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사람도 경악시킨 조갑제의 컬럼

By | 200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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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대단한 용기...그런 사설을 아직도 쏟아내고있다니

사실 나로 말하자면 정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과 의견으로 대열에 동참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이보다는 정치에 상관없이 은둔하며 유유자적하는 한량에 가깝다.   물론 나라꼴이 어찌되던 전혀 상관치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굵직한 사안에만 관심이 있을 뿐 세세한 것에 대해 말꼬리를 잡고 특정인물을 몰아세우는 능력은 없다고 하겠다.

내 블로그 역시 정치나 종교색은 전혀 내비치지 않겠다고 처음에 시작할무렵 내 스스로 다짐을 했었다.   블로그를 운영해오던 지난 2년간 이런저런 굵직한 정치문제로 울컥 거린일은 있었으나 나의 심경을 블로그에 올린일은 한번도 없었다.

현재 근무하는 곳이 남대문이 내려다 보이는 빌딩이라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한 근황과 동태는 다른 지역에 있는 동료들보다 몸으로 체감하는 바가 남다르다.   그동안 시청광장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퇴근해야했기 때문에 차가 막히고, 불편했던 경험은  지난 한달동안  밥을 먹은 횟수와 비슷할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시청광장 옆을 거북이같이 지나갈때 창밖에서 쳐다보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이상스레 죄스런 마음이 들었던 것은 내 몸과 마음이 뭔지모를 사안에 대해 이미 한쪽방향으로 반응하고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때문에 지난 목요일에는 나 역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상쾌한 기분으로 말이다.  마치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나올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할까…

이상으로 최근에 벌어지고있는 촛불집회에 대한 나의 백그라운드를 먼저 밝혔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지난주인가 조갑제란 사람이 쓴 ‘청와대가 먼저 미제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논조의 사설을 읽고 일단 1차로 경악을 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유이지만 을지문덕 장군이 적장에게 보낸 조롱섞인 싯구가 떠올랐다.   이놈의 사설을 정말 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아니면 글쓴이가 두세번 꽈베기처럼 비틀어서 누군가를 조롱하는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있는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원래 글쓴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가 쓴 글들을 몇개 더 읽어보면 된다.  이건 마치 GPS수신기가  4-5개의 위성을 이용해서 자신의 위치의 오차를 줄여 정확하게 파악해 내는 원리와도 같다.

어제 조갑제란 양반이 올린 해방구 속의 孤島 청와대 대통령이 숨어 있다 에 대한 논평을 오마이뉴스에서 읽고 또한번 믿어지지 않아 아예 조갑제닷컴에 들어가서 원문을 읽었다.   그런데 오 마이뉴스에서 말한것이 거의 사실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토해내고 있는 우스꽝스런 사설의 내용이 아니다.

그는 아마도 오마이뉴스나 경향신문 등 진보적이라고 불리우는 언론들이 떠들던 말던 앞으로도 입이 살아있는한 계속 그와 비슷한 내용의 쓰레기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것이 명명백백하기 때문에 그의 사설 내용과 단어를 놓고 매번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최근 조갑제의 사설 두개를 읽으면서 난 지난 십수년동안 조중동을 철저히 외면해 왔던 것을 뼈속깊이 후회했다.  너무나도 조중동을 철저히 외면해 왔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논리를 펼치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판에서 대통령, 장관, 총리와 같은 직책을 가지는 것은 일장춘몽 같은 것 같다.  그들이 권력에서 물러나기 직전부터  비로소 입장이 바뀌어 그들이 사냥을 당하는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며 후임 정치가의 손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냥도구가 쥐어진다.
그러나 수십년간을 ‘일장춘몽’이란 단어없이 생생하게 버텨오고 있는 부류들은 언제나 사냥도구를 쥐어주며 충동질하는 세력인데 이들은 정권이 바뀌면 바뀌는데로 그에 적절한 색깔을 띠며 여론과 정치가들의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어쨋든 자신들이 ‘사회지도세력’임과 동시에 애국자임을 자처하는 자들이다.

나는 그 어처구니 없는 사설이전에 이런자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하고 아직도 오피니언 리더인양 날뛰는 꼴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그렇지만 어제까지의 사설로만 미루어 본다면 그는 정말 고맙게도 충실하게 촛불에 기름을 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이 포스트의 초반에 을지문덕이 수나라 우중문에게 보내는 시에 대해 언급한 것은 혹시 조갑제가 나와 같이 초야에 묻혀 행동하지 않는 게으름뱅이까지 촛불문화제에 끌어낼 목적으로 일부러 멍텅구리같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하는 음모론적 상상이다.

진짜 그정도까지 생각하고 글을 쓴거라면 어제 서울광장에 익명으로 보내진 양초 수십상자도 사실 조갑제 그 양반이 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만한확률은 모기심장보다 더 작겠지.
그러나 그 양반의 멍청한 글이  나같은 한량도 서울광장에 나가게 만들었으니 조갑제도 이번 촛불집회의 배후중 하나인 셈이다.    부탁컨데 6월8일이나 9일쯤 지금까지의 사설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가 쎈 글을 하나 내보내서 6월10일집회에 더 많은 분개한 한량들이 모이게 해줬으면 좋겠다.

※ P.S – 포스트의 맨 위에 불가피하게 조갑제의 사진을 넣은것은 혹시라도 우연찮게라도 그 분을 목격하거나 만나게 되면 알아보고 덕담이라도 한마디 건네자는 뜻으로  넣은것이니  글을 읽을때 신경이 쓰이더라도 참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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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oughts on “무지한 사람도 경악시킨 조갑제의 컬럼

  1. 단군

    ㅎㅎㅎ…글 아주 조리 있게 잘 쓰시는군요…저런 양반들 글을 접하면 뒷골이 띵 하다는…그런데 글 중에 말 입니다, 찌질이 조갑제군을 을지문덕 장군께 비교 하는 대목에서는 제가 다 울컥 하는군요…비교 대상 자체의 선정에서 상당한 외압이 있었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있을수도 있으니 글을 조금 수정해 주시는게…저런 찌질한 글을 위해서 위대한 을지문덕 장군을 비교한다는게 상당히 꺼림칙 합니다만…그리고, 사진 고맙습니다..사냥갈 꺼리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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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ㅎㅎㅎ 감사합니다… 을지문덕 장군은 저도 조금 찝찝합니다만~ 조롱하는 글이니 그냥 그렇게만 봐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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