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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반전드라마 작가, 류현진


역시 그냥저냥 쉽게 이기는건 한국팀의 체질에 안맞았던 모양이다.  1회부터 멤버 전원이 드라마 한편을 공동으로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이떄문에 하마터면 심장이 멎어서 돌아가실 뻔한 순간이 여러번 있었다. 
글을 시작하기 앞서 한국팀의 MVP를 나름대로 꼽아본다면 ‘이용규’다.
이 친구는 매경기 식재료도 않좋은 상황에서 매끼니를 거르지도 않고 이승엽에게 밥상을 차려줬었다.  특히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세끼도 모자라 새참과 야식까지 깔쌈하게 차려놓았고 결국 식욕부진이었던 대식가 이승엽이 일본전과 오늘 쿠바전에서 그걸 맛있게 받아먹었다.

이용규는 오늘 한점차로 쫓긴 상황에서 쿠바의 최종병기 라조로부터 우측펜스를 원바운드로 맞추는 직격탄까지 쏘아올려 밥상도 차렸지만 설겆이까지 모두 해냈다.
바로 이어진 쿠바의 공격에서 쿠바에서 가장 요주의해야할 인물 벨에게 좌측펜스 중단에 꽃히는 솔로홈런포를 맞고나서 이용규의 타점이 절대반지와 맞먹는 뼈에 사무치도록 중요한 타점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가 MVP라 생각했다.

사실 오늘 경기는 푸에르토리코 주심이 좋아하는 바깥쪽 꽉찬볼을 누가누가 잘 넣나 싸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건 솔직히 프로경기의 스트라익 존에서 한두개 빠지는 볼인거 같았는데 웬만큼 팔이 긴 타자가 아니면 이볼을 감당해 내기 어려웠다.

쿠바나 한국이나 1회부터 9회까지 시종일관 이 코스로만 공을 집어넣었고 조금이라도 안쪽으로 몰리는 공은 거의 무조건 양팀 타자들이 쳐냈다.   다행히 오늘의 류현진은 경기 초반 주심이 이 공을 잡아주기 시작하자  거의 집요할만큼 이쪽으로만 공을 몰아서 집어넣기 시작했고 쿠바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었다.

쿠바의 타자들에게 혀를 내두를수 밖에 없었던 것은 류현진이 던진 수많은 볼중에 딱 2개가 제구가 가운데로 몰린 공이었는데 그 2개를 몽땅 스탠드에 꽃아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어디 사람인가?)   아마 주심이 다른 성향을 지니고있었더라면 오늘의 투수전은 없었을지 모르고 승부역시 장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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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내가 뽑은 한국팀 MVP, 완벽한 테이블세팅

1회초 이용규의 바가지 안타에 이어 이승엽이 홈런을 쳐버리자 온몸의 털이 모두 꽃꽃하게 서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승엽은 이런 큰경기에서 왜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
어제도 심장마비탄을 쏘아올리더니 …

이승엽도 작가였지만 류현진도 드라마 작가이긴 마찬가지. 
그는 정확하게 한국팀이 리드할때마다 쿠바가 잘 따라오도록 한점짜리 홈런을 곧바로 내주었다.   9회 들어서는 이도 좀 약했다고 생각했는지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볼넷 두개를 묶어 9회말 1사 만루라는 심근경색, 고혈압 콤보메뉴를 준비하고 덕아웃으로 사라진다.

사실 오늘의 승리공식은 언제 류현진을 교체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류현진을 9회까지 밀어붙인것은 정대현이나 다른 투수들을 못미더워 한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류현진의 구위가 8회말까지도 거의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미 류현진이 적응해버린 스트라익존을 다른 투수들이 들어와서 적응못할 경우, 정말 대박이 터지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 즈음 불펜에서는 부상당한 진갑용이 정대현의 공을 받아주고 있었다.

류현진이 콤보메뉴를 준비하자 강민호가 세트메뉴를 완성한다.  심판에게 어필하다 그대로 퇴장당해 버린것.   이건 뭐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였고 2명뿐인 포수중 멀쩡한 포수 한명이 퇴장당한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도 들어있지 않은 거였다.
결국 불펜에 있던 진갑용과 정대현이 세트로 끌려나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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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세트메뉴 완성자. 덕아웃에 들어가며 글러브를 공삼아 투수흉내를 내보다.


아… 나쁜놈들… 이런 시츄에이션을 만들어 놓다니…
같이 야구를 보던 와이프가 내 발바닥을 만져보더니 묻는다.
“오빠 발바닥이 왜 축축한거야? 날씨는 시원한데 ?”
“내 생전 이렇게 심금을 쪼이는 야구경기를 본적이 없어서 그런거지..”

난 그렇게 비양심적인 사람은 아니다.  나도 야구를 많이 봐왔고 별별 결과가 다 나온것을 봤었다.  게다가 내 기억엔 양키즈에게 연이틀 홈런을 3개나 허용하고 고개를 떨군 김병현의 기억도 있다.   따라서 나는 마음속으로 조심스럽게 배팅했다.

‘그냥 1점으로 막아라…연장가자’

글쎼 나만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거다.  이 글을 보는 분들도 역시 그정도가 아니었을까 ?  적어도 쿠바가 외야플라이 하나 정도는 칠 수 있을거 같았다.
그 사이에 정대현이 투나씽을 잡아 놓고 있었다.

허구연해설위원과 캐스터가 정대현이 국내 최고의 싱크볼러 인것을 말하고 있는 순간 바깥쪽으로 낮게 깔려가는 정대현의 싱커에 타자의 배트가 딸려나오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배트에 맞는 순간, 화면이 전환되기도 전에 나는 타구방향이 박진만의 정면이란걸 단 1%의 의심도 없이 알 수 있었다.

병. 살. 타 …!!!!

내 집안에서 그렇게 큰 소리를 내보긴 처음이었다.

모든 시청자와 허구연 해설위원까지 속이는 반전드라마… 그걸로 게임이 끝났다.
한기주가 마운드로 달려나가는 것이 보였다.
이런 써글놈들…내 심장을 1/3로 만들다니…. 헉헉

이걸로 올림픽 드라마 최종시즌 9편 완결 !!

잭 바우어가 나오는 미드 24는 작가가 수백명이라더니 야구도 단한사람만 작가 노릇을 하는게 아니구먼.  그래도 오늘 에피소드의 주필은 류현진이군… 아직도 뭔가에 홀린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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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즌종료를 알리는 정대현의 잘익은 싱커


P.S – 오늘은 각본없는 드라마를 두편이나 보는군요.  장르는 다르지만 감동은 영원할겁니다.  핸드볼, 야구 모두 수고했어요. 그리고 여러분들도 올림픽 보느라고 수고하셨구요

P.S 2 – 핸드볼 포스트가 다음블로거 뉴스 상위권에 랭크되는 바람에 집에서 운영되는 서버가 다운직전까지 갔었습니다.  혹시 느려져도 이해해주세요.   개인블로그라 지금까지 별게 없었는데 역시 포털에 한번 노출되니 무서운 속도로 시스템 리소스를 잡식해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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