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 블루스

By | 2007-09-19

파워포인트 블루스 (PowerPoint Blues)
파워포인트를 애용하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현실

이글은 안철수연구소의 월간 Letter에 기고된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기획문서나 프리젠테이션 문서 만들기 강좌의 첫번째 글입니다.   총 5회에 걸쳐 기고될 예정이며 시리즈의 첫 시작을 이미 저의 블로그에 올린 ‘파워포인트는 워드프로세스다’를 다듬어 다시 올렸습니다.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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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d touch를 소개하는 Steve Jobs (2007.9.5 Apple의 Media Event)

지난 9 5, Apple은 언론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Media Event를 열고
이 자리에서 새로운 iPod 4종류를 발표했습니다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스티브 잡스(Steve Jobs : Apple
CEO)
가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승승장구하는 Apple의 제품들 뿐만 아니라 그의 프리젠테이션도 화제거리가 되기에 충분했었죠.   프리젠테이션 전문가들에게도 Apple의 이벤트는 항상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와 관련한 책들도 여러권 시중에 나와 있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형식으로 신제품 발표회를 진행하려고 하는 회사들도 종종 있습니다.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 성공적인 이유는 의도한 정보를 청중의 머리에 명확하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잡스는 4개의 제품을 발표했고 각 제품의 기능과
특징은 복잡했지만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 청중들은 그 4개 제품의 특징과 차이점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잡스는 항상 입체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단순한
슬라이드와 잡스의 설명, 그리고 제품의 주요특징에 대한 시연으로 이루어져 있죠.   한두개의 그림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슬라이드를
보면서도 청중들은 잡스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05 ‘One more thing Event’ 에서 잡스는 Apple Remote라는
제품을 발표하면서 아래와 같은 비교 슬라이드를 청중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애플의
제품이 경쟁사에 비해 작고, 단순해 사용하기 쉽다는 것을 설명하는 슬라이드 입니다.   애플의 제품이 6개의 버튼만 가지고도 40개 이상의 버튼을 가진 경쟁사 제품의 기능을 똑같이 충실히 수행한다는 경쟁사를 꼬집는 잡스의 멘트도 빠지지
않았죠.
가장 쉽고 단순하게 의미를 청중에게 전달한다는 의도를 백퍼센트 살린 멋진 슬라이드와 설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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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thing Event에서 Apple Remote를 설명하는 스티브 잡스

이러한 점때문에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소비자들에게는 구매욕을,
프리젠테이션 전문가들에게는 찬탄을 불러일으키나 봅니다.   물론 경쟁사들을 자극하기
까지 하죠.  (참고로 스티브 잡스는 경쟁사에 대한 풍자나 격하발언에 언제나 인색하지 않습니다)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나서나도 다음엔 저런식으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파워포인트나  여타
비슷한 소프트웨어와 여러해동안 동고동락 한 전문가 수준의 기획자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우리의 프리젠테이션

그러나 분명 우리의 현실은 잡스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내가 작성하는 기획문서는 잡스가 가지고 나온 슬라이드들 같이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작성된 기획서가 무대에서 관계자들에게 발표되기에 앞서 유관부서 담당자들과 상사들로 하여금 검토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는수 없이 잡스가 무대에서 했던
목소리를 글자로 바꾸어 슬라이드에 집어 넣을 수 밖에 없죠.

그러다보니 글자수가 늘어나고 폰트는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다보니 내용은 점차 늘어나고 표는
복잡해지며 나중에는 본래 기획의도마저 묻혀버리게 되죠.

 
게다가 검토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획서를 프린트해서 읽어봅니다.  따라서 컬러로 구분된 그래프등도 프린트시에도 구분이 잘 되도록 처리를
해야 하고 배경화면도 프린트시에 완전히 짙은색으로 나오지 않게 꼼꼼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복잡한 화면전환 효과등도 그 때문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꿈꾸는 기획자라 할지라도 실제 문서작성은 아래와 같이 흰바탕에
글자가 많고, 배포의 문제 때문에 다양한 폰트도 사용하지 못한 채 볼품없이 작성하게 됩니다.  거의 파워포인트를 워드프로세서같이 사용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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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현실 1 : 워드프로세서적인 슬라이드

현실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미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내용과 관계없는 클립아트를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슬라이드에 남겨 놓기도 하고 프린트를 하면 거의 새카맣게 나올 정도의 배경화면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이런 부류는 언제나 멋진 프리젠테이션 무대만을 꿈꾸는 사람들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분들의 자료를 전체화면으로 놓고보면 글 한줄한줄에 전환효과를 설정해 놓아 Enter키를 수도없이 눌러야 한장이 겨우 지나갈 때도 있습니다.

