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조종합] 한국 이겼다…그러나

By | 2006-06-13

아드보 감독은 처음부터 후반전에 전력을 다할 생각을 하고 나온걸로 보여졌습니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압박을 시도할 줄 알았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죠.  그렇지만 토고 역시 너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한국 역시 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는 선수들은 더욱 그랬는데요.  물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정신이 없었겠지요. 전반 15분이 지나도록 양팀은 이번대회 통틀어 최악의 졸전을 서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을용은 평소와 다르게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호 역시 그랬구요. 박지성도 자주 범실을 범했습니다.  보통 큰 경기에서 다리가 후들거리도록 긴장이 될때는 짧은 숏패스도 힘없고 짧아지기 마련입니다.  양팀이 전반전에 계속 그런 모습을 연출했죠.

포메이션을 보면 토고는 아데바요르가 최전방이 아닌 지원사격 역할 담당해서 이채로웠고 한국은 언론에서 떠들어대던 그 멤버 그대로 3:4:3 카드를 들고나왔습니다.   전반전을 0:0으로 끝냈더라면 아마 아드보 감독이 의도한대로 였을겁니다.

그러나 행운은 토고에게 먼저 찾아왔고 토고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전방으로 투입된 볼이 김영철과 김진규 사이로 절묘하게 날아왔는데 두 선수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골을 허용했죠.

만약 토고의 이어지는 프리킥 상황에서 이운재가 선방하지 않았더라면 아드보 감독도 어쩔수 없었을 겁니다.  한골을 허용하고 나서 곧바로 김진규와 최진철이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후반들어서는 예상대로 한국이 밀어부쳤습니다.  박지성은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프리킥을 유도해 놓았는데요.   그 자리가 마침 이천수존(^^)이어서 같이 축구를 보던 친구들도 확실히 들어갈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저 역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속팀인 울산현대에서도 비슷한 지역에서 많은 프리킥 골을 이끌어낸 바 있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박주영이 나이지리아전에서 마지막에 그랬던 것 처럼요.

또 하나의 보너스가 토고선수의 퇴장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한국이 압도적인 물량공세를 수월하게 펼쳐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진규 선수를 대신해 들어간 안정환이 노련하게 중원에서 활발히 움직여 주면서 볼을 배급하고  오늘 이상하게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았던 이을용선수대신 김남일 선수가 들어가주면서 여러차례 볼을 차단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안정환의 진가는 후반 27분경 나왔는데 역시 안정환은 후반전의 사나이더군요.  게다가 항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골을 넣어주니 기특할 수 밖에요.   

아드보 감독은 이미 처음부터 후반전에 안정환을 투입할 생각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반전을 그대로 보내기로 한만큼 미드필더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 롱패스위주의 크로스로 조재진에게 경합을 계속 시켰는데요 이 역시 체력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보는 사람은 답답했지만요.

이영표는 전반전부터 일찌감치 하프라인위쪽에서 항상 볼을 기다리고 있었고 역시 이영표다 라고 할만큼 노련했습니다.  송종국도 항상 매끄럽지는 않았으나 2002년의 스타일대로 왼쪽측면에서 중앙쪽으로 밀고 올라오면서 토고 수비진을 괴롭혔습니다.  

자 문제의 장면이 후반 30분경부터 펼쳐지는데 한국팀의 볼돌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행위는 눈살이 찌프려지는 더티 플레이에 속하죠.  관중들도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돌리다 보니 몇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만 한골을 더 넣을 생각을 하지 않았죠.   보셨다시피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괴롭혀서 1-2골 정도의 추가골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전 두가지 가정을 했죠.

1) 체력안배 :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유였습니다.  이날 날씨는 너무 더웠고 토고선수들은 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이 떨어지지 않을만큼 지쳐보였습니다.  쉽게가는 것도 필요할법 했죠

2) 토고붕괴방지 : 이건 그냥 저의 망상인데요.  대량득점으로 토고를 붕괴시켜 남은 두경기를 거의 절망적으로 싸우게 하기 보다는 몇가닥의 희망을 주어 토고가 다음경기인 스위스나 프랑스전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스위스가 (보셨다시피) 워낙에 무승부 메이커이기 때문에 토고까지 스위스와 비겨준다면 스위스로서는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입니다.

