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보고서의 요건

글은 보고서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동시에 이해와 설득을 위한 가장 강력한 요소다. 단순한 문장일지라도 읽는이의 머리속에 들어오는 순간 거대한 화학반응을 연쇄적으로 이끌어, 해당 문장의 수 백배나 되는 생각을 폭발시킨다. 문장을 설명하는 그 어떠한 인위적인 비주얼도 상상이 만들어낸 스케일과 느낌을 넘어설 수 없다. 우리가 종종 유명한 원작을 기반으로한 영화를 본 후 실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 에세이 등과 달리 보고서는 독자(청중)의 머리속에서 벌어지는 불안정한 (생각)입자들의 반응을 일정하게 제어해야 할 임무를 가지고 태어났다. 즉, 청중들이 제 멋대로 생각하며 오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글쓴이가 정확히 의도했던 반응결과로 모두를 이끌고 가야 한다. 때문에 글은 강력한 파워를 지녔으면서도 정확하게 구사되지 않으면 오해를 막아내기 어려운 도구다.

  • 모든 보고서의 전제조건 : 오해없이 빠르게 핵심을 설명하는가

그림은 독자의 상상력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모두의 생각을 균일하게 맞춘다. 청중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해야 하는 보고서 작성자로서 이러한 그림의 속성은 긍정적이다. 게다가 텍스트보다 더 쉽고 빠르게 흡수된다. 파워포인트, 키노트와 같은 슬라이드 기반의 문서들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텍스트 위주의 보고서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그 비주얼이 다음의 세 가지 요건 중 하나 이상을 만족시켜야 텍스트보다 더 강력한 ‘전달력’을 가지게 된다.

  • 더 쉽게 이해되는가
  • 더 임팩트 있나
  • 더 구체적인가

복잡한 외양이나 얽혀있는 다수의 이해관계를 글로 묘사할 때 독자는 결국 머리속에서 이를 그려보게된다. 이를 간단하게 도식화할 수 있다면 청중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된다. 그림은 일련의 텍스트보다 직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한스 로슬링 박사는 ‘세계인구 증가에 대하여’라는 2010년 TED강연을 통해 두 가지 색상의 상자 몇 개와 부유한 정도를 구분하는 비행기, 자동차, 자전거, 신발 모형으로 1960년부터 2050년까지 90년간의 인구변화 추이를 청중들에게 설명했다. 청중들은 단 5분만에 인구문제의 핵심을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스티브잡스는 2009년 당시로선 가장 가볍고 얇은 맥북에어를 처음 발표하면서 이를 서류봉투에서 꺼내는 장면으로 시연했다. 이 장면은 청중들에게 ‘얇고, 가볍다’라는 말로 직접 설명하는 것 보다 훨씬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청중은 말로 전달하는 것 보다 직접 현장의 참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진과 증거에 설득된다. 거기엔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좋은 비주얼은 이해, 임팩트, 구체성을 한꺼번에 담아내기도 한다. 텍스트는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력한 수단임에 분명하지만 비주얼은 때로 상상력을 넘어서기도 한다. 텍스트 위주의 보고서든 슬라이드 형태의 보고서든 좋은 보고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과 뻔하지 않은, 강렬한 임팩트와 진정성을 가지며 직접적인 설득을 이끌어내는 디테일을(구체성) 가진다.

슬라이드 문서의 특성

슬라이드 문서의 외형적 특성은 텍스트 문서보다 영화나 동영상에 가깝다. 동영상은 1초당 30~60장의 프레임이 연속적으로 지나가지만 슬라이드는 1분에 한 두장 정도로 대단히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영화에서 장면의 가장 최소 단위는 컷(Cut)으로 레코드 버튼을 누르고 다시 중단할때까지의 연속촬영된 프레임의 분량을 말한다. 컷이 모여 씬(Scene)을, 씬이 모여 시퀀스(Sequence)를, 시퀀스 몇 개가 전체 영화를 이룬다. 시퀀스는 보고서의 챕터, 슬라이드 한 장은 컷이 될 수도 있고 더 작은개념인 프레임이 될 수도 있다.

동영상의 초당 프레임수가 적으면 움직임이 부드럽지 못하고 끊어져보이지만 인물이 움직이는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일반 사진기의 연사기능을 이용해 촬영된 사진도 그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청중들이 그 흐름을 계속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논리전개와 스토리라인이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흐름으로 설계되어야 하는 것 처럼 비주얼 역시 시각적으로 줄기를 놓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슬라이드 문서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슬라이드가 전체 흐름에 대한 설계없이 한 장 한 장 각자 디자인된다면 제대로된 스토리라인과 무관하게 재앙이 될 수 있다.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슬라이드를 구성하는 컬러, 폰트, 표, 챠트 등 모든 구성요소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또한 단순해야 한다. 그렇게 문서작성에 대한 표준을 정한 후에야 각 슬라이드를 설계해야 한다.

다양한 표현 아이디어 공개강의에 등장하게될 다양한 표현과 디자인 사례는 모두 위에서 설명한 원칙과 특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흐름에 대한 설계와 개별 슬라이드 디자인, 두 부류로 나뉘며 이들은 각각 이해-임팩트-구체성중 하나 이상의 키워드들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관여한 표현사례와 함께 귀감이 될만한 외부 사례들도 골고루 소개하기로 하겠다.

아래 공개강의 참가양식을 통해 신청해주세요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