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위험, 파브레가스

By | 200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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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sc Fabregas (스페인,87년생)

너무나도 위험한 파브레가스
2007.9.16 토튼햄 vs 아스날 북런던더비

결과부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토튼햄이 아스날을 극복하지 못하고 안방에서 1:3로 역전패를 당한 경기였습니다.

작년시즌 아스날은 시즌중반부터 팀을 정비하는 인상을 풍겨왔고 노장선수들을 대거 팔아버렸고 그중엔 (충격적이게도) 앙리도 포함되어 있었죠.   아스날 팬들은 그걸 불안하게 생각했을 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아스날이 더 강해질까봐 두려웠습니다.  (참고로 전 아스날이 싫거든요)

오늘 경기의 스타팅 멤버들 좀 보십시오.  완전히 올림픽 대표수준의 나이들이 아닙니까. 

콜로 뚜레(주장:81년생), 사냐 (83년생), 디아비 (86년생), 플라미니 (84년생), 클리시 (85년생), 아데바요르 (84년생),  데닐손 (88년생:교체), 반 페르시(83년생), 흘랩(81년생), 파브레가스(87년생), 질베르토 실바 (76년생 -.-), 로시츠키 (80년생:교체),알므니아 (77년생),송(87년생:교체)

골키퍼와 실바를 빼면 모두 80년대에 태어난 선수들입니다.   파브레가스가 87년생이라는 것은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사실 파브레가스는 가장 위험 선수였습니다.  경기를 읽어내는 시야는 거의 노련한 백전노장에 가까운데 나이는 스물이라니요.

일단 오늘의 경기를 되씹어 보겠습니다.   토튼햄은 이영표가 건너간 후로부터 유심히 지켜보아 왔던 팀입니다.  2005년엔 미도를 정점에 세우고 킨과 데포가 미도가 떨군볼을 따내는 전략을 사용했고 측면 미드필더를 두지 않고 윙백들이 주로 공격에 가담하는 중앙공격 성향의 팀이었습니다만 작년부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도보다 슈팅, 볼 키핑력, 제공권 등에서 우위를 보이는 베르바토프를 축으로 쉐도우에 로비킨이 서고  좌측엔 베일-이영표 라인을, 우측엔 말브랑크-심봉다 라인을 가동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엔 제나스와 허들스톤이 맡았죠.   센터백은 오랜만에 나온 도슨과 카불이 섰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일단 허들스톤 카드가 욜감독으로서는 적중했습니다.  적어도 로시츠키가 후반전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허들스톤의 피지컬에 아스날 선수들이 밀리면서 그야말로 허들스톤이 진공청소기 처럼 공격과 수비에서 호리호리한 아스날 선수들을 쓸어버렸으니까요.

게다가 오늘 말브랑크는 거의 미친개처럼 수비와 공격진영을 샅샅히 뒤지고 다니면서 깔끔한 축구를 하려는 아스날에 몸으로 엉겨붙었습니다.  마치 레딩의 스티븐 헌트가 생각나더군요.
이 두명이 수고해준 덕분에 전반전 아스날의 패스게임은 어느정도 저지될 수 있었습니다.
제나스나 심봉다 역시 훌륭했구 말입니다.

베르바토프의 움직임은 여느때와 같이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킨이 많이 움직이면서 찬스를 살려주지 못했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토튼햄은 오늘 의도적으로 아스날의 패스를 잠재우기 위해 전반전 내내 강력한 압박으로 나왔고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올시즌 영입된 왼발 스페셜리스트 베일에게 프리킥기회가 왔고 베일의 진짜진짜 절묘한 프리킥이 아스날의 골망을 먼저 갈랐습니다.   베일은 시원한 돌파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몇차례의 왼발 크로스는 정말 일품이더군요.  그러나 수비는 윙백 출신답지 않게 별로 지능적이지 못했습니다.

아스날은 흔들렸고 몇번의 결정적인 찬스까지 날려버렸습니다.  중앙에서 파브레가스가 몇번의 결정적인 패스를 날려주었지만 아데바요르나 디아비가 찬스를 날려버렸죠.   이때 토튼햄이 쐐기골을 터뜨려야 했지만 토튼햄 역시 찬스를 날려버리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토튼햄의 골은 왼쪽라인에서 나왔지만 오른쪽 말브랑크-심봉다 라인이 더 활발했고 이영표는 공격을 자제했습니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토튼햄은 후반전 들어서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후반전 20분까지 토튼햄은 베르바토프의 결정적인 두번의 찬스가 있었습니다.  골키퍼 까지 제친 베르바토프의 돌파는 뚜레의 육탄 방어로 막혔고 오른쪽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논스톱으로 슛한 것 까지 골문앞에 서있던 뚜레에게 막히면서 공기가 좀 않좋은 쪽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토튼햄을 응원하던 저는 순간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토튼햄이야 결정적이고 긴박해지는 후반부에 순간적으로 무너져내리는 경향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지난번 풀럼에게도 그랬고 지난시즌엔 그런 기억이 부지기 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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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로시츠키(체코:80)