이유야 어쨋든 보기가 대단히 않좋았고 이건 저만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vs 스위스

거의 월드컵 유럽예선전의 재판이었죠.  양팀모두 후반전 휘슬이 울릴때 까지 소모전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날카로운 장면은 스위스에 많았죠. 그러나 스위스는 결정력이 없는것이 흠입니다.  프랑스는 후반중반부터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리베리 선수는 위협적이었지만 경험부족을 절감해야 했습니다.

이날 지단의 활동량은 전성기만 못했지만 볼배급 능력은 그대로였습니다.  전반초반부터 스스로 오버페이스 하지 않도록 잘 조절했습니다.

그러나 앙리와는 예전부터 그랬던 것 처럼 잘 맞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지단이 앙리와 찰떡궁합이었다면 프랑스는 조금 더 번창했을 텐데 말이죠.

갈라스, 튀랑, 마케렐레 모두 스위스를 확실히 압도해 내지 못했습니다.    위기에 몰린 도미니크 감독이 사하를 리베리와 바꿔주며 투톱으로 시스템을 바꿨지만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스위스의 포스트 플레이는 정말 위협적이었습니다.   스위스 핵심선수인 프라이는 약간 더티한 플레이까지도 서슴지 않는 거친 선수라 정말 조심해야겠습니다.

코너킥이나 가까운 프리킥은 정말 정말 주의 해야겠습니다.  한국은 토고와의 경기에서도 페널티에어리어 부근에서 곧잘 프리킥을 내주곤 했는데 스위스한테 걸리면 조금 괴로울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쨋든 양팀이 극심한 소모전을 펼친끝에 득점없이 비겨버려서 우리로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되었습니다.   프랑스는 이로써 2002월드컵이후 4경기 무득점이라는 졸전의 행진을 거듭한 셈이 되었습니다.  아마 내일아침 프랑스 신문들은 엄청난 회력으로 도메니크 감독과 선수들을 싸잡아 때려댈 것이 분명하고 한국전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것 입니다.

 

득점이 없다는 것은 나중에 골득실을 계산할때 불리하게 다가올 것이고 무승부이기 때문에 그 경기에서 총 3점의 승점중 단 2점만 두팀이 나눠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날은 또 프랑스 3장, 스위스가 5장의 경고를 받으면서 총 8장의 옐로카드가 나왔는데 프랑스에서는 아비달, 지단, 사뇰이 받았고 스위스에서는 마그닌, 스트렐러, 데겐, 카바나스, 프라이등 핵심 선수들이 받음으로서 다음 경기에서 이들의 플레이가 위축되거나 경고누적으로 한국전에 뛰지 못할 선수들이 생기게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다음경기인 스위스와 토고전이 오후 3시 경기인데다가 사흘을 쉬고 다시 한국과 맞대결하게 되어 있어 체력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에비해 우리는 남은 두경기가 현지시간으로 오후 9시라서 땡볕보다는 더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겠고 스위스보다 하루를 더 쉰다는 장점 또한 있습니다.

오늘 보셨겠지만 한국팀은 여러모로 그리 좋지 못했는데요.  히딩크 감독이 2002년에는 폴란드전에 촛점을 맞추어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린 반면  아드보 감독은  무슨 꿍꿍이인지 토고전에 100%를 맞춰놓지 않고 좀 더 늦추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마치 유럽이나 남미의 강팀들이 그러는것 처럼 말이죠.

선수들의 몸놀림이 약간 무거워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말 아드보 감독이 그렇게 타이밍을 맞추고 있는지는 알길이 없으나 만약 그것이 맞다면 프랑스나 스위스전에서는 지금보다 더 좋은 상태를 보여주리라고 보입니다.

어쨋든…!!

