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작성은 요리와 같다. 당신은 요리사이다
이글은 안철수연구소의 2007년 10월 월간 Letter에 기고된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기획문서나 프리젠테이션 문서 만들기 강좌의 두번째 글입니다. 총 5회에 걸쳐 기고될 예정이며 이미 제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더 다듬고 보강해서 올릴 수도 있습니다. .
주문부터 제대로 받아라
최악의 기획서와 프리젠테이션은 보고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주제와 내용으로 구성된 경우입니다. 아마 우리도 그런 프리젠테이션을 여러 번 목격한 경험이 있을겁니다. 핵심적인 주제에 전혀 접근하지 못한 경우와 체계적으로 결론을 정리하지 못해서 산만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가장 굴욕적인 것은 보고를 채 마치기도 전에 중단되는 경우죠. 저 역시 이런 경우를 많이 당해봤습니다. 청중들은 아마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또는 ‘아예 엉뚱한 방향을 잡았군’하고 생각하겠죠.
아무리 문서가 멋있게 작성되었어도 이런 경우에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경우의 대부분이 명확한 사전조사와 정세파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주문받기’부터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의외로 주문을 잘못 받아서 생기는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주문을 받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합니다. 손님의 주문을 제대로 정확히 이해하는 것으로도 저는 전체목표의 절반은 달성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메인요리는 무엇인가 ?
요리를 주문받을 때 언제나 메인요리가 무엇인지 결정한 다음에 개인성향에 따른 조리법이나 양념을 물어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바이러스나 해킹으로 의심되는 장애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경영진이 IT부서에 요구하였다.” |
다시 한번 얘기하자면 이 과정은 정말 중요합니다. 과제의 범위와 깊이를 명확히 정하는 일이니까요.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력을 동원하여 정리해보면 아래의 예와 같습니다.
★ 오늘의 메인요리 = 경영진이 알고 싶어 하는 3가지 1. 바이러스나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솔루션 도입이 필요한가 ? 2. 어떤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나 ? 3. 도입비용과 일정은 어떤가 ? ★ – – |
식재료를 검토하고 요리를 머리속에 그려라
이 단계에서는 명확한 절차와 가이드라인이 따로 없습니다. 정보수집능력과 판단력의 개인별 차이가 있을 뿐이죠. 풍부하고 객관적이며(공신력있는), 정확한 정보에 의존해서 판단합니다.
1. 바이러스나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솔루션 도입이 필요한가 ? → 필요하다. 피해예상규모를 고려할 때 보안솔루션 도입이 더 저렴하다 2. 어떤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나 ? → 5개 경쟁제품중 A사 제품이 가장 우수하다 3. 도입비용과 일정은 어떤가 ? → 000원 정도이며 3개월이내에 도입한다 |
구조적인 레시피를 만들어라
식재료를 검토하고 요리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를 머리속에 그리기 시작할 때 저는 전체 이야기의 논리적인 구조를 먼저 그리기 시작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Tree구조로 말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하지만 각종 자료들을 읽고 모아나가면서 아래의 구조 역시 좀 더 자세하게 완성해 나갑니다.
처음부터 저런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 물론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단원이 추가,삭제되거나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고 레벨(수준)이 계속 조정됩니다. 그렇게 이야기 하나의 얽개를 맞춰나가는 것이지요.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전체 문서의 구조를 한눈에 조망하기 좋고 앞뒤 내용이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는지 검증해 보기가 좋습니다.
<그림 1> MS Word의 개요보기 기능을 이용한 문서구조만들기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열흘정도라고 한다면 저는 6~7일째 되는날까지 저 구조를 완성시키는데 집중하고 나머지 2~3일에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문서 작성을 일사천리로 끝내버립니다. 그러므로 저 구조안에는 파워포인트에 들어가야 할 주요내용들이 대부분 포함되고 있습니다. 보통 모든 수준을 다 펼쳐 놓으면 6-7페이지 정도를 빽빽하게 채울 때도 있습니다.
<그림 2> MS Word의 개요보기 설정
모드가 바뀌면 <그림3>과 같은 툴바가 나타나는데 각 라인의 수준을 설정하는데 사용되거나 전체문서구조를 조감할 때 어느 단계까지 펼쳐 놓을 것인지를 지원하는 툴입니다.
<그림 3> 개요보기 툴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커다란 단원만 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어떤 기획서를 작성할 때도 비슷한 제목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저는 개요–현황(As-Is)-계획(To-Be)-향후일정과 같은 형태로 시작해서 자료를 읽어나가면서 내용에 맞게 수정해 나갑니다.