 자주 사용되지 않는 폰트를 사용한 경우에는 더욱 짜증이 납니다.  문서를 여는 순간 슬라이드와 도형의 테두리 바깥으로 흘러넘치는 글을 목격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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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현실 2 : 프리젠테이션만 염두한 슬라이드

배포와 프린트, 프리젠테이션을 모두 소화해 내기 위한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서를 프린트/배포용과 프리젠테이션용으로 각각 작성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많은 내용을 일일히 읽을 수 없는 임원과 사장님을 위해 별도의
요약본까지 만드는 거죠.    그러나
그럴만한 충분한 시간이 우리에게 주워지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명확합니다.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나 참고서적에서 제시하는 멋진 기법들은 거의
그림의 떡일 뿐이란 거죠.   우리는
스티브잡스보다 몇배나 어려운 현실에 놓여서 제대로된 기획문서와 슬라이드를 만들도록 강요받고 있는 겁니다.

 더욱 암담한 것은 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파워포인트 문서나 워드프로세서적인 파워포인트 문서 모두 정작
하고 싶었던 얘기를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지 못한 나머지, 보고서를 읽어본 사람이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들었던
사람들이 작성자의 의도를 깨닫지 못하거나 오해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했거나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말들이 대개 그런데 결론이 뭐였지 ?”와 같은 말입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



앞뒤의 내용이 안맞고 논리정연하지 않으며, 깨알 같은 글자로
채워진, 총천연색 슬라이드는 헐리우드의 B급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과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온 관객의 머리속에 남는 것은 거의 없죠. 
영화 중간즈음에는 이미 포기하고 나가버리거나 잠을 자는 관객도 있습니다.

 
우리가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기획문서를 만들고 그것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것도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좋은 시나리오와 연출력을 갖춰야 하죠.   내용의
논리적인 구성에 1차적으로 가장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이 배우들의 캐스팅(슬라이드의
모양새)이나 특수효과(화면전환 효과)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다목적 파워포인트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포와 프린트시 문서의 가독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프리젠테이션에 사용할 수 있을만큼
시각성이 있어야 한다

       
별도의 설명 없이 읽는 것으로도 작성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새로운 가이드 라인에 동의하시나요 ?  하나의 문서로 프리젠테이션과 보고서를 동시에 소화해 내는 것은 두마리의
토끼를 쫓는것과 같지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 요건에 가장 가까운 파워포인트 문서는 아마도 엑센추어나 IBM 등과 같은 글로벌 컨설팅기업들에서 작성하는 문서들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앞으로 여러회에 걸쳐서 프리젠테이션의 외적인 기법보다는 내적인 내용의 구성에 초점을 맞추어 예제를 통해
기획문서를 완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철수 연구소에서 원문 보기

11 thoughts on “파워포인트 블루스

  1. momo

    지적해 주신 부분에 대해 동의합니다. 우리가 처한 업무적 위치나 상황에서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발표자로서 최종인물이라면. 역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스토리적 설명으로 발표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최종적으로 나가서 발표를 한다고 할 경우.

    현질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은 우리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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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네 ^^ 시간만 충분하다면 말이죠…그리고 뱃사공만 적으면 …ㅋㅋ

      Reply
  2. FineApple

    얼마 전에도 거의 밤을 새워가며 제안서용 파워포인트 문서를 만들었는데, 만들면서 고민하던 내용이 고스란히 이 글에 담겨있네요.
    제안서를 읽을 대상자가 50대 이상의 전문직군이었던지라 내용을 쉽게 설명하면서도 최대한 심플하고 큼직하게 작성하려 노력했습니다만 … 내놓고 보니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자괴감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

    이번 연재를 보고 많이 배워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ply
    1. demitrio

      저도 작성하고나면 항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오늘도 또 10명이상의 높읜 양반들을 모시고 아침에 발표가 있어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있었답니다. 오랜만에 정장을 꺼내 입어야 겠네요. 무려 15개월동안 발표해 오던 주제가 오늘 끝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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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효준,효재아빠

    허구한날 기획문서를 만들고 있지만, 하면할 수록 더 어렵다는 느낌이 항상 따라다녀.
    선배의 영향을 받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문서가 level up이 되어 있지만, 항상 힘드네. 특히 디자인 감각이 떨어지는 관계로 선배의 작품들을 참고하면서 문서를 만들고 있지. ㅋㅋ
    또 한번 선배의 작품들을 구경을 해야는데..추석 끝나고 한번 놀러갈게.
    난 내일 애들 데리고 부산가..여행 잘 댕겨오구..올때 선물 한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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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효준,효재아빠

      재료를 준비해 놓구선 요리를 맛나게 한 후에 어떻게 접시에 담아서 내어 놓은 것두 중요하자너..아직 그게 어려워..

      Reply
  4. 혁이

    안철수연구소 홈피에서 선배 글을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드네요.^^

    Reply
  5. joogunking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고해상도의 이미지와 고급 트렌지션을 빼고는 거의 잡스의 말솜씨와 연출력으로 하는 것이 대단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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