한국…오늘 승리했습니다 !!  저두 너무 기뻐서 미친놈처럼 괴성을 질렀더랬습니다.  전반전은 86년의 불가리아나 94년의 볼리비아전을 보는듯 루즈하고 답답해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는데 결국 해내는군요…

조재진 선수의 …’아~ 쌍시옷 foot ‘이라는 입모양과

이천수선수가 이동국 세레모니를 깜빡한것은 그냥 잊어주기로 하죠

화이링~

저는 이 기세로 브라질전까지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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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oughts on “[G조종합] 한국 이겼다…그러나

  1. ersgod

    대단한 녀석 .. 다 시청하고 평까지 벌써 달아놨구나.

    이천수가 손에 입맞춤한게 이동국 세레모니래 ,…

    니 예상대로 한국팀에 아직도 히든카드가 있기를 바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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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 이동국하고 비슷하지 않아 난 몰랐네
      어제 경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들 많더군…
      앞으로도 논란이 많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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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현섭

    이렇게 관전하다가 전사한다…체력도 생각을 해야지…

    물론 후반에 공을 돌리는 모습은 좀 dirty한 모습이었구, 프리킥마저 뒤로 돌린건 정말…
    하지만 월드컵 원정 첫승에 의미를 두고 싶네. 그리고 때에 따라 dirty하게 하는 것두 전술이 될 수 있자너..ㅎㅎ

    만약 공격적인 축구를 하다가 3-2로 역전패 당했어봐. 이런 이야기들 안나오지..병신들 왜 돌리지 않구 그랬냐구 했을거야.ㅎㅎㅎ

    어쨌던 넘 기분 좋은 날이다. 요즘 집안 일때문에 맘이 편하지 않은데 말야…프랑스도 함 잡아보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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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난 3:1이나 4:1로 이겨주길 바랬던 거지…
      토고는 경기력을 보니 최약체가 맞는거 같더군..
      오늘은 집에서 쉰다…월차냈어
      사무실에서도 다들 걱정하더군..그러다 죽는다고..
      그래도 우린 유로2000때도 항상 아침 7시에 최근했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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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에리

    더위와 잔디 적응에 문제가 있던 듯… 어쨌든 상대에 따라서 전술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해볼라구…
    우리의 수비력을 감안할때 다음 경기인 프랑스에서 골을 안먹긴 힘들고 3:2 정도로 조심스럽게 예상을 하나 그 3이 한국이 될 지 프랑스가 될 지…아!!! 또 몇일을 고민해야 하는거야? ㅋㅋㅋ
    어젠 을룡이가 왜 그리 발이 무거워 보이는지 안타까워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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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잔디는 문제더군. 모든팀들이 다들 고전하는것 같아.
      미끄러워넘어지지, 볼은 빠르지, 발이 푹푹들어가니
      지치지… 주요 변수로 떠오른 느낌이야
      프랑스전은 좀 편하게 보자구…프랑스애들도 많이 늙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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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도령

    어제 전반은 정말 실망스럽더군. 처음에야 탐색 중이니 그려러니 했지만.. 뭔 넘의 탐색(?)을 전반 내내 하냐? -.-;
    암튼.. 어제는 송종국이 어느 정도 제 기량을 찾아 보이는 게 나름대로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내 맘대로 5단계로 평가를 하면..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송종국, 김남일은 별 넷..
    이천수(솔직히 골 말고는 별 기여가 없었다), 이운재, 이을용는 별 셋..
    이호, 김영철, 김진규는 별 하나(말이 별 하나지 Worst다) 주겠다.
    나머지는 평가 유보 내지는 거의 별 둘 수준으로 보고 있고, 별 다섯은 없었다.
    그나저나 우리 수비 어떡해야 하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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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예전에는 조병국을 생각했었는데 요즘같아서는 김진규가 향후 대표팀 수비의 10년을 이끌어나갈 놈인거 같아. 킥력이나 피지컬한 측면이나 말야…그놈이 맛이 가면 안된다구 이번 대회에 성장해 줘야해..그래야 4년후를 생각하지
      어제의 실수를 생각하지말구 다음번에 잘해주면 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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