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레알이 리옹에게 개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프랑스리그가 역시 만만찮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년에 아인트호벤이 리옹과 모나코를 막지 않았더라면 이들 두 프랑스팀이 작년 챔스리그에서 일을 냈을겁니다. 작년 챔스 4강전에서 아인트호벤대신 리옹이 AC밀란과 붙었더라도 밀란이 깨나 고생했을겁니다.
릴의 경기는 최근들어 안정환이 소속한 FC메츠와의 경기를 통해 보았는데 솔직히 그 경기가 졸전이어서였는지 릴의 인상이 강력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인상이 남아서인지 어제의 올드 트래포드 구장의 승부는 맨유가 1:0이나 2:0으로 손쉽게 승리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뭐랄까…맨유 입장에서는 ‘불편한'(딱히 좋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데요) 상태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어느 스포츠나 경기에 임해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그야말로 ‘불편하고’,’거북스러울’수 밖에 없는데요. 어제 경기가 바로 그랬습니다. 리그가 다른 두팀이 만나서 경기를 하는 것이니 서로간의 경기전개 스타일이 다른것은 당연지사지만 역시 강팀이라면 자신의 스타일을 상대팀에게 강요해서 끌려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제의 경기는 맨유가 릴의 페이스에 똘똘 말려든 느낌이 강합니다. 맨유의 공격진은 너무 산발적이었고 고립된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으며 수비진은 릴의 역습에 시시때때로 라인 전체가 흔들려 버리는 취약점을 노출했습니다.
역시 맨유는 이제 루니의 팀이 되어 버린걸까요? 어제 TV해설자의 말대로 맨유는 이제 너무 루니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루니가 있기 때문에 다른 공격수들의 활로가 트이는 것이었죠. 루니가 없는 어제의 맨유는 확실히 날카롭지 못했습니다. 반니가 특별히 못한건 없지만 릴의 수비가 항상 빠르게 한발 앞서서 반니를 차단해 버리더군요. 게다가 순간적으로 2-3명이 둘러싸는 모습이란…
호나우두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어젠 확실히 호나우두의 발재간이 통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치만 호나우두가 확실히 약이 되는 그러한 스타일의 팀도 있기 때문에 퍼기경이 증상(?)에 따라 처방만 적절히 한다면 호나우두라는 옵션은 앞으로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어제 퇴장당한 스콜스는 확실히 요사이 침체된 플레이를 보여주는건 확실하구요. 퍼디난드도 요사이엔 간간히 실수를 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안타깝습니다.
이제 박지성 얘기를 해볼까요
작년 챔스리그를 유심히 살펴본 분들이나 적어도 퍼거슨경이었다면 박지성의 플레이 스타일을 프랑스 리그의 모나코와 리옹이 얼마나 거북해 했는가를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그 당시 프랑스 언론에서도 박지성의 플레이를 보고 ‘누가 쟤 좀 말려봐’스타일의 기사를 써냈을 정도였다니까요. 그래서 사실 저는 내심 박지성처방이 프랑스팀에게는 처음부터 통할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을 이번 챔스에 사용하고(체력적으로는 무리지만) 리그 경기에는 교체출장을 시키거나 하는게 어떨까 생각했습니다만 퍼거슨은 저랑 반대의 생각이었나 봅니다.
어쨋든 82분경 들어간 박지성은 작년 리옹과의 경기에서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선사한것과 같은 방식으로 수차례 침투를 시도했고 결정적인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것으로 물줄기를 맨유쪽으로 돌려놓은 것은 눈으로 본사람은 누구나 느꼈을 겁니다.
약간 아쉬웠던 것은 지성-호나우두 조합은 지성-긱스나 지성-루니의 조합보다 파괴력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두 선수의 스타일이 달라서겠죠. 어제도 이 부분이 원활치 못했습니다. 차라리 긱스가 남아 있을수 있었다면 지성-긱스조합으로 문전에서의 결정적인 찬스를 반니에게 제공했을수도 있었는지 모르지요.
지난번 풀햄과의 경기에서처럼 긱스가 지성에게주고 그걸 논스톱으로 빈자리를 보고 뛰어드는 루니에게 연결하여 마무리 하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는데요. 호나우두는 다음 패스를 받기 위한 공간침투와 논스톱으로 되돌려주는 모습은 루니나 긱스에 비해 아직은 약한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좀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호나우두의 스타일이 먹혀드는 스타일의 팀이 분명이 있습니다. 일단 호나우두가 먹혀들기 시작하면 수비의 한축이 때때로 완전히 분해되는 모습을 보실수가 있습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통쾌하죠)
이제는 이번주 토튼햄과의 대결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