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보다는 냉철함과 치밀한 분석을 보여줘야 할 영화 평론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먹이감이 되겠지만 따뜻하고 감성적인 것을 좋아하는 영화팬들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이 물결을 이루게 할 영화였다. 곽재용 감독은 전작 ‘엽기적인 그녀’에 이어서 이번의 ‘클래식’에서 자신의 발판을 확고하게 다짐과 동시에 다방면에서의 성공을 동시에 이루어 냈다.

손예진은 지금까지 몇편되지 않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연애소설’과 ‘클래식’으로 완전히 멜로영화 스타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찬스를 잡은것 같다. 그녀가 보여주는 눈물과 미소는 능히 관객들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조인성과 같이 빗속을 뛰어가면서 가까워지는 도서관을 원망스러워함과 동시에 사랑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스스로 놀라워하는 그녀의 표정과 빗속에서 조승우과의 슬픈조우 장면은 정말 가슴뛰는 장면이었다.(물론 이 장면 뿐만 아니라 그림같은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사실 클래식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조승우가 아닐까 싶다. 손예진도 손예진이지만 조승우의 연기력은 정말 가공할만 했다. 조인성과 조승우의 역할이 바뀌었더라면 영화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정말 아찔하다. 그가 손예진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우는(?)장면을 연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사실 작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보면서 안성기-한석규의 바통을 이어받을 대형남자배우가 정말 드물구나 하고 생각했었더랬다. 그런데 준비된 배우 조승우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그는 클래식과 같은 정통 멜로나 드라마에서 앞으로 더욱 빛을 볼거라 확신한다.

곽재용 감독은 제목에서와 같이 철저하게 관객과 야합(?)했다. 그는 치사하게 관객이 원하는 내용을 모두 보여주었다. 그는 구태여 보여주지 않아도 될 뒷얘기 하나하나를 모두 관객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여 내앞에 가져다 놓았고 나는 그걸 하나하나 맛있게 받아먹어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알면서도 당하는게 무엇인가를 체험했는데 그것도 일종의 기분좋은 체험이었다 하겠다. 그가 관객의 입맛에 준비한 메뉴들을 몇가지 살펴보자.

1. 조인성은 조승우의 아들이었고 그럼으로써 못다한 사랑이

대를 이어 완성된다.

2. 손예진이 결국 얄미운(?) 친구를 제치고 조인성을 차지한다

3. 조승우는 월남에서 살아돌아온다

뭐 사실 곽재용 감독은 이외에도 무수하게 관객들을 배려하는 메뉴들을 곳곳에 준비해놓았다. 이러한 메뉴에 감미로운 음악까지 가미되니 정말 더할 나위가 없지 않은가

괜객들이 원하는것을 해주기 위해서는 우연적인 설정이 필요했고 이것이 극적인 사실감은 떨어뜨렸지만 많은 관객이 이를 눈감아 주었다. 손예진과 조승우가 처음만나는 시골에서의 조우자체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나기’를 영화화 한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조승우의 친구 태수가 손예진과 정혼한 사이라는 것도 그랬고 나중에 조인성이 손예진과 만나는 것도 모두 우연의 연속이다. 이것은 관객이 묵인해 주지 않았다면 사실상 용서가 안되는 부분이지만 손예진과 조승우 때문에 무마된 느낌이다. 솔직히 내용만으로 보면 이 영화는 현대판 신파극이다. 만약 감독이 캐스팅에 실패했다면 유리같이 깨지기 쉬웠던 시나리오를 감안했을때 참패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곽재용 감독의 전작 ‘엽기적인 그녀’ 역시 관객들에 호소하는 그림같은 장면 하나하나와 전지현, 차태현이라는 환상적인 궁합의 캐스팅, 감미로운 음악의 결합덕분에 사실 내용상으로는 별 볼일 없는 영화를 최고흥행 영화반열에 올려놓은 것을 상기해 볼때 이번 ‘클래식’ 역시 배우와 내용이 바뀌긴 했지만 곽재용 감독이 동일한 방법으로 관객의 자극을 시도했고 또 다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고보니 그의 다음번 시도가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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