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쇠고기 그리고 …

By | 200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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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고시가 있던 5/29일 프로젝트 회식이 있어 잠시 분을 삭혀야했지만 시청근처에서 1차만 마치고 막바로 시청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거의 9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라 간신히 행렬의 끝에 붙었었죠.  종각근처까지도 저는 여전히 꼴찌로 술냄새를 풍기며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운상가까지 걸어가서 뒤를 돌아보니 제가 더이상 꼴등이 아니라 행렬의 거의 중앙이더군요.   제 걸음이 빨랐던 것이 아니라 행렬이 불어나 버린 것이었습니다.   저같은 386세대의 끝자락에 걸려있는 사람은 이런 시위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저와 같이 가셨던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계시는 형님이나 우리팀 동료 역시 그렇지요. 
저는 1987년, 재수를 하면서 서울역 근처에서 보냈습니다.  거의 매일 최루탄에 둘러쌓여 살았고 오후마다 전경들과 시위대행렬을 통과하여 집으로 갔습니다.  그 당시에는 시위대의 대다수가 대학생들이었는데 그때의 제 눈에도 들어온 변화중 하나는 시위대에 점차 시민이 가세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위 넥타이 부대들이 도저히 참지를 못하고 시위대에 뛰어들고 있었죠.  그리고나서 6.29 선언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날씨도 비슷하고 시기도 비슷하며 장소 역시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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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거리, 시위대가 이렇게 양쪽 차선을 꽉 채운것을 본지가 얼마만인가

다만 그때와 달라진 것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계층입니다.   이번 시위는 정말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말그대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더군요.  저도 처음 가두행진을 하면서 느낀것이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 역시 암묵적으로 이에 동의하는 것 같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박수를 보내주거나 피켓을 들고 시위대를 격려하는 시민들도 많았고 길이 완전히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며 시위대에 욕을 하시는 분도 보았습니다.   
 예전엔 시위를 구경하면서 얼굴을 찌프리거나 혀를 차는 어른들이 많았고 시위때문에 차가 막히면 짜증을 내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희안하게도 이날 반대차선을 지나는 차량들을 유심히 보니 다들 표정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겠더군요. 
버스안의 승객이나 자가용 운전자들이나 거의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만 차에 있다는 것을 겸연쩍게 여겨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분들이 더러있었고 경적을 울려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지금은 글을 쓰면서 오마이뉴스의 속보를 계속 보고 있는데요.   자정이 넘어 삼청동 부근에서 경찰이 드디어 물대포를 동원하기 시작했군요.   기름을 부은 셈이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후우~ 쌩뚱맞은 얘기지만 에피소드 한가지…  부랴부랴 시위행렬을  쫓아가려는데 김밥이 남았으니 와서 가져가라는 방송이 나와 배도 고프고해서 시청광장 무대에 갔더니 김밥을 나눠주더군요.   플라자 호텔을 지나 구호를 외치면서 한개를 먹었는데  너무 맛이 있었습니다.  전혀 기대도 안했는데 말이죠. 정말 정성스럽게 준비한 그 김밥 덕분에 소리칠 힘이 조금 더 생겼었습니다. 
같이간 이부장님 표정을 보니 역시…눈이 동그래지시면서  ‘아니 시위용 무료김밥이 뭐 이리 맛이 있나?’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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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촛불, 쇠고기 그리고 …

  1. 효준,효재아빠

    선배두 거리로 나갔네. 나두 그런 쒸레기를 우리 애들이 먹으면 도끼들고 환장을 하겠지만..거리로 나갈 형편이 못되네..

    글구 시위를 할 때 먹는 김밥..그 맛이 정말 진품이지.

    옛날에 광주에 전대협 발대식에 갔을 때(아마 내가 전대협 마지막 학번이 아니었나 싶네..), 민가협 어머님들이 만들어 주신 그 김밥 맛은..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애. 내 손목보다 굵은 깁밥에 들어 있는 건 단무지 하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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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요즘은 가족단위로 나오던데 뭘~ 원래 당구장에서 먹는 짜장면이 맛있듯이 그런데서 먹는 음식은 좀 각별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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