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에서 수영하기

By | 200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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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뿐만 아니라 하와이나 몰디브 기타 멋진 해변이나 수영장을 가지고 있는 여행지에서 수영을 할줄 몰라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조금 불행한 일입니다. 
저 역시 예전엔 그런 사람중 하나였고 그때는 수영을 못한다는 것이 억울하지 않았습니다만 수영을 하게 된 지금에와서 생각하면 정말 멋진 해변에 와서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통탄할 만한 노릇입니다.

산토리니에서의 수영장소는 크게 세군데로 나누어 볼 수 있겠네요.  호텔 수영장, 멋진 비치들 그리고 Hot Springs입니다.    저는 세군데의 비치와 호텔 수영장, Hot Springs를 다녀왔습니다.  이중에서 단연코 Hot Springs에서의 수영이 기억에 가장 남고 그 다음은 Red Beach 입니다.

Hot Springs > Red Beach > 호텔수영장 > Kamari Beach=Perrisa Beach

굳이 만족도를 따지자면 위와 같죠.  수영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산토리니에 가셔서 꼭 화산섬투어에 참여해서 Hot Springs에서 수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화산섬 투어

산토리니 피라마을을 거닐다 보면 여행사들을 심심치 않게 보실 수 있는데요.  거의 모든 곳에서 화산섬투어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   보통 화산섬 투어의 종류는 8가지 정도인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화산섬에 상륙해서 등산(?)한번하고 곧바로 Hot Springs에 가서 수영을 한다음 돌아오는 3시간 정도의 코스입니다.

아래 보이는 피라마을의 여행사등에서 16유로에 예약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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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마을 파노라마호텔 근처의 여행사


보통 예약을 하면 달랑 종이 한장만을 주는데 이걸 들고 다음날 정해진 시간에 구항구에서 배를 집어타면 됩니다.    우리 부부는 다음날 오전 11시 출발이어서 10시쯤 케이블카를 타고 구항구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부둣가에 서있는 여러명의 아저씨들중 한명에게 료를 보여주면서 물어보면 어디서 출발하는 어떤 배인지 가르쳐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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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투어 패키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호텔 픽업서비스 같은건 없었고 알아서 항구에 모인다음 배를 타는 그런 거였습니다.  위의 티켓을 좀 더 설명해 드리자면 패키지에 포함된 내용이 체크되어 있고 인원수, 날짜, 시간, 배의 이름 등이 나와 있습니다.

반나절 여행하고 한명에 16유로라면 저렴한거죠.  물론 점심을 준다거나 생수를 제공한다든가 하는 서비스는 포함되어있지 않은 패키지입니다.   따라서 간단한 간식거리와 생수 2-3병을 준비하시고 안에 수영복을 입고 가시는 것이 좋죠.  물론 비치타올도 한장 챙겨야 합니다.

화산섬 등반(?)은 다음에 다루고 Hot Springs에 대해 집중해서 설명드리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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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 투어에 데려다 줄 산타이리니호


Hot Springs는 말그대로 온천인데요.  바다위의 온천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배를 타고 근처로 접근하면 물의 색이 거의 녹색으로 바뀌는데 실제로 들어가보면 물이 따뜻하고 아직도 수증기가 보글보글 올라옵니다.

우리가 타고간 산타-이리니호는 약 4-50명이 탈 수 있는 규모였는데 목선이라 아주 낭만적이었습니다.  화산섬에서 만난 다른 배들도 다들 비슷비슷 하더군요.   이중에 아시아 사람은 6명이었는데 우리부부와 일본, 대만 커플이었죠.  다른 멤버들은 모두 독일이나 유럽 등지에서 온 사람들 이었습니다.  독일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배가 Hot Springs로 접근하자 갑판위의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것 없이 옷을 벗기 시작하더군요.   마치 조난당한 배에서 탈출하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서로 먼저 뛰어들려고 해서 더더욱 그렇게 보였습니다.   배가 아직 가까워 지지도 않았는데 참지못하고 먼저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고 그걸 만류하는 선원등으로 분위기가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엄청 즐거워 하더군요.  게다가 배에 있는 7-80%의 승객이 순식간에 수영복 차림이 되었습니다. (대부분 수영을 한다는 얘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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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나도 막 뛰어 들어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물이 따뜻한 것을 느끼려면 거의 해안가까지 헤엄쳐가야하고 거리는 어림잡아 백미터는 넘을것 같더군요.  선원의 말로는 수심이 10미터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튜브를 가지고 가려는 수영미숙자는 선원이 뛰어들지 못하게 뜯어말립니다.