아스날로서는 흘랩이 좀 더 힘을 냈더라면 파브레가스의 분전이 빛이 났을 텐데 그렇지 못했고 반 페르시마저 평소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때 로시츠키가 들어왔죠.  로시츠키는 중앙에서 왼쪽으로 조금 치우쳐 플레이하는걸 즐기는데 로시츠키-파브레가스-흘랩의 3총사가 일단 발동이 걸리면 이들의 패싱게임을 저지할 팀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예상대로 로시츠키가 왼쪽을 흔드는 동안 파브레가스는 중앙에서 토튼햄 수비들을 교란하기 시작했고 게임의 방향이 슬슬 아스날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왼쪽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파브레가스가 골키퍼와 수비라인 사이로 낮고 빠르게 날렸고 달려들던 아데바요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헤딩으로 넣어버렸습니다.    오늘의 아데바요르는 작년 시즌보다 훨씬 더 성장한 모습이더군요.   정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패스와 슈팅을 여러차례 보여주었고 침투와 위치선정 역시 아주 좋았습니다.

경기가 1:1이 되자 토튼햄은 베일을 빼고 아론 레넌을 투입했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레넌은 그러나 경기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아스날은 기세가 올라서 로시츠키-파브레가스를 중심으로 패스게임을 펼치면서 점차 토튼햄을 옥죄었죠.     역전골도 이 콤비가 터뜨렸습니다.  역시 왼쪽으로 공을 몰고가던 로시츠키가 중앙으로 침투하던 파브레가스를 보고 찔러주자 파브레가스는 한두번 공을 몰다가 지체없이 오른발로 강력한 중거리슛을 날렸고 그게 다시 토튼햄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거의 토튼햄의 역전패 공식이죠 -.-

이에 토튼햄은 데런 벤트를 즉각 투입했습니다. 82분이었죠.  벤트는 투입직후 경악스러울 만큼 완벽한 골키퍼와의 1:1찬스를 만들지만  왼발에 빗맞아  오른쪽으로  비껴나가게 됩니다.   사실  그전에도 완벽한 찬스가 한번 더 있었지만 두번다  날려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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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랩 (벨로루시:81년생)

힘이 빠진 토튼햄은 이영표까지 공격에 적극 가담하면서 총력을 다해보지만 이미 맥이 빠져버린 상태였고 인저리 타임에 아데바요르에게 골문중앙에서 멋진 논스톱 터닝슛까지 허용하면서 완벽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역시 파브레가스의 패스)   오늘 나온 4골은 모두 진짜 멋있었습니다… 못보신 분들은 꼭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영표는 수비는 그런대로 견고했지만 민망한 장면을 2-3개 보여줬습니다.  엄청나게 빗나가는 중거리슛과  민망스러운 궤적을 그렸던 크로스가  그것이었는데요.  제가 볼때는 공격시에 제대로 차야 한다고 너무 의식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시절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잖습니까.

다시 파브레가스 얘기로 돌아와보죠.  오늘 이 친구는 팀이 넣은 3골을 모두 만들어 냈습니다.  마무리를 담당하며 두골을 몰아친 아데바요르도 칭찬해야 겠지만 파브레가스의 패스는 정말
치명적으로 위험했습니다. 
작년시즌 흘랩-로시츠키와 함께 상대편을 유린하는 장면을 몇번 보고는 모골이 송연했었는데 이젠 정말 못말리겠군요.  경기를 읽는 시야와 패스, 슈팅, 침투 모두 정말로 훌륭합니다.
오늘로 4경기에서 2골 1어시스트로군요.  작년시즌 내내 2골이었고 재작년엔 3골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2골이니 잘하면 작년시즌의 호나우두와 같이 올해는 파브레가스가 몬스터 시즌을 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로 아스날은 리그 선두로 치고올라갔습니다.
올시즌 파브레가스는 가장 경계해야할 선수임엔 틀림없습니다….
아아 파브레가스….덜덜

오늘 경기결과를 떠나 내용은 북런던더비답게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아 참…마틴 욜 감독은 자리가 좀 불안하겠습니다.
초반이지만 17위는 좀 너무했네요 6경기에서 1승1무4패 11실점이라니요…-.-;;
토튼햄같이 돈을 쏟아붓고도 성적을 못낸다면 감독으로서 부담을 가질만 합니다.
이미 구단주는 2005년 시즌부터 기다려줬고 계속 선수를 영입했는데 말이죠.
베일, 벤트 같은 선수도 새로 사왔는데요…. 아…오늘의 벤트는 정말…
오늘 데런 벤트는 몸조심 해야할 것 같습니다…아까 그 기회 너무 결정적이었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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