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추천할 서적들은 보고서 코치로서 문서와 프레젠테이션이 일상인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실용서입니다. 강의가 끝난 직후 노트북과 케이블을 정리해 가방에 넣고있다보면 몇 분이 오셔서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질문이 책 한 권 분량으로 대답할만한, 범위가 넓은 질문들이죠. 자주 나오는 질문 네 가지와 그에 대한 대답으로 추천해 드릴만한 책 네 권을 소개합니다.
논증의 기술
앤서니 웨스턴 지음 | 이주명 옮김 | 필맥 | 2019년 08월 15일 출간 (1쇄 2004년 08월 01일)
‘임팩트 있는 문장과 단락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논리구성의 기본부터 복잡한 연역논증, 논리의 확장과 구두표현, 흔한 실수 등 10개 영역에 걸쳐 꼼꼼하게 주제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감명깊었던 것은 간결한 구성때문이었습니다. 10개의 영역(챕터)을 50개 규칙으로 구분하고 각 Rule은 구체적인 문장 예제와 설명을 곁들여 보통 3페이지 정도로 간단하게 끝을 맺습니다. 과자를 한 통에 담아놓지 않고 소포장 해놓아 재미없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에 접근성을 부여한 것이죠.
이러한 간결함은 깊은 내공을 요구합니다. 이 책에 나온 ‘규칙5. 말의 어감에 기대지 말고 실질적 근거를 대라’는 저도 다른 용어로 항상 교육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이런 예문이 나옵니다. ‘한때 자랑스러웠던 여객열차가 쇠퇴하도록 놔둔 것은 정말로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지금 당장 명예를 걸고 여객열차를 부흥시켜야 한다’ 저자는 감정이 실린 단어만 보일 뿐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이 문장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두 페이지 정도를 할애해 얘기합니다. 여러개의 예문을 제시하고도 충분하지 못한 것 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면서도 간결했습니다. 보고서쓰기가 일상인 지식노동자라면 항상 손이 닿는 곳에 둘 만한 책입니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노트
필립 퍼키스 지음 | 박태희 옮김 | 필립 퍼키스 사진 | 안목 | 2019년 02월 24일 출간 (1쇄 2011년 02월 08일)
‘남다른 생각이 나오도록 하려면 뭘 연습해야 하나요?’란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입니다. 미술시간에 선생님이 추천하셨죠. 사물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데 몇 초만 보고 상상으로 그리지 말고 슬로비디오를 돌리듯 매일 보는 간단한 사물을 5분동안 눈으로 따라가보라고 하셨어요. 전 그 사물에 굼벵이가 기어간다 생각하고 천천히 보기 시작했는데 1년이나 매일 보던 그 테이블의 다리 장식과 마감을 그때서야 자세히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받았죠. 우리가 아는 유명한 사진작가와 영화감독, 작가 들은 단순히 기술이 좋은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같은걸 봐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말이죠. 이 책은 사진에 대한 책이지만 사물을 관찰하고 아이디어를 다룬다는 측면에선 모두가 한번 쯤 고민해봐야 할 주제를 던집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
마이클 티어노 지음 |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01일 출간
‘스토리텔링에 익숙해지는 방법이 있을까요?’라는 질문도 자주 들어옵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를 자주 보고 관객이 아닌 감독, 작가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게 도움이 된다고 대답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작가입장에서 플롯을 짜고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메커니즘을 설계하는데 기초적인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수천년전 사람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토대로 말이죠. 전 이 책을 읽고 전혀 다른 장르인 보고서 쓰기 강의를 하면서 ‘플롯’란 용어를 강의에 사용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을 ‘매우느린 무성영화’로 간주하기 시작했죠.

TED 프레젠테이션
세계가 감동하는 TED, 12가지 비밀제레미 도노반 , 윤지현 (해제) 지음 | 김지향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20년 07월 15일 출간
‘논리전개와 스토리텔링의 좋은 사례가 있을까요?’란 질문이 지난 10년간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바둑기사가 남의 기보를 연구하며 자신의 실력을 증진시키듯 논리구성과 전개 역시 다양한 사람들의 발표를 지켜보고 연구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TED는 그런면에서 그 자체로 최고의 학습자원입니다. 이 책은 그런 TED를 12개의 키워드로 분석하는 전문가의 통찰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반부 전체가 스토리구성에 대한 여섯 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인 제레미 도노반을 따라가면서 실제 TED를 보고 스스로의 해석을 저자의 것과 비교해 본다면 그보다 더 좋은 논리전개 공부가 없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