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서 우연히 텔레비젼을 켜니 마침 임창용이 나와 있더라구요.
전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시작할때부터 언더핸드 투수들에게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언제나 잠수함 투수들에게는 아군이든 적에게든 인심이 후했습니다. 김병현이 메이저 리그에 갔을 때 솔직히 ‘차라리 임창용이 모든 면에서 낫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사실 부상과 트레이드, 개인적인 문제 등 여러가지가 겹치면서 임창용의 지난 수년간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던지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정말 언론에서 떠들던 임창용의 대한 기대가 거짓말이 아니더군요.
약간 긴장한 듯이 보였지만 거인의 클린업트리오인 오가사와라 – 이승엽 – 라미레즈를 삼자범퇴시켰습니다. 첫 상대인 오가사와라에게 볼세개를 스트레이트로 던져놓고 침착하게 카운트를 하나 잡아낸 직후가 사실 분기점이었습니다. 원쓰리에서 던진 빠른공에 오가사와라의 방망이가 밀리며 좌익수 플라이가 되었는데 이 시점에서 임창용이 냉정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이승엽에게는 그야말로 완벽한 승부를 펼쳤습니다. 공격적인 투구로 연거푸 2-0을 만들어 놓고 공하나는 버린 후 승부공을 한가운데 꽃아넣었는데도 이승엽의 방망이가 미처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라미레즈는 타이밍은 잘 맞췄지만 3루수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났고 말이죠. 어쨋든 야쿠르트 감독이 이번 시즌 회심의 미소를 지었겠습니다.
뒤이어 등판한 이가라시 역시 오랜만의 등판으로 흥분하고 긴장된 빛이 역력했고 그때문에 제구가 되지 않고 볼이 뜨긴 했지만 워낙에 좋은 피지컬과 힘을 가진 선수라 150킬로 정도로 형성되는 직구가 저절로 홈플레이트 앞에서 떠오르더군요.
임창용과 더블스토퍼 체제를 구성한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이가라시 역시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두명이 다 날아다녀야 정말 볼만한 게임이 될것 같고 야쿠르트 역시 올시즌에 승률을 높일 수 있겠습니다. 이 두명만 완벽하다면 야쿠르트의 수비는 7회로서 종료되는 셈이니까요.
어쨋든 게임을 보는 내내 야쿠르트의 감독 생각이 나더군요.
‘이야~ 야쿠르트 감독~ 흐믓하겠구나 오늘~’
작년까지 마운드에 없었던 두명의 후보를 차례로 가동시켜 완벽한 타선을 올시즌에 구축한 요미우리를 눌러버렸으니까 말이죠. 이가라시가 9회에 실점했다면 아마 어깨에 힘이 빠져버렸을 텐데 그래도 무실점으로 아슬아슬하게 막았기 때문에 오늘 나온 두명의 구워투수 모두 확실히 탄력을 받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