 버전이 1.0도 안된걸 구해왔죠.  네, 그땐 베타버전이었습니다.
아마도 89년에서 92년 사이였을겁니다.  군대가기전이었는지 갔다온 후였는지가 기억이 안나네요.  그땐 윈도우도 버전이 3.0인가 3.1인가였을 겁니다.

어쨋든 이때부터 이 녀석과 맺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속 이 녀석을 옆에 달고 살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오히려 Access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졌죠.  개인적인 용도로, 혹은 업무적인 용도로 저는 Access를 상당히 고급스럽게 사용하는 사용자였습니다.   회사내에서는 Oracle이건 SQL Server건 간에 이들 DB에 연결하여 필요한 데이타를 뽑아내서 뚝딱거리면서 정보를 가공하는 Query Client로도 많이 사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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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안 1.0 : 1997년에 만든 원형, 아직도 사용중이다

제 아버지는 가톨릭 나사업연합회에 계십니다. 여긴 말그대로 나환자를 돕는 사회사업단체인데요. 회원관리나 지로용지발송, 기부금영수증 등을 발송해 주는 간단한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위 화면에서 프로그램이 완성된 날짜를 한번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1997년 12월이었죠.  네 IMF가 터지던 바로 그때입니다. 전 그때 다닌지 3년밖에 안된 회사를 보기좋게 때려치웠죠.  그리고 나서 재수없이 IMF가 터져서 그냥 집에서 놀고있었답니다.
이때문에 아버지를 그냥 도와드리기로 하고 도스환경의 DBASE III로 짠 기존 프로그램을 윈도우 환경의 Access로 바꾸기 시작했죠.

화면은 모두 5개 정도였지만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계속 아버지 사무실의 프로그램을 봐드리기 시작했죠.  2002년에 컴퓨터와 OS를 한바탕 갈아치우면서 두번째로 손을 댔고, 바로 지난달 또다시 컴퓨터와 OS를 갈아치우면서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손봤습니다.  그리고 기부금영수증을 관리하는 화면과 테이블을 추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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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번에 추가된 기부금영수증 관리 프로그램

전 이제는 나이도 먹고 그래서 대기업의 부장이 되었지만 아버지 사무실에 가면 항상 옛날 그대로였습니다.  확실히 예전같지 않아 생각도 잘 안나고 했지만 10월 중순부터 한달내내 이런저런 고생을 한끝에 지난 일요일 일을 마쳤죠.
감회가 또 새롭더군요. 아버지는 제가 바쁜걸 아시고 이번에는 이런 회원관리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짜주는 조그만 회사에 부탁을 하려고 하신 모양입니다.  근데 견적을 받아보시고는 가격이 만만찮음에 놀라시고 지난 10여년간 제가 그냥 해온 일의 금전적인 가치를 그제서야 조금 가늠하셨던 모양입니다. 

사실 가톨릭계열의 이런 사회사업 단체는 주위에 여러군데가 더 있었는데, 그쪽에서는 여전히 이런일을 수작업으로 한답니다. 그래서 항상 제가 만든 프로그래믈 신기해했죠. 그래서 저한테는 아버지를 통해 부탁도 여러개가 들어왔었지만 저는 거기까지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답니다.
이번일만 해도 가장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 시기에 들어와버려서 정말 주말시간과 밤잠을 반납하고 꼬박일해야 했답니다. 뭐 IT를 하면서 늘상 겪는 일이지만 이런걸 부탁하는 사람들은 보통 제가 마술을 뚝딱 부리면 하루밤사이에 이런게 나오는줄 알고들 있죠.

사실 그런게 아닌데 말이죠. 
힘들었지만 다시 MS Access를 마주대하면서 참 감회에 젖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 만감이 교차한다 할까요 ?
이번 가을은 제가 정말 감상적으로 변한거 같습니다…
ㅎㅎㅎ 무슨 작품감상은 아니지만 제가 이 도구를 단순히 업무용으로 딱딱하게만 사용한게 아니라는 증거를 몇개 보여드리죠… 제가 애착을 가질만 하다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2002년 월드컵을 맞이해 급조한 ‘싸이비’라는 배팅 시스템입니다.  회사 인사 DB에서 임직원 이름과 사원번호를 긁어왔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전화를 걸어 어느어느 경기에 몇구좌를 배팅하겠다…라고 말하면 전 배팅상황을 알려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예를들어 2002년 6월 18일 벌어졌던 이탈리아전을 보도록 할까요?  1구좌에 천원씩 총 96구좌가 들어온 가운데 1:0으로한국이 승리한다는 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돈을 걸었습니다. 물론 저는 한국이 2:1로 이긴다에 걸어서 기쁨이 두배였죠.  배당률이 7:1이었거든요
이걸로 월드컵 기간중 거의 업무를 하지 않고 배팅관리하는 일만 했답니다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건 당구관리 시스템인 ‘뽀록’입니다.  각 경기의 상황을 구질까지도 보여줍니다. 이걸 스스로 만들고 나서도 ‘정말 내가 미쳤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을겁니다. 이 시스템으로 인해 각 개인은 자신이 정말 제대로 구사하는 구질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수비력도 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후 …위 화면은 뽀록의 통계화면입니다.

관련포스트도 있답니다…참조하시길… -> 당구와 직업병
 
이제 연차가 더 들수록 웬지 MS Access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 녀석으로 뭔가 대작을 한번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그건 이제 좀 무리일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스타일 자체가 시대의 흐름에는 딱히 맞는것 같지가 않으니까요.  언젠가는 MS Office 2007에서 빠진다는 말도 있어서 저를 긴장시키기도 했는데요. 여전히 2007에서도 살아있어 줘서 내심 기뻐했답니다.

요즘은 참 별거에 다 정이 가네요..
제가 약해진건지 가을이 원인인 건지 말이죠 ㅋㅋㅋ
거의 조침문을 쓰는 기분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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