■ 개 요 (수준1) DDOS공격에 의한 네트워크 장애발생, 임시조치로 ■ 현황 및 대응방향(수준1) 웜 및 해킹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주요기업들은 이에 대한 시스템적 대응방안을 대부분 갖추었음. 우리회사 역시 대응솔루션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해야 하며 1차적인 대응솔루션으로도 DDOS공격의 90%이상을 방어할 수 있음 ■ 대안평가 (수준1) 대상 솔루션 5개중 A사의 제품이 비용대비 성능면에서 우수하며 향후 통합 보안체계를 구축하는데 용이하다고 평가됨 ■ 예산 및 일정 (수준1) 약 000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
그 후 수준1의 전개방향을 고려한 수준2,3으로 전개하게 됩니다. 수준을 계속 상세하게 전개시킬 때마다 상위수준의 내용을 고려해야 나중에 이야기가 소위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되며 주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림1>은 ‘수준2’까지 전개시킨 모습인데 이것이 파워포인트로 문서를 작성할 때 ‘목차’가 됩니다.
■ 개 요 (수준1) (본문) DDOS공격에 의한 ▪ 현 상 (수준2) – 장애발생현황 (수준3) (수준4) 장애발생 시각, 지속시간, 대상시스템, 발생현상(->사용자대상 인터뷰) (수준4) 시스템 구성도에서 장애구간을 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 피해규모 (수준3) (수준4) 장애시간당 매출/이익규모 추산 (영업팀 협조필요) (수준4) ※피해규모 산출 공식을 표시하는 것이 필요 |
어느선까지 정리가 되면 실제 파워포인트 문서를 작성하기 위한 최종단계로 정리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수준3가 실제 슬라이드 한장이 되죠. 아래의 예제와 같이 말입니다. 보통 ‘수준3’의 제목이 슬라이드의 타이틀로 쓰입니다. 이정도까지 정리가 되어야 파워포인트를 열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 개요 : 슬라이드 6장 (수준1) ▪ 현상 : 1장 (수준2) – – 장애발생현황 (수준4) (수준5) 장애발생 시각, 지속시간, 대상시스템, 발생현상(->사용자대상 인터뷰) (수준5) 시스템 구성도에서 장애구간을 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 피해규모 (수준4) (수준5) 장애시간당 매출/이익규모 추산 (영업팀 협조필요) (수준5) ※피해규모 산출 공식을 표시하는 것이 필요 |
아주 간단한 문서가 아니라면 파워포인트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지금까지 설명했던 방법으로 내용을 구성해보고 수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파워포인트로 처음부터 슬라이드를 그리기 시작하면 중간에 대폭적인 수정이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어렵죠.
오늘은 문서작성 전단계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면 먼저 과제에서 다루어질 주제를 명확하고 자세하게 이끌어 내는 일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는 것과 이를 통해 이야기의 구조를 Tree형태로 상세화 해 나가면서 전체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요리에 비유하여 설명하였지만 후반부의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작업은 소설을 쓰거나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도 유사합니다.
이미 위와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문서를 작성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나는 문서나 프리젠테이션의 작성 기술을 무협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용어인 ‘내공’과 ‘외공’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외공은 그냥 눈에 보여지는 기술로 무술에 있어서는 ‘품새’나 ‘초식’에 해당되며 파워포인트에 있어서는 눈에 보여지는 외형적인 기술입니다. 무술에 있어서의 내공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우나 파워포인트의 경우는 ‘내용의 구성력’이라 할 수 있죠. 무술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파워포인트 문서의 경우에도 ‘내공’이 더 중요한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연마하기도 더 어렵습니다.
다섯번의 ‘파워포인트 블루스’ 연재는 거의 대부분이 ‘내공수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가장 최소한의 ‘외공’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주 자세하지는 않지만 이 연재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의 문서작성의 흐름을 파악한 후 추가적으로 기회가 오면 상세한 부분을 하나하나 Tip의 형태로 다루고자 합니다.
※ 안철수 연구소에 실린 글보기 : 어투와 내용이 약간 다를수 있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은 소위말하는 감독판이죠 ^^
관련포스팅 : 파워포인트 블루스 첫번째 이야기
퍼감..
이 문서가..IE에서 볼 때 이미지 링크가 깨어져서 나오네..파이어폭스로 볼 때는 정상적인데..설정을 풀어야 하는게 있나? 이런 적은 처음이네..
흠 난 괜찮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