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어제 퇴근을 하고 TV를 켰습니다.   저는 코리안 시리즈를 하는줄 알았죠.  TV를 켜자마자 김선우의 투구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어제 정말 잘던지더군요.  빅매치의 품격을 높여줄만한 명품 투구였습니다.  상대팀인 롯데의 송승준도 5회까지 두산의 까다로운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더군요.

경기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코리안 시리즈의 그것과 같더군요.   이정도의 분위기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MBC와 삼미의 팬이었는데 아시다시피 지금은 LG와 히어로즈로 바뀌었죠.
제가 응원하는 이 두팀은 강팀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훨씬 오래 흘러 LG와 현대로 바뀐다음에야 우승을 할 수가 있었죠.  그전까지는 김종모-김성한-김준환 등 김씨성을 가진 강타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해태의 독무대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MBC와 삼미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 어쩔수 없이 다른팀을 하나 찍어서 응원해야 했습니다.   예를들어서 1984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롯데와 삼성중에서 롯데였죠.   삼성은 원년부터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어린 제눈에 보기에도 삼성은 돈으로 쳐바른 구단이라는 인상이 강했었죠.   84년 유난히 삼성을 증오했던 것은 김시진-김일융이라는 삼성의 원투펀치가 페넌트레이스 중 MBC와 삼미에게 철저하게 강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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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배터리, 최동원과 한문연, 롯데는 어제 바로 이 유니폼을 입고나왔다


특히 삼미가 김시진에게 농락당하던 꼴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치욕이었습니다.   그런데다가 시즌 막판 삼성이 한국시리즈 상대를 약팀으로 고르기위해 져주기 게임을 하면서 까지 롯데를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분개했습니다.   학교에가서도 친구들을 상대로 분통을 털어놓았고 삼성을 응원하는 놈들을 저주했었죠.
그래서 당연히 1984년엔 롯데를 응원했습니다.  비록 전채전력이 열세인것은 알았지만 롯데에는 믿을맨 최동원이 있었거든요.   1984년의 최동원은 정말….. 내일의 죠에 나오는 주인공 처럼 모든것을 하얗게 태워가면서 역투에 역투를 거듭했죠.  롯데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최동원 혼자서 거의 끌고 갔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였습니다.

7차전에서 삼성은 김일융이 나왔고 내내 부진했던 유두열이 결국 마지막에 심장에 대못을 박는 좌측 쓰리런 홈런을 터뜨리면서 삼성을 침몰시킵니다.  전 롯데팬도 아니었는데 밤새도록 길길이 뛰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흐믓한 시즌은 1994년이었습니다.  제가 응원하던 LG와 태평양이 나란히 1,2위를 했고 결국 LG가 우승까지 차지했었거든요.  94년의 LG의 라인업은 환상이었습니다.   서용빈과 김재현이 아마 그때 등장했을 겁니다. 그리고 유지현까지요.   이를 꽉다물고 던지는 김용수도 그때까지 건재했었죠.
그 시즌직후 저도 LG에 입사하면서 잠실구장 야구표도 종종 공짜로 얻어내곤 했었죠.
그 95년이 역대 최다관중 수립기록을 세운 해였고 잠실구장이 일조를 한 해였었죠.   90년대 중반은 이종범의 원맨쇼를 해마다 지켜봐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믿어지지 않는 불가사의한 선수가 이종범이었죠.   상대팀으로 이종범이 출장하면 정말 돌아버리는줄 알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린치라도 가해야 하나 고민까지 했었죠.

근데 어제 경기 말입니다~
지금까지 얘기했던 84년, 94년의 열기와 비슷한 것이어서 말이죠.  또한번 몸이 후끈 하더군요.  둘다 제가 열렬히 응원하는 팀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넋을 놓고 경기를 봤습니다.  바로 옆 채널에서는 요미우리와 한신의 경기를 해주던데 사실 그 경기도 빅매치였음에도 열기는 사직구장에 현저히 밀리더군요.

올시즌의 롯데,두산은 모두 대단합니다.
저는 원년부터 LG팬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두산은 좋아할수가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다가 가장 응원하는 팀이었던 삼미를 원년에 무참히 짖밟았던 팀이기도 해서 더더욱 그렇죠.    그러나 어제의 두산은 정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더구먼요.  
김선우는 이제 완전히 맘을 잡았더군요.   서재응-조진호 등 부진을 면치 못하는 메이저리거 출신들과는 이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봉준근-송승준(어제등판) 이 두명도 거의 마음을 다잡았고… 사실 복귀한 투수들이 펄펄 날아주면 더 재미날 텐데말이죠.

그리고… 김.현.수….. 이누마는 전성기의 장효조를 연상케해서 기분이 나쁩니다.  우리편일때는 이뻐죽겠지만 상대편으로 나오면 정말 기분나쁜 타자입니다.  제가 투수도 아닌데 괜히 던질데가 없어 보이는거 있죠.   이러다가 정말 상대팀에서 이종범이 타석에 들어서는 것과 같은 공포감을 주었던 그 레벨로 성장하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어제 롯데도 대단했지만 두산이 조금 더 단단했죠.  경기자체도 정말 야구의 장점을 모조리 보여준 수준높은 클래스의 아주 좋은 경기였습니다.   올해 포스트시즌의 프리뷰 같았는데요.   정말 올시즌 포스트시즌은 박터지겠군요. 

P.S – 어제 1박2일팀이 클리닝타임때 들어와서 물을 흐렸다죠?  그때문에 송승준의 어깨가 식었다고 하는 소리도 있더군요.   이제 방송사의 쇼프로는 빅스포츠이벤트 마다 끼어드는 것 같군요.  경기자체에 전혀 영향없이 자기들끼리 그러는거야 상관없겠지만 어제와 같이 직접적인 영향까지 주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전 사실 아직도 올림픽 핸드볼 중계에 끼어든 것도 불만스러운 데 말이죠.  2002년 ‘이경규가 간다’때와 같이 응원석에서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는정도가 가장 적당한 선일겁니다.  그때는 저도 정말 그걸 재밌게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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