수영을 못하는 아내는 부러운 눈치로 배에 남아서 구경을 했고 튜브를 가지고 가려던 일본커플도 제지를 당했지만 그나마 수영을 할줄 알던 일본언니는 과감하게 저를 따라 뛰어 내렸고 일본남자는 튜브를 몸에 낀채 배에 남았습니다.   대만 커플은 일단 둘다 도착을 하긴 했는데 대만언니는 제 바로 앞에서 뛰어들지 못하고 사다리를 통해 살짝 내려갔고 남자는 배에서 한참동안 심호흡을 하고난 후에 쫓아 오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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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는 염도가 높아 물에 엄청 잘뜬다


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배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본것도 처음이었고 (빠져본적은 있음 -.-)  바다의 온천도 신기했죠.  확실히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은 수영장에서 하는 것과는 그 느낌이 다르더군요. 

처음에 뛰어들때는 수심이 너무 깊어 겁이 나기도 했지만 적응이 되자 이내 모든게 편해졌습니다.  수심따위랑은 상관없이 말이죠.    지중해는 염도가 대단히 높아 가만히 물에 서있어도  거의 목까지  물밖에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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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물에 내려가서 평영으로 가기 시작한 대만언니..바로뒤가 나다


위 사진을 보면 앞서 온 배가 왼쪽 상단에 보이는데 그때문에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고 50미터는 더 헤엄쳐야했습니다.  지금 뛰어든 대만 언니까지 이미 10여명이 출발했고 갑판을 가득메운 대기자들이 호기심에 넘친 눈빛으로 서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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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해안가가 온통 녹색빛으로 물들어 있는데요 그 부근이 온천입니다.  거기서부터는  수심이 낮아서 걸어가도 되죠.  산토리니에 유난히 많은 교회는 거기에도 있더군요.  오른쪽부분에 하얗게 보이는 건물 보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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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물만 다시 잡아봤습니다.  십자가를 보니 교회가 확실하겠죠?  산토리니에는 정말 많은 교회가 있더군요.  모두들 제기능을 하는건지 아니면 관광목적상 만들어 놓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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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우고 갔던 산타 이리니 호랍니다.
관광을 위해서 설계된 배라서 그런지 승객들 대부분을 2층 갑판위에 태우거나 배의 앞부분 갑판에 태우도록 되어 있더군요.   수영을 하고 와서 옷이나 갈아입을데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배의 내부에 선원들이 묵는 객실이 몇개 있어서 거기에서 갈아입었답니다.  화장실도 있더군요.

자아 화산섬 투어를 보여드리는 것은 이쯤 하지요.  수영 몇개월 배우신 분들이라면 헤엄치는데는 문제가 없을겁니다.  그리고 투어를 가면 반드시 뛰어들어야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답니다.  9월 26일이어서 물이 찰까봐 걱정했는데 한여름이나 마찬가지였답니다.
제 생각엔 10월초에서 중순경에도 바다에 뛰어들 수 있겠더군요.  단, 오후 1-2시 쯤이 좋겠죠.

Red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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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저는 레드비치에서 수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핀(오리발)까지 가져갔지만 구경만 하고 돌아왔죠.  그러나 수영을 하는데 이만큼 완벽한 비치는 산토리니내에 없을 겁니다.  물도 맑고 파도도 없을뿐 더러 경사가 완만하고 바닥이 고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가까이 가서 물을 내려다 보고는 탄성을 질렀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힙니다.   만약 산토리니에 겨울에 왔다면 수영을 해보지 못하는 것에 서글펐을 겁니다.    경치도 죽여줍니다. 모래도 정말 곱더군요.  이렇게 모든 자연조건에 모두 A+를 줄수 있을만큼 환상적인 반면에 몇가지 댓가를 치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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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비치 가는길...멀리까지 나가보려고 핀을 가져왔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반대편 절벽까지 가기 위해 약간 걸어줘야 한답니다.  경사도 있고 바위도 지나야 하고 절벽길도 있고 하지만 좋은 곳에서 수영한다는 생각을 하면 그건 별 문제는 안됩니다.

글쎄요 한 15분 정도 걸어 들어간것 같습니다.   일단 비치에 가보면 다 좋은데…
탈의실, 화장실, 매점 같은건 없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미리 수영복을 입고가서 놀다가 그대로 나오는것이죠.   사실 남자들이야 수영복 갈아입는 것이 문제겠습니까만 여자들은 확실히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더군요. 

