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축구를 보고 지금까지 정말 늘어지게 잤습니다.  2002년 월드컵때 영국사람들이 축구경기를 보기위해 휴가를 낸다고 하고 정부는 대량 휴가때문에 국가경제에 타격을 받느니 뭐니 하면서 참 지독한 골수팬이군…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저군요.. 오늘 휴가를 냈습니다

일어나서 이것저것 챙겨먹고 치우고 인터넷뉴스와 블로그들을 주~욱 보고나니 어제 경기에 대해 참 논란이 많더군요.  다들 그럴듯해서 누가 맞는지 판단하기는 어렵군요.    그 중심 주제는 ‘볼 돌리기’였죠

오마이뉴스김C는 어제 한국팀의 플레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고 일부매체는 그 논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아예 회피한 것 같이 보였습니다.  네티즌들도 여러가지 의견으로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냈구요.  앰파스의 듀어든컬럼 은 그래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안티월드컵, 냄비얘기와 K리그, 골수축구팬들에 대한 논란으로 계속 월드컵이후가 장식될 것을 생각하니 좀 끔찍합니다.

어제 맥주집에서 축구를 같이 본 제 대학친구들도 축구를 아주 좋아하는 놈들이었는데 같이 소주잔을 섞으면서 황선홍, 변병주, 최순호, 고정운 같은 국대 선수들을 안주거리로 올려놓고 욕설을 퍼붓던 기억이 납니다.  20년이상을 그냥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팬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나 그들이나 지난 20여년간의 국대팀 경기와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은연중에 머리에 입력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장면이 나오면 파노라마처럼 예전의 기억들이 다시 스물스물 머리밖으로 나오곤 합니다.  어제도 그랬는데요  토고선수가 퇴장을 당하자 예전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국대가 메르데카배에서 브라질과 싸우던 얘기가 올라왔습니다.  그때 저도 처음 알았었는데 퇴장은 3명까지가 한계라는 것이었죠.  그 경기에서 우리는 5:3으로 8명이 싸운 브라질을 대파했었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나서는 86년 불가리아와 90년 볼리비아가 생각이 났죠.  프리킥 상황에서는 종종 황보관 선수의 이름이 나옵니다.  그 장쾌한 슛이 그리워 지기도 했구요.  

어제 후반 30분경 한국팀의 볼돌리기가 시작되고나서 좋은 프리킥 찬스를 이천수가 뒤로 돌리는 것을 보고 우리들은 반사적으로 ‘아~ 저러면 안되지~’라고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그야말로 반사적인 것이었지요.

왜냐하면 우리들의 지난 20년의 기억으로는 그런적도 별로 없거니와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로 끝난적이 없어서 였습니다.     그렇지만 경기 결과에 대해선 미친듯이 기뻐했지요.  

그게 저와 제 친구들의 단순한 반응이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승리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는 이탈리아나 유럽, 남미국가들에게는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언제나 광명정대하게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끝까지 보여주는 한국국대의 전통적인 팀컬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설프게 볼을 돌리다가 막판에 동점골을 허용하는 몇몇 악몽이 머리속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그것이 불안해 보일수가 없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런 장면을 회고해 보면 보통 볼을 제대로 돌리지도 못하고 중간에 차단당해 역습을 당하곤 해서 반사적으로 욕설이 튀어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제도 막판에 2-3차례 그런장면을 연출했었죠.  등에 식은땀이 났습니다.  2:1이란 스코어도 그런 역할을 했었죠.  1:0으로 이기고 있는 것보다 2:1로 이기고 있는 것이 항상 불안했었거든요.

토고선수들도 2:1의 스코어에 암묵적으로 동의한것 같이 보였습니다.  지난 2002년 비겨도 되는 상황에서 골을 넣은 포르투갈전을 감안해서 계속적인 공격을 퍼부어 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죠.  사실 2002년에도 한골을 넣은 후에 추가 기회를 무기력하게 놓치고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아 그때도 참 열을 받아했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이유때문에 저는 한국팀의 어제 볼돌리기가 100% 긍정적으로 수용되면서 그냥 정당하게 넘어가는 분위기는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팀의 승리를 현저하게 깎아내리는 것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승리후에 이모저모를 반성해 보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건 딱 한두번만 말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필요하겠죠.  파파라치처럼 그런것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도 정말 정이 떨어지거든요. 

어젠 정말…감격스러웠습니다.  이제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떼어내게 되었죠.  이렇게되기까지 수십년이 흘렀군요.   첫단추를 꿴다는건 정말 중요합니다.  이제는 이런 경험이 ‘늘 그렇게 해왔던것 처럼’이루어져야 합니다.  독일,브라질 같은 팀은 항상 이기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졸전을 펼치고 나서도 잘 지지 않습니다. 

이제 프랑스 차례죠.

저는 아드보감독을 끝까지 믿어볼랍니다…저의 그 음모론도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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