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어제 회사앞에서 퇴근길에 간단히 맥주를 한다는게 얘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그 맥주집에서 그만 7시간이나 앉아있어 버렸다.  그래서 집에 새벽 2시가 되어 들어왔고 우연히 인터넷에 들어왔다가 새로운 맥북이 발표되는 장면까지 보게되었다.

뭐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맥북은 1299$,1599$ 두가지, 맥북프로는 1999$,2499$, 맥북에어는 1799$, 2499$로 책정되었다. 또한 기존의 흰둥이 맥북은 999$, 기존의 17인치형 맥북프로는 2799$이다.

국내 가격도 바로 공개가 되었는데 맥북은 209만원, 249만원, 맥북프로는 309.9만원, 389만원, 맥북에어는 279만원, 399만원, 기존 흰둥이 맥북은 158만원, 기존 17인치 맥북 프로는 439만원으로 발표되었다.

아침부터 맥유저들이 가격때문에 들끓을것은 불보듯 뻔했다. 사실 난 발표전부터 욕심을 접었었다. 물론 환율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격을 보고는 ‘뜨아’하긴 했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여줄 수 있었던 엔트리급 노트북의 가격이 209만원이라는건 현재 시장에서 거의 프리미어급에 버금가는 노트북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KMUG나 애플포럼에서 유저들의 질타가 강물을 이루고있었는데 그 글들을 주욱 읽다보니 참 짜증이 밀려왔다. 한국내 가격은 대략적으로 기준환율을 1400원대로 계산하고 잡은 것이었는데 당장 오늘 환율은 1250원 언저리이니 이건 사기라는 것이다.
글쎄 난 생각이 좀 다르다.

어차피 환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기업들은 기준환율을 잡는시기와 주기, 그리고 자신들이 전망하는 환율로 고심하여 제품가격을 매긴다. 그리고 대부분 환율에 상관없이 일정기간을 그 가격 그대로 둔다.  만약 그날그날 가격이 환율에 따라 변하는 연동제 가격이라면 고객들은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주식투자를 하게 되는 셈일거다.
환율전망을 바보같이 잡은 기업이라면 피해를 보게 되어있다. 애플 역시 자선기관이 아닌 돈을 벌기위해 태어난 기업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IT 제품들은 환율변동에 민감하기 마련이어서 애플과 같은 PC업체가 아닌 수억대의 서버등을 생산하는 업체 (이를테면 델이나 HP같은)를 상대하는 기업 소비자들도 가끔 환율에 관심을 갖는다.  나도 예전에 델과 거래를할때 그쪽 영업담당자가 내부적인 기준환율에 대해 나에게 귀띔을 해주곤 했었다.
이를테면 ‘다음분기에 환율전망을 내려잡을 터이니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지금 사지말고 다음분기에 사라’는 귀띔같은것 말이다. 그 분은 나에게 언제나 정확한 정보를 일러주었고 나는 때에따라 사고 말고를 결정했었다.

아마 애플 코리아 역시 바보가 아닌이상 오늘 물건값이 매겨진 제품을 온라인에 올려놓으면서 환율이 오늘은 1250원 정도란걸 몰랐을리가 없다. 그리고 그 가격이란게 오늘 정해졌을리도 없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얼마전에 기준환율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결정을 했을 테고 그들은 앞으로 수개월간을 1400원이라고 보고있는거다.
물론 환율이 앞으로 1200원대를 계속 유지한다면 애플코리아는 앉아서 덤으로 돈을 벌게된다. 그렇지만 반대로 환율이 1500원이 되면 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팔아야 한다.

아마 그들 스스로도 예전엔 120만원에 내놓던걸 209만원에 내놓으면서 쓴웃음을 지었을런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 가격으로는 시장에서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는 사람은 사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지갑을 걸어잠그기 마련이다. 가격은 철저히 시장논리를 따를수밖에 없다. 209만원이란 가격만을 가지고 애플코리아를 욕할 수 없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혹자는 애플이 실제로는 노트북을 중국에서 생산하면서 한국내 가격을 그렇게 받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는데 중국은 어차피 달러화에 맞추어 환율이 변하는 시스템이다보니 중국-미국간은 사실 그 충격이 거의 없다고 할수도 있다.  심지어는 엔화 역시1100원을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  우리나라등 소수만 화폐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난 요즘 계속 Dell의 Inspiron mini 9을 주시하는 중이다. 이 녀석은 아직도 499,000원 정도에 올라와 있다. 미국 가격과 비교해도 거의 1,000원정도의 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인데 아마 이 녀석도 갑자기 2~30% 비싸질지도 모르겠다. 업체들이 견디는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플이 앞으로 수개월간의 환율을 1400원대로 보고있다는 사실이다.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애플이 이렇게 나왔다면 HP나 IBM, Dell이라고 별반 다를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문제다. 그들이 언제 제품에 적용되는 환율을 조정할런지 …
어떻게든 한국내에서 OEM으로 생산하는 업체라면 탄력이 조금 줄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만간 애플의 뒤를 따를수도 있다는게 진짜 큰 문제다.

어쨋든 애플의 이번 신제품은 루머와 거의 비슷해서 김이 빠지긴 했지만 제품 자체는 마음에 든다. 조나단 아이브의 디자인은 해가 지날수록 점차 미니멀리즘, 서로다른 제품계열간의 디자인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Dell이나 여타 업체들의 노트북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애플은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이제는 내적으로 추구한다는 느낌이든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놀랄만한 외형과 기능을 항상 선사했었는데 이제는 굳히기로 안정적인 마켓쉐어 탈취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신제품의 새로운 금형역시 유저입장에서는 그 느낌이 확 와닿지 않지만 그런 공정상의 혁신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점은 많은 점수를 주고싶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