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났던 한마당

By | 2007-08-28

주말오후 신명났던 한마당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 패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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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산의 입담:줄보다 말이 더 많다

지난 토요일 와이프 퇴근시간에 맞추어 병원으로 데리러 갔다가 날씨도 좋고 해서 집에 그냥 가기도 섭섭하다고 의견일치를 보고 막바로 팔당방면으로 진출했다.

원래는 저녁을 먹으러 기와집 순두부로 가는 중이었는데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떡복이와 고구마 튀긴걸 먹고나니 밥먹을 생각이 사라져버려 팔당댐을 지나서야 다시 차를 돌렸다. 

시계는 5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갑자기 안성 바우덕이가 생각이 나버렸다.    진작부터 남사당 패거리의 공연을 보려고 벼르고 있었지만 오늘이 그날 일줄은 몰랐다.

중부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자 6시가 조금넘어 안성 남사당전수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는 고구마를 생으로 쪄먹을 정도로 더웠고  사람은 많았다.  정말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차더라. 

자… 여기에서 안성 남사당 공연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
이 공연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무료로 안성 남사당전수관 앞마당에서 펼쳐진다.    이 공연은 내가 보아왔던 어떤 무료공연보다도 흥미진진하고 박진감이 시종일관 넘쳐흘렀으며 관객들 스스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박수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공연이다.

이미 바우덕이 남사당 패거리는 ‘왕의 남자’를 통해 유명세를 획득하였고 요 위 사진의 어름산이(줄타는 사람을 일컫는 말)양반은 최근에 열린 세계 줄타기 대회 (한강에서 했었다)에서 제일먼저 줄을 탄 장본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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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덕이 남사당패 전용마당


보다시피 전용공연장은 어림잡아 7-8백여명이 빼곡하게 앉을 수 있는 정방형의 마당인데 거의 360도 입체적을 펼쳐지는 우리네 마당공연 문화의 특성을 십분 살릴 수 있는 크기와 형태인것 같다.    물론 조명시설도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충분할 만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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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산의 짜릿한 마지막 공중회전 도약

남사당 놀이를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역시 공연이란 관객들과의 호흡이 중요하고 남사당은 특히나 더 그렇다. 
줄을 타는 어름산이는 계속 줄위에서 관객과 대화하며 관객의 호응이 시원찮은 것을 불평하기도 하고 거드름을 피우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관객의 주머니를 뒤져 만원짜리 몇장을 꺼내게 만들기도 한다.

어름산이의 입담은 웬만한 만담가 뺨칠 정도이다.   남사당 놀이는 줄타기 뿐만 아니라 풍물마당과 버나놀이등 한시간 이상 이어졌다.

공연의 각 순서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각 출연자들은 처음엔 쉬운 것으로 시작해서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켜며 점층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다.

왼쪽의 어름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처음에는 줄을 타고 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양, 엄살을 떨며 간신히 줄을 건넜다.  그 후 옆에 앉아 장단을 맞추던 놀이패와 입담을 주고받으며 관객들을 충동질 하는데 이때 관객 몇몇이 나서서 줄위에 있는 어름산에게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주면 어름산은 처음에 왔던 것보다 조금 더 어려운 방식으로 줄을 건넌다.   

이런식으로 어름산은 한발로 줄타기, 앉아서 건너기, 양반 걸음으로 건너기 등을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이윽고 그가 가진 극성의 내공을 100% 발휘하여 저 사진과 같이 정말 펄쩍펄쩍 줄을 타고 다니며 공연을 끝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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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놀이 ... 흥겹다


곧이어 등장하는 풍물놀이패의 실력들도 대단했다.  이들은 그 더운날씨에도 불구, 30분 이상 소고와 장구, 북, 꽹가리와 징을 두드리며 신명나는 한판을 제공했다.   이 엄청난 타악기의 조합은 관객들을 움직이게 해서 나를 비롯한 관객들의 입에서 ‘얼씨구~’, ‘좋~타’라는 후렴구가 스스로 터지게끔 하였다.

나의 주목을 가장 끌었던 것은 마당의 네퀴퉁이에 서서 태평소를 부는 마당패거리 두명이었다.  이 태평소라는 악기는 확실히 사람을 홀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나보다.  그 많은 타악기들이 마치 겨울 진부령에 널어놓은 황태처럼 태평소라는 주파수가 긴 소리에 정확히 꿰어 가지런히 널려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쨋든 태평소는 효과가 있었다.  풍물마당이 끝나고 뒷풀이 마당이 이어지자 관객들이 마당으로 나가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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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풀이 마당...모두가 어울려 춤을


모든것이 끝났을 때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와이프와 나의 공통적인 마지막 멘트.

‘우리것이 참 좋은것이여~’

바우덕이 풍물패의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라…
http://www.baudeo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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