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테이션 젠

By | 2008-07-1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가지 종류의 책들

프리젠테이션이나 파워포인트를 잘해보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대개 하는 첫번째 행동은 일단 서점으로가서 책을 사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기능은 모두 마스터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 역시도 가끔 파워포인트나 프리젠테이션 관련 서적들을 사보곤 한다.
뭐든지 분류하려고 하는 습성을 가진 나이기에 프리젠테이션 서적을 몇가지로 분류해보라고 시킨다면 아마 세가지 정도로 나눌 것이다.
 
첫번째는 ‘따라하기’책이다.  특정예재를 두고 책대로 따라하면서 예재를 스스로 완성해 가는 그런 방식이다.  보통 수십가지의 예재들이 제시되며 처음으로 파워포인트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하나 두번세번 반복해서 읽어볼만한 정도는 아니며 기능의 습득에 목적을 둔다.

두번째는 ‘기능참고서’이다.  목차는 파워포인트의 기능별로 나열되어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모르는 기능을 찾을때 더 유용해서 영한사전같이 쓰일 수 있다.  

새번째는 ‘프리젠테이션 스킬과 매너’에 대한 책인데 말그대로 프리젠테이션시의 팁과 화술, 내용의 구성 그리고 환경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물론 위와같은 세가지 외에도 파워포인트 디자인서식이나 클립아트들을 모아놓은 그런 책들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위의 세가지 부류가 대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프리젠테이션 젠은 위의 세부류의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유파의 무공을 들고나왔다.   저자인 가르 레이놀즈의 블로그인 Presentation Zen은 책이 출판되기 전부터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책 역시 외국에서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국내에 출간되지 마자 조용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esentation Zen Blog


뭔가 다른종류가 필요하다

사실 파워포인트 등과 같은 프리젠테이션 도구의 사용자들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바는 ‘어떻게 도구를 다루느냐’하는 관문을 넘어서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예전같이 파워포인트를 다룰줄 안다는 자체로 학교나 회사에서 전문가 취급을 받는 시절은 지났다.    이미 학생시절부터 파워포인트를 다루기 시작했으며 부장급의 간부사원들도 스스로 파워포인트로 문서 작성을 웬만큼 해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워포인트의 기능을 익히는 관문은 대부분이 이미 통과했다.

문제는 그 다음 레벨로 도약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책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 무언가’를 글로 명확히 제시하기는 참으로 곤란하다.  분명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우리 스스로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엇’을 누군가 제시하면 그것이 ‘그 무엇’과 일치하는지는 판단할 수 있다.  “맞아 내가 원하는게 바로 이런 내용이었어”하고 외치며 말이다.

그것은 결국 뭔가 눈에 보이지 않고 실체도 없는 ‘내공의 구결’에 가까운데 가르 레이놀즈는 이런 어려운 작업을 잘도 형상화 시켰다.  (글이나 말로 형상화 시킨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작업이다)  
예전에 우리가 즐겨봤던 만화인 슬램덩크에 나오는 주인공 강백호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레이업 슛을 연습하는데 도무지 잘 되지가 않는다. 공은 계속 백보드에 강하게 튕겨서 튀어나올 뿐이다.  이리저리 자세를 계속 교정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때 누군가가 공을 ‘던지지말고 놓고오는 기분으로 하라’고 말해준다. 
강백호는 모든 자세 등을 잊고 단지 ‘놓고오는’ 그 느낌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레이업 슛을 성공하면서 뭔가를 깨닫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esentation Zen


Presentation Zen

자… 그럼 이책의 내용이 어떠할지에 대해 느낌이 왔는가 ?   
가르 레이놀즈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도 레이업 슛을 할때의 팔의 올바른 각도와 스텝등 에 대한 내용이 아닌 ‘공을 놓고온다’라고 하는 내공구결이다.  그것은 어떻게보면 너무 간단하고 시시해 보이지만 슬라이드를 작성할 수록 언제나 절실하게 다가오는 원칙들이다.
그가 예제로 제시하는 슬라이드들도 모두 그러한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있는 것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에서 제시된 슬라이드가 정말 전형적인 Presentation Zen의 특성을 나타낸 것인데 단순명료하면서도 우아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해 내었다. 
저 슬라이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암시하고 있다.  피상적으로 대충 이 책을 읽어넘기는 사람들이라면 내재된 원칙보다 아름다운 슬라이드를 만드는데 연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행간에 내재된 저자의 의도와 경험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원칙과 체계를 잡아나가고자 한다면 이 책의 내용은 더없이 훌륭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것을 제시한 예제들도 마찬가지로 직관적이며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가령..아래와 같이 더 이상 내용자체를 축소하기 힘든 복잡한 슬라이드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예제는 책이 아니라 Blog에서 인용되었다

