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의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리버가 여러가지 제품을 차례로 쏟아 내놓고있다.  DMB전용 포켓TV부터 와이브로 게임기, 신형 HDD MP3플레이어, PMP…까지 기존에 출시된 전자사전 정도를 제외한다면 제품라인업을 풀체인지 할 듯한 기세다.

나도 오랫동안 아이리버의 애용자였다.  MP3 CD플레이어부터 플래시 메모리형태까지 다양하게 말이다.  그리고 작년에서야 아이팟 나노로 스위칭했다.

2005년 라스베가스 CES에 출장을 갔었는데 그때 H10이라는 야심작을 빌게이츠가 들고나왔더랬다.  나도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나는 며칠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를 보러갔다.  전시장에 접근하는 입구에서 부터 ‘Life is Random’이라는 아이팟 셔플의 의기양양한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제대로 역공을 당한 셈이었다. (애플의 첫번째 핵폭탄) 국내업체들은 애써서 자위했지만 (실제로 셔플이 국내시장을 많이 잠식하지는 못했다)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때부터 가격 주도권을 애플에 넘겨줘 버렸다.   사실 그 전부터 아이리버 매니아나 측근들로부터 아이리버가 헝그리 정신을 잊었다라는 소리를 간간히 듣던 터였다.

애플이 나노를 내놓자 또 다시 모든 업체가 들썩였다.(두번째 핵폭탄)   4기가 메모리 탑재플레이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가격으로 말이다.    또 다시 가격을 끌어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고  이제는 애플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꼴이다.

아이리버는 2004-5년  2년동안 혁신이나 발빠른 사업다각화를 보였어야 했지만 불행히 찬스를 놓쳐버리게 되었다. 주가는 곤두박질을 쳤고 요즘엔 잘나가던 때의 1/3토막이 나버렸다.  사상 최고가 행진을 계속했던 증시가 엊그제 같은데 레인콤의 주가는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1조를 바라본다던 회사는 이제 연간 매출 그래프가 처음으로 꺾이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고 올해는 다만 흑자로 돌아서기만 바라고 있다.

최근에 나온 DMB포켓TV는 좋았지만 월드컵에 맞춘 게릴라성 제품에 불과하다.  그 방면에 도가 튼 경쟁자들이 약간 더큰 화면에 같은 무게에 더 얇은 포켓TV를 가지고 곧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DMB는 아직 제한적이다.   초반의 게릴라성 성공도 전국적이지 못한 국지성 폭우로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와이브로 게임기는 더욱 무모해 보인다.  와이브로는 KT와 SKT가 적극적으로 살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통신수단이다.  SKT는 HSDPA에 우선적으로 전력을 다하기로 전략을 이미 수립해 놓은 상태이고 그놈의 VoIP때문에 쉽사리 정액제 상품을 내놓지도 못하는 처지다.   정액제 상품이 등장하지 못한다면 아이리버의 와이브로 게임기는 그야말로 끝장이다.  

PMP쪽은 이미 경쟁이 극에 달해있다.   PMP야 말로 최근에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컨버전스의 대명사가 되어버려서 웬만하면 명함도 못내밀기 일쑤다.  들고다니는 사람과 함께 차량에 부착되는 사례도 많아졌다.  내 예상이 맞다면 그들은(아이리버를 포함해서) 나중에 MS의 오리가미 프로젝트의 산출물과 힘겨운 싸움을 벌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가격격차가 많지만 거의 분명히 만나게 될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지 않은 악재는 아직 애플의 세번째 핵폭탄을 맞지 않은 상태란 것이다.  불행히도 올 하반기에는 예감상 신형 아이팟이나 또다른 애플의 킬러가 등장할 것 같다.  딱 그정도의 주기가 이제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내가볼때 애플은 좋은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인텔 맥 라인업도 정리가 끝나가는 마당에 새로운 아이팟 하나쯤 등장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상황이 이러니 위에서 주욱 예쁘게 지나가는 아이리버의 신제품들을 보면 그저 안스러울 뿐이다.   이 모든것이 아이리버의 자충수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나는 애플과 맥과 스티브 잡스의 추종자이지만 그렇다고 애플이 국내유망 업체를 난도질 하는 꼴은 차마 보기 어렵다.   올해말까지가 고비가 될 것 같다.  

레인콤이여 … 건투를 빈다…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