화장실이 없는 것도 조금 그렇고 그런데다가 타는 듯한 태양을 견디려면 물이라도 좀 있어야 하는데 그걸 사러 나오려면 또 언덕을 넘어갔다 와야 하니 왕복 30분이 걸리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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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에서 수영을 못한게 한이다...


뭐 레드비치에 도착해서는 저 혼자만 흥분했고 제 아내는 편의시설이 없음에 일단 제동을 거는 바람에 입맛만 다시고 다시 철수 했답니다.  그 대신 해변가를 끝에서 끝까지 한번 걸어봤죠.  모래는 정말 곱고 빛깔이 좋더군요.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었습니다.

호텔수영장

호텔수영장이야 좁았지만 모든게 편했고 거의 혼자놀 수 있어서 별짓을 다하면서 놀았답니다.  자유형으로는 딱 두번 저으면 끝에 손이 닿을만한 크기 였는데 물개처럼 물속을 왔다갔다 하면서 놀았습니다.

그러나 바다와 다르게 엄청 차갑습니다.  9월말경에는 오로지 오후 12시에서 3-4시정도까지만 물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이고 그나마 나이가 드신분들은 들어올 엄두를 못내시더군요.

아내는 책을 읽으면서 선탠을 했고 저는 물속에서 물구나무를 섰다가 자유형을 했다가 접영도 했다가 … 거의 어린애같이 놀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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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가수스 호텔의 수영장

Kamari Beach

카마리 비치야 말로 우리나라의 경포대나 낙산 해수욕장에 가깝더군요.  비치 바로 앞길에 식당과 상점들이 즐비하고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선텐베드도 풍부합니다.
샤워시설도 있죠.  샤워시설이라봤자 실내가 아니고 실외 칸막이로 만든 것이지만 그런 곳에서 샤워를 하면서 주변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해변은 몇킬로미터가 주욱 이어져 있어서 규모면에서도 가장 큰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수영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정적으로 파도가 너무 강하고 바닥이 고르지 못한데다가 바위가 많고 미끄러운것이 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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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킬로미터가 이어지는 카마리 비치의 전경


그래서인지 정작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저까지 합쳐서 채 열명이 안되더군요.   그러나 해변의 선탠베드에서 여유롭게 낮잠을 자거나 선탠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하는데에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파라솔은 하루종일 빌리는데 단돈 6유로입니다.  파라솔과 선탠베드 2개, 그리고 베드사이의 탁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샤워시설도 이용할 수 있죠. 
그러나 비치타월은 가져가야 합니다

사실 카마리비치에서 수영을 하게 된 것은 레드비치에 갔다가 철수하면서 그 대안으로 간 것이었는데 발에 핀을 끼고 수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파도가 세서 별반 재미가 었었습니다.  가끔 파도를 돌파하면서 헤쳐나가다 보니 우습게도 상반신은 파도 속에 있고 발은 허공에 나와있게 될 때도 있더군요.

물구나무를 선것도 아닌데 말이죠. ^^

Perrisa Beach

카마리비치와 비슷한 시설, 비슷한 파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수영을 하지 않고 지나가면서 식사만 했답니다.    흔히들 카마리, 레드, 화이트 비치를 산토리니 3대 비치로 얘기들 하고 있는데  페리사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화이트비치는 이번 여정에서 아예 가보지를 못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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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사 비치의 모습...여긴 좀 썰렁했다

자 산토리니의 각 비치들의 위치는 아래 지도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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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해서 크게 보시라

산토리니는 수영을 하기에도 적합한 장소입니다.   수영을 하실 줄 아는 분들은 산토리니에서의 수영을 꼭 염두해 두세요.  여름에는 물론 더욱 좋겠지만 9월말까지도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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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산토리니에서 수영하기

  1. 효준,효재아빠

    TV에서나 보던..그런 수영이었네..
    바다에 사람들이 마구 뛰어드는 그런 여행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는데..
    멋진 경험이었겠다..

    요즘 수영하는게 많이 편해졌어. 지난 번에 30분 쉬지 않고 자유형을 한번 하고 났더니..10바퀴 돌라는 코치의 말도 별 대수롭지 않아졌어.ㅋㅋ
    그리고 접영도 방법을 조금 터득을 했다고 해야하나..별 힘들이지 않고서도 이전보다 더 많이 잘 나가는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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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장족의 발전이구먼 … 난 아직도 하다말다 해서 더 있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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