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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세간에 화제를 뿌리고 있는 인디영화이고 음악영화인 Once를 보게되었다.   Once를 보고난 직후 내머리는 갑자기 지금까지 본 음악영화들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기억해 내는데 혈안이었다.    도어즈, 아마데우스, 스쿨 오브 락, 앙코르, 빌리 엘리어트(엄밀히 말하자면 발레영화지만), 서편제, 버드, 헤드윅 … 글쎄 내머리는 이정도만 기억의 창고에서 가져다 놓았다.
올리버 트위스트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 남태평양, 사랑은 비를 타고 등과 같은  뮤지컬영화도 음악영화축에 끼워줘야 할까 ?… 흠 그건 아닌것 같다.  영화의 주제가 음악이어야 Once와 비교가 가능할 것 같았다.

하루정도가 지나서 잡일이 끝나고 여유가 생겼을 때 나는 내 머리가 스스로 창고안에서 음악영화 리스트들을 왜 꺼내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Once를 보고 나는 크게 공감했지만 그것이 어떤 종류인지 감을 잡지 못했었다.  아마 그래서 나의 뇌가 반사적으로 그것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싶었나 보다.   어쨋든 나의 뇌가 꺼내온 음악영화들을 다시 앉아서 떠올려보니 이내 그것들이 명확해 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시 머리가 맑아졌다.

Once가 영화적으로 기가 막힌 스토리를 가지고 있나?  
        나의 답변 :  뭐 꼭 그렇지는  않음

Once의 음악이 영화와는 무관하게 기가막혔나 ?  
        나의답변 : 영화가 아니었으면 그저그렇다고 생각했을 것임. 

Once에 나오는 연기자가 엄청난 연기적 내공을 발산하였던가 ?
        나의 답변 : 글쎄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났던 것도 아님

Once의 영상미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대단하였나 ?
        나의 답변 :  흠 뭐 그저그랬음

그렇지만 Once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음악영화의 기억을 꺼내본 결과 나는 여러가지 패턴이 음악영화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1) 위대한 뮤지션의 일생을 전기적으로 다루거나 2) 어려운 현실을 딛고 일어서 성공하는 스토리이던가,  3) 성공과는 관계없이 득음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거나, 4) 知音을 얻게된다는 경우이다. 

1)과 같은 영화는 음악이 주제이기는 하지만 음악자체보다는 인물에 촛점을 맞추는 영화로 진짜 음악영화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2)의 경우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되며 감동은 있지만 그것은 내 마음속 심연에 위치한 좀처럼 흔들릴줄 모르는 본성을 자극할 정도는 아니라 생각된다.

3)은 1)과 2)보다는 한차원 진보된 개념으로 ‘음악의 도’에 대해 느낌을 전달하고 관객의 동조를 얻어낸다.
아마 위에서 나열한 내 기억속의 음악 영화들은 1),2),3)의 케이스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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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에서 주인공이 여러 친구들과 함께 녹음한 CD를 들고 런던으로 가게 되는데 영화는 야속하게도 이 시점에서 끝이 나고 말았다.  관객입장에서는 그 결과가 궁금해서 감독에게  야속함을 느끼겠지만  감독 스스로는  이미 목적을 달성하고 판을 접어 버렸다.

나는 그래서 이 영화의 패턴이 4)인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知音을 얻게되는것…’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어찌 그보다 더한 감동이 있으랴…
 
지음의 사전적인 의미를 한번 되새겨보기 위해 아래 네이버 사전에서 찾은 지음에 대한 뜻을 잠시 음미해보자.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이르는 말.

: 알 지
 : 소리 음

지기지우(知己之友)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와의 고사(故事)에서 비롯된 말이다.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
에 나오는 말인데, 백아가 거문고를 들고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을 타면 종자기는 옆에서,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구나”라고 말하였다. 또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가는 것 같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다음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세상에 다시는 자기 거문고 소리를 들려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였던 것 이다.

언제나 이 고사를 접하면 느끼는 거지만, 정말 100% 공감되는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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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진공청소기까지 들고 나타난 여자가 탐탁치 않았지만 돈이 없는 그녀가 점심시간에 너그러운 악기점주인의 허락을 받고 악기점에 진열된 피아노로 연습한다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그녀의 말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결국 악기점까지 따라가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자를 유심히 관찰한 주인공은 묘한 흥분을 느끼며 기타를 꺼내든다.  그녀와 코드를 맞춰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계속 그녀를 재촉하며 자신의 기타에 피아노를 끼워넣었고 사실 그녀 역시 이것이 원하는 바였다.  

그녀는 이전부터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그의 음악을 느껴왔고 그녀 역시 그와 코드를 맞추어보길 원했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거의 완전한 음악적 합일점에 이르게 되었고 이것은 마치 두사람의 음악적DNA가 같다는 인증을 공인받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 중대한 전환점 이후로 주인공은 여자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사실 이것은 ‘사랑하게 되었다’고 단순하게 설명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서 묘하게 동조하게 된 연유는 영화속의 이들이 아름다운 사랑을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항상 해보고 싶던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과 여자 그리고 거리의 밴드가 서로의 음악을 100%신뢰하면서 자신들만의 만족스러운 연주를 하고 음악으로 소통하고 얘기하면서 지내는 과정자체가 사실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다.    이 과정 자체가 관객의 마음속 심연에 깊이 가라앉아 평소에는 별 미동조차 안하던 본연의 심성을 자극한 것이다. 

관객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압도적인 또하나의 장면은 녹음을 위해 3천유로짜리 스튜디오를 2천유로로 깎은 다음 찾아가게 된 은행의 소액대출창구에서였다.  
부지점장쯤 되는 사람에게 데모테잎을 들려주고 성공하면 갚을테니 돈을 꿔달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사실 냉철한 은행직원이라면 이런 퍼포먼스에 콧방귀도 끼지않고 내쫓아 버렸겠지만  오히려 이 직원은 자신이 보여줄게 있다며 잠시 기타를 빌려 일어서서 자신이 예전에 접어두고 있었던 그 꿈… ‘노래를 부르는것’을 이들 둘에게 보여준 뒤 대출서류에 사인을 해준다.

후우… 이 정도의 정성적인 논거로 난 이영화가 흔해빠진 사랑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는 동시에 많은 영화팬들의 추종은 ‘지음’이라는 공감대에서 나온 것임을 또한 주장하는 바이다.

P.S 1 – 어쨋든 아일랜드인들의 음악적인 DNA는 뭔가 특별하다.  아마 민족정서 탓인것 같다.대표적으로 Van Morrison을 보라…

P.S 2 – 파워포인트블루스 3편을 쓰다가 말고 웬 영화 감상문이란 말인가…내일이 원고 마감인데 이를 어이할고…

P.S 3 – 어쨋든 이들의 음악은 아일랜드, 잉글랜드의 전형적인 포크록에 가까운것 같다.  접어두었던 이쪽 쟝르의 음악을 다시한번 펼쳐봐야겠다.

P.S 4 – 영화를 보고난 후 감독이고 배우고 할거 없이 몽땅 실제 뮤지션 출신이거나 그와 관계된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럼 그렇지’했다.  전문 배우들은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진짜 그런 Feel을 내기가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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