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인가 87년의 어느날…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그 지겨운 참고서를 양옆에 쌓아두고 저녁밥을 만족스럽게 해치운다음 책상앞에 앉아서 수학의 정석을 폈다.

그리고 내 워크맨의 이어폰을 귀에 꼈다.  저녁 8시…황인용의 영팝스가 시작되는 시간이고 모든 고교생을 포함한 수험생이 평일 저녁 가장 즐겨듣는 프로이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2부까지 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고 기억한다.   이런저런 곡을 흥얼거리면서 듣고 있었는데 황인용 아저씨가 새로운 곡 하나를 소개하겠다며 음반을 걸었다.   무심코 들어서인지 나는 그룹이나 곡명을 모두 놓쳐버렸다.

LP를 걸자마자 전파->워크맨->이어폰->내귀 를 통해서 들려오는 사운드는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밴드가 존재하다니 !!   다음날 만난 친구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그 얘기 뿐이었다.

도대체 이 밴드가 누구인가 ?? 엉??
당췌 어디서 굴러먹다가 이제와서 떡하니 나타난 거란 말인가 ??

일단의 경탄과 욕설(경탄의 욕설)이 끝나고 어제 라디오를 들은 친구들에게 탐문조사를 한 결과 어제 나왔던 밴드의 이름이 ‘마스터 어브 퍼펙트’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곡명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 다음 행보는? …

당근 청계천으로 빽판을 사러가는거다..

아마 다음 주말에 막바로 사냥을(?)하러 청계천8가 벼룩시장 뒤의 OO레코드를 방문했던것 같다.   그리고 ‘마스터 어브 퍼펙트’란 그룹의 빽판을 찾으려고 애들끼리 나눠서 섹터별로 뒤지기 시작했다.   뒤지던 도중 우리또래의 다른 그룹또한 며칠전의 황인용 방송을 듣고 왔다는 소리를 듣고 그쪽과 연합해서 방대한 빽판박스를 일일히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들은 발견하지 못했고  그 레코드사 주인인지, 상주인력인지 모르겠지만 빽판에 정통한 인사와 대면을 했다.   그런데 그 빽판아저씨는 그런 그룹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나도 그게 뭔지 찍어내고 싶다고 했다.

그 후로도 사냥은 계속되었고 황인용 아저씨는 밀려드는 엽서다발 때문에 몇번이나 그 곡을 다시 틀어주게 되었다.  자연히 우리는 밴드이름이 ‘마스터 어브 퍼펙트’가 아니라 ‘메탈리카’임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 문제의 곡이 ‘마스터 어브 퍼펫츠’라는것도 알게되었다. (일부 친구는 퍼펙트라고 끝까지 주장하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허허~ 상황이 그렇게되자 빽판도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직 컬러빽판이 도입되지 않아서 저 위의 앨범의 흑백버전을 입수할 수 있었다.   그 앨범을 처음 발견하던 순간…

” 커헉~ 얘네들은 앨범쟈켓마저 포악하기 이를데가 없구나! 이 음악을 들었던 애들이 다놀라 뒈져버려서 이렇게  앨범쟈켓을 한모양이다 ” (아~ 단순해라 그시절)

내 기억엔 그것이 메탈리카가 한국에서 인지되었던 초기였고 그들은 그때부터 20여년간 수퍼그룹으로서 락음악계를 호령하면서 이미 무너져내린 70년대의 수퍼밴드들을 대체하게 된다.    그때 들었던 클리프 버튼의 웅웅 거리는 베이스는 적진에 포탄을 마구 퍼붓는 람보를 연상케 했고 그때의 그 충격을 아직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음반을 발표한 해를 마지막으로 클리프 버튼은 비극적인 사고로 목숨을 잃게된다 (흑흑)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와 친구들은 그들의 내한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프 가렛이나 스모키 따위의 공연은 그 당시 눈에 차지 않았다.   그런데 서로 다 늙은 처지에 이제서야 오다니…그래도 가야겠지?

딱 20년을 기다렸는데 말이다… (2006. 8. 15일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 마스터 어브 퍼펙트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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