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과 한국축구…그리고 미래

By | 2007-07-30

제가 마지막으로 글을 쓴것이 7/15일이었네요.  사실은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휴가, 조직개편, 사무실이사, 교육, 워크샵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을 지경으로 바빴답니다.  그 와중에서도 축구는 모두 봤네요 -.-
바레인전 이후 인도네시아-이란-이라크-일본전까지 말이죠.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베어백감독이 사퇴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베어백감독의 사퇴는 좀 유감스럽습니다.  총체적으로 질타를 받고는 있어도 조금 더 견디어 주길 바랬습니다.

베어백, 지금 사퇴하면 안된다

저  역시 이번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골결정력, 다양한 전술변화의 부족에는 목말라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결과를 생각하면 지금은 참고 견디는 시기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처음으로 부임하던 때를 생각해 보죠.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표팀을 맡고 단 며칠만에 승리를 따냈습니다.   2005년 11월 스웨덴,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아직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 않았던 대표팀으로 승리했는데요.  그 경기이후 아드보감독의 작전지시가 적힌 노트가 발견되면서 화제가 되었었죠.  그때의 골넣는 상황이 아드보 감독이 그려놓은 상황과 거의 흡사했었습니다. ( 관련글참조 )

시험보기 며칠전 쪽집게 과외를 한것과 같았죠.  히딩크 역시 부임 초기에 포백시스템을 시험하다가 결국은 3-5-2를 기본전술로 채택하고 단기전에 대응하기 위한 체력훈련으로 밀어붙여서 성공했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베어백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 되어서 기본적인 생각이 앞서 두 감독들과는 좀 달랐던 모양입니다.   그는 좀 더 큰 그림으로 근본적인 프레임웍을 바꾸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Sportal Korea의 KFA 2급 지도자 강의내용 참조. 2005.11.30)

그래서 저는 베어백의 이러한 시도를 지지했습니다. (제 블로그의 관련글 : 베어백을 환영한다) 축구팬으로서는 끈기를 가져야만 결과를 볼 수 있는 시도였죠.  단기적인 맞춤전술이 아닌 기본 프레임웍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중장기적인 시각과 여러번의 시행착오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는 치아를 교정하는 것과 같이 시간이 오래걸리고 볼품없을 수도 있겠죠

그는 정말 아시안컵에까지 와서도 거의 기본적인 프레임웍의 관점에서 경기를 진행하더군요.  많은 지적을 받았다 시피 세부적인 전술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고 거의 기본원칙만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 기본원칙을 예로 든다면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장신의 중앙수비수 2명이 공격에 가담하고 미드필더나 측면수비수가 그 자리를 메꾸는 것이나   우리가 공을 잡은  상황에서는 항상 삼각형 대형을 유지하여 볼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상대방의 오버래핑시에 측면 미드필더가 내려와 수비하며  우리측의 측면수비수는 골에이리어 근방으로 수축하는 형태 등이 그것들입니다.

우리가 EPL등을 통해서 흔히들 보아왔던 장면들이고 그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몸에 체득하여 그렇게들 하고 있는 그런 기본원칙들 말입니다.
대표팀을 거쳐가고 있는 선수들의 몸에 이런 원칙들이 적용되어 거의 버릇처럼 움직이게 되었을때 비로소 세부적인 전술이 의미가 있는 것이겠죠.   저는 그 때문에 베어백의 접근방법을 지지했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대표팀이 비록 실망스러운 경기를 매번 이어갔고 저 역시 순간적으로 열이 받는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베어백이 사퇴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린다면 우리도 지금 달고 다니는 치아교정기를 뺄 수 있을 텐데 너무 아쉽습니다.

이미 포백시스템은 대표팀에서 어느정도 공고해 졌고 젊은 선수들의 기량역시 출중해 진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에서 사퇴를 선언한 것이라 더더욱 말이죠.  

김치우,오범석 > 송종국,김동진

전 이번 대회를 통해서 김치우-오범석 좌우 윙백 조합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그들의 오버래핑 스피드와 크로스의 품질 과감한 슈팅 역시 모두 좋았습니다.   베어백의 기본 프레임웍을 가장 충실히 소화해 낸 윙백 조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대로 송종국, 김동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치우-범석 조합에 확실히 밀리는 모습이었고 앞으로 분발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요즘 잘 나간다는 올림픽-청소년 대표팀에서 김승용 같은 선수들에게도 밀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진규는 현재 국가대표 중앙수비수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러면에서 좀 더 갈고 닦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진규는 신장과 체력, 기본기 등 재료는 쓸만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안정감을 높이고 세부적인 기술만 보완한다면 앞으로 확실한 에이스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가 되나 대표팀에 들어온 최근 수년동안 눈에 띌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공격진과 미드필더들은 자원도 많고 앞으로 얼마든지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사실 별 걱정이 없습니다만 중앙수비수는 정말 마음먹고 길러내야 할 텐데요.   전 아직도 조병국에게 미련이 있는데 비단 조병국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까지 적어도 국가대표급의 확실한 선수는 6명정도 보유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 

가까운 미래…과연

누가 대표팀의 감독이 되든 이번 베어백의 사퇴로 인해 후임감독은 더욱 부담스러워 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와 같은 상황에서 냄비같은 언론과 팬들, 협회까지 만족시키는 방법은 오로지 승리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베어백이 그나마 쌓으려고 노력했고 지금까지 쌓아놓았던 누각이 모래성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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