아래와 같이 단순한 슬라이드와 유인물로 분리하자는 명쾌한 아이디어가 그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실로 돌아와서

프리젠테이션 젠의 사상에 감명받았다고 해서 당장 아래와 같은 슬라이드를 양산해 낼 수는 없다.  그건 이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고 예전에 파워포인트 블루스의 첫회 연재에서 충분히 그 이유를 얘기했었다.    짧막하게 되풀이하자면 우리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거의 워드프로세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래서 우리들은 Presentation Zen과 같은 유용한 책을 읽고나서도 아래와 같은 텍스트가 가득한 슬라이드 작업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억나시는가? 파워포인트 블루스 연재물의 에제중 하나이다

그럼 Presentation Zen에서 제시한 저자의 원칙들은 현실세계와는 다르단 말인가?
그건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  현실에는 제약사항이 따른다.  프린트 하는것을 고려해야 하고, 별도의 프리젠테이션 무대없이 보고서로 배포되어야 하며 필요한 내용을 꼭꼭 채워넣어야 한다.  그러한 기본적인 제약범위를 1차적으로 만족시키고 나서 그 원칙들을 적용하면 된다.

내가 파워포인트 블루스를 통해서 항상 주장하는 바도 레이놀즈가 주장하는 것과 맥락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  결국 정보를 나열해서 무미건조하게 보여주지 말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명료하게 청중들에게 전달하자는 것 아니던가
물론 바로 위의 슬라이드는 저자인 레이놀즈와 책에서 소개하는 전문가들이 싫어할만한 모습을 갖추고있지만 말이다


네번째 종류의 책들

어쨋든 프리젠테이션 젠을 읽은 분이라면 이 책이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계기로 새로운 시각과 내공을 다루는 책들이 계속 나와주기를 바란다. 

비록 파워포인트나 프리젠테이션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좀 더 나은 문서를 작성하기를 바란다면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방법’을 다룬 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파워포인트 서적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공간이 바로 이것이며 중급자 이상의 실력을 가진 지식노동자라면 접근해 볼만한 카테고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예를들자면 바바라 민토가 쓴 ‘논리적 글쓰기’나 패트릭 라일리가 지은 ‘One Page Proposal’ 같은 책들 말이다.  스토리 텔링이나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가이드북 같은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중 바바라 민토의 ‘논리적 글쓰기’는 전체 프리젠테이션의 내용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대단히 유용한 책이다.
프리젠테이션의 내용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와 같은 책들이 파워포인트를 가지고 일하는 우리들이 봐야할 네번째 서적 카테고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Facebook Comments

13 thoughts on “프리젠테이션 젠

  1. 지니랜드

    잘 보고 갑니다. ^^;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프리젠테이션 젠을 읽었을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네요.

    Reply
    1. demitrio

      ^^ 감사합니다~ 프리젠테이션 젠은 예전부터 많이 드나들던 블로그였는데요. 레이놀즈가 말하는 것도 사실 보편적인 진리이고 사실 특이할것도 없습니다만 참으로 정리도 잘했고 예제도 유효적절했죠 ~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도 그의 주장이 보편타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

      Reply
    1. demitrio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언제나 그정도의 내공을 가지게 될런지 까마득하군요 ^^

      Reply
  2. iDreamer

    안녕하세요. 프레젠테이션 관심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블로그입니다만, 이번 글은 조금 어불성설이네요.

    프레젠테이션젠 책을 한 번 읽어 보시고 나서 이야기하셔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작성하신 분께서 평소에 만드시는 스타일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와 프레젠테이션젠의 슬라이드가 철학적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좀 어이가 없네요.

    Brain Rules라는 책을 읽어 보면, 인간의 뇌 자체가 한 번에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파워포인트가 워드프로세서라고 단정 짓는 부분에 대해서도 약간 지나치게 현실과 타협을 하시는 부분이 보이네요.

    파워포인트가 있으면서 워드프로세서는 왜 있을까요?
    다만 사람들이 파워포인트가 더 편하니까 그렇게 변화가 됐겠죠. 하지만, 그 변화가 잘못되었다면, 프레젠테이션젠의 철학을 이해하시는 분이라면 현실 세계에 어떤 혁신을 주시기 위해서 과감한 모험을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프레젠테이션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툴입니다. 그렇게 빽빽한 슬라이드를 커뮤니케이션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그걸 잘 했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그런 슬라이드에 중독이 되어 그것이 잘못되고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 하는 것이겠죠.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Reply
    1. demitrio

      의견감사합니다. ^^ 저도 물론 책이 나오기 전부터 프리젠테이션 젠 블로그의 주요 구독자중 하나입니다. 지적해주신 사항은 제 생각에도 그렇다고 생각되는부분입니다. 제 연재물의 제목이 ‘파워포인트 블루스’인것은 ‘파워포인트와 같은 프리젠테이션 툴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애’정도로 달리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결국 우리가 강요당하는 현실은 ‘파워포인트를 워드프로세서로 사용하기’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는 겁니다. 그러니 제가 현실과 철저히 타협했다는 말도 역시 맞는 거지요.

