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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애마부인 시리즈를 능가하는 걸작 성인영화가 우리앞에 나타났으니 그 제목은 ‘서울에서의 마지막 탱고’였다.   그 내용이 너무나 외설스러워 우리들끼리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면 해러포터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자’처럼 감히 영화제목을 다 부르지도 못하고 그냥 ‘서마탱’이라는 코드네임으로 부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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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마탱의 쥔공 오수비

물론 나는 우리반 애들의 1/3가까이가 서마탱을 볼때까지도 ‘서마탱’이란 용어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조차 알지 못했지만 똥개와 후장, 아즈라엘(모두 애들 별명)이 하는 얘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오수비란 여배우의 충격적인 노출과 정사신, 그리고 믿을수 없을 정도로 크고 예쁜 가슴 얘기에 결국 거사를 결심하고 아직까지 서마탱을 보지 못한 친구한명을 끌어들여 자율학습 시간에 학교담을 넘어 극장에 가기로 계획을 짰다.

우리의 계획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혹시라도 극장에서 학생주임을 마주치게 될까봐 우리는 영화가 시작하고 어두워진 5분후에 기습적으로 입장하여 자막이 올라가기전  유유히 빠져나올 계획이었다.    애들 사이에서 ‘서마탱’의 시청률이 높았던 것은 학교 근처의 청원 극장에서 장기상영 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물론 학교근처의 극장이라 위험했고 적발시 정학을 당하거나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이름도 까먹을 만큼 맞아야 한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애들이 얘기하는 그 충격적인 스토리와 오수비의 가슴을 내눈으로 직접 봐야겠다는 열망이 하도 강했던 지라 이미 영화를 보고 적발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강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우리의 계획을 완벽하다고 믿었던 것은 자율학습 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본다는 사실이었다.  여름방학임에도 불구, 우리학교는 오전부터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시키고 있었고 우리는 그 시간을 이용해 조조할인으로 볼 계획이었다.   학생주임에게 적발을 당한 멍청한 녀석들은 자율학습이 끝나자 마자 극장으로 향하는 아메바 대가리같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방과후 당구장과 극장을 기습하는 것을 장기로 삼는 학생주임과 그 동료들의 행태를 그렇게도 파악을 못했단 말이던가….바보 같은 놈들…
날고 기는 학생주임이라도 이른아침부터 땡땡이를 치고 본다는 생각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조용히 담을 넘어 학교를 빠져나왔고 극장앞에 정확히 조조상영시간 5분후에 도착하여 입장하였다.   영화 시작과 끝 5분간 섹스신이 있는지의 여부를 영화를 본애들에게 미리 확인하여 주요장면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조사한 것도 스스로 용의주도 했다고 자평하면서 말이다.  

후우~ 명불허전 !
오수비는 정말 대단했다. 대종상을 줘야할 정도로 말이다.  나는 친구에게 귓속말로 대종상에 대한 나의 견해를 얘기해 주려고 몸을 돌렸다.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뒷좌석에 앉아 있는 학생과 소속 ‘킬러'(선생별명)를 놓치지 않았다.   그것도 우리 바로 뒷자리까지 접근한 것도 모르고 말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나려고 했지만 킬러는 이미 내 어깨를 뒤에서 누르고 있었다.
그는 나와 친구의 어깨를 두손으로 짓누르면서 우리 머리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정답고 사근사근하게 속삭였다.  

‘그래도 영화는 다 보고나서 맞는게 낫지 않아?’

선생은 킬러 하나가 아니었다.  게다가 학생도 우리둘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들은 굴비처럼 엮여서 돼지처럼 학교로 압송을 당했고 이미 영화 상영종료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었던 보리타작 전문 ‘게쉬타포’선생에게 도매금으로 넘겨졌다.
킬러가 우리들에게 한마디를 던졌고 나는 그 말을 잊을 수 없었다.

“얘들아, 난 세상에서 강간미수죄로 감옥에 간 애들이 젤 불쌍하더라.  걔들은 여자한테 손도 못대보고 감옥에서 몇년을 썩어야 하잖아. 얼마나 억울하겠어 응 ?”