      다만 철학적인 맥락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물자체로 본다면 젠에서 보여주는 슬라이드와 제 슬라이드는 완전히 다르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다르지 않고 다만 제 경우에는 현실적인 제약사항이 여러개 더 가미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젠 블로그같은 글을 읽고나서 답답했던 부분은 실제로 회사에서는 그러한 프리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파워포인트를 가지고 보고서작성을 더 잘하는 방법에 대한 얘기들이나 책, 가이드라인 등 또한 너무 적었죠. 많은 동료들이나 후배들도 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파워포인트 블루스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거였죠.

      저의 작업이 100% 파워포인트 블루스에서 소개한 슬라이드 같다고만 생각하시면 오해입니다. 할수 있는 기회가 되면 당연히 그런 지루한 포맷에서 탈출해버리곤 하니까요. 아마 많은 직딩들이 그러할 겁니다.

      Reply
  3. Playing

    안녕하세요 ~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제 생각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검색하다가
    어찌저찌 오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기본적으로 생각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표현해가는 도우미로 받아들어야 하겠지요? 핵심은 현실적으로 기업의 내부 보고서나 프로젝트와 결코 떨어뜨리지 못하고, 실상 다르지 않는 자리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쓰신 글이라고 생각되네요

    어째든 아직 학생이고, 가지고 있는 생각을 객관적인 실험에 이은 데이터로 변화시키는 것도 벅찬데.. 이런저런 고민중에 잘 보고 갑니다 (__)

    Reply
    1. demitrio

      네 맞습니다 ^^ 프리젠테이션 젠을 보면서 범할 수 있는 오류는 그 형식만 흉내내는데 그치는 것입니다. 즉, 프리젠테이션 젠에 나온 예제와 같은 슬라이드를 따라서 해보고 그냥 그것이 핵심인줄 아는 것이죠.
      사실 이 책은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만드는 원칙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르 레이놀즈 자신이 굳이 ‘Zen’이란 단어를 붙인 것도 이 책이 외형적인 슬라이드 디자인 참고서가 아닌 프리젠테이션의 사상을 말하겠다고 하는 것이지요. 이 책에 예재로 제시된 슬라이드들을 보면 레이놀즈의 스타일이 거의 일관적인것을 볼 수 있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일관된 그런 형식이 레이놀즈가 말하는 프리젠테이션의 원칙이 아니라 사실은 슬라이드 표피아래에 숨어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발현될 수 있는 형식미는 레이놀즈와 다를수도 있죠.
      아마 레이놀즈의 원칙을 그대로 지키더라도 전혀 다른 외형을 가진 슬라이드들이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 책은 무술의 외형적인 면을 다룬 ‘외공’서가 아니라 내면을 강조한 ‘내공서’라 봐야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에는 이야기를 전개시키거나 풀어나가는 기술등은 구체적으로 없는데요. 이점은 레이놀즈 역시 생각이 있으리라 봅니다. 다음책에서 그런것들이 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Reply
  4. wizard32

    Presentation Zen은 책은 완독하지 못했지만.. 블로그는 RSS로 구독하면서 흥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위의 분께서 Presentation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생각하는
    Presentation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요소가 바로 ‘청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청중들은 님께서도 말씀하신.. 보고서 형식의 PPT를 요구하고, Audience-oriented가 기본인 Presentation은 청중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몇가지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레이놀즈식의 이미지화된 슬라이드와
    유인물을 함께 출력해서 제출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저는 청중이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허허허.. 물론 청중의 기대를 뛰어넘는 마스터피스를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런 능력은.. 우리같은 보통사람에게는…
    멀고도 먼 산이네요.. OTL

    개인적으로 프레젠테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자료들을 보고 있는데,
    이곳도 즐겨찾기 추가하고 많이 배워가야겠습니다~ ^^;;

    Reply
    1. demitrio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개인적으론 가르 레이놀즈도 자신의 책에 정말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절반도 제대로 꺼내놓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책을 쓰는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을 까 생각됩니다.
      문자로 표현되는데에는 너무 한계가 많은것 같습니다 ^^ 뭐랄까 그 내면에 포함된 ‘느낌’을 읽어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젠 같은 책은 더더욱 그렇죠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겨찾기도 더더욱 감사 ^^

      Reply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