“관람미수 보다는 관람죄가 낫잖아 안그래?”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서마탱을 본 댓가를 지불했다.  아이스하키 스틱이 허공을 연신가르고 있었고 고통을 참는데는 오수비의 가슴을 상상하는 것보다 효과적인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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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의 69를 읽는 내내 학창시절의 나에겐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떠올렸다.

거칠것 없었던 옛시절을 추억하는 영화나 책은 대부분 재미있다.   그런 책을 읽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일단 예전의 재미에 푹빠져 책을 단숨에 해치워 버린다.    책의 재미에 정확하게 비례하는 것은 읽고난 후에 오는 허무함이다.  나는 지금 책속의 주인공처럼 활개를 치면서 거리를 누빌 수 없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렇듯 얼치기 시절을 음미하는 책이 재미있을진데 그 시대가 1969년 근처라면 더더욱 많은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할만 하다.   월남전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LSD라는 마약과 히피의 출연, 그로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락음악들은 젊은이들을 꽃으로 장식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Flower Movement’의 출연이었는데 언제나 마약에 쩔어 있는 젊은이들이 저 바보같은 표식을 각각 목에 걸고 사랑과 평화를 외치며 꽃문양의 몽환적인 옷과 차를 타고 역시 약에 절어있는 싸이키텔릭 락그룹의 음악을 들으며 반전반핵 시위를 벌였었다.

저자인 무라카미 류는 절묘하게도 선정적인 제목과 연대를 조합하여 독자들의 선입견을 조롱하며 책속의 주인공과 같이 짖궃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주인공 겐과 그의 친구들은 그 또래의 애들들이 그렇듯이 생각이 그리 깊지 않은 단세포적인 인간들이며 어른들이 보기에 항상 쓸데없는 짓을 일삼으며 사건을 일으키고 다닌다.   그러나 사실 주인공인 겐만이 가장 단세포적인 인간인데다가 파렴치하고 이기적이기까지 하지만 감수성은 풍부한 편이다.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그보다는 양호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선동하는 미친짓에 이끌려 그를 도와 모든 사건들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우습게도 책을 읽으면서 겐과 같은 동료가 주위에 있다면 나또한 그를 적극적으로 돕게 될거란것을 난 마음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도중에 작가를 향해 솟아오르기 시작한 묘한 질투심은 아마 ‘같은 나이의 학창시절에 난 왜 저러지 못했을까’하는 부러움이 켜켜이 쌓인 탓이리라.
지금 생각에는 웃고넘어가면서 부러워하고 있지만 만약 그 때 그시절의 주인공이었다면 선생한테 맨날 얻어터지는 고통과 풍족하지 못했던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았을법도 하다.   

후우~ 룰을 깨는 것은 언제나 짜릿하다.  법이 아니라 룰 말이다.  늑대소년처럼 보통 인간들 사이에서 자라나지 못한 인간을 제외하곤 누구나 행동규범과 예절, 헌장, 의무 등을 망령처럼 매달고 다닌다. 
나이가 들어가고 사람들과의 유대관계가 지속될 수록 ‘룰’이란 숲은 더욱 빽빽해 진다.  나이가 들수록 ‘룰’을 깨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가 69를 부러워 하는 이유도 된다.  

난 일본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십수년전 부터 무라카미로 시작하는 저자들의 소설들에 대해 그렇게들 주위에서 떠들어 왔건만 정작 나는 귀와 눈을 그들에게서 철저히 닫고 살았던 것 같다.     음악이든 책이든 영화든 그놈의 편식이란 나쁜 버릇이 문제였던 것 같다.  당췌 누군가가 억지로 내 입에 떠넣지 않으면 스스로는 거의 찾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한 내 스스로의 성향을 잘 알기에 누군가가 떠먹여 주려고 하면 굳이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작심한 것도 이런 편식을 고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 69도 남이 떠먹여주는 음식이었다)

내가 읽은 무라카미 류란 사람의 첫번째 소설이기 때문에 나는 그 한작품만 읽고 그에 대해 단정짓지 않기로 했지만 어쨋든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통쾌하게 다가오는 69를 동경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으랴

P.S – ‘서마탱’의 고사는 그냥 읽고 지나쳐주기 바란다.  69를 읽으면서 떠오른 단순하고 자그마한 에피소드들 중의 한토막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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