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의 구성요소

그림1) 프레젠테이션은 상당히 많은 고려요소가 존재한다

프레젠테이션은 ⓐ프리젠터에게 주어진 ⓑ주제를 일정한 ⓕ형식의 ⓔ문서에 담아 (ⓒ+ⓓ+ⓘ)청중에게 ⓖ전달하는 ⓗ자리다. 간단하게 기술했지만 아홉가지 요소가 담겨있다. 좋은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두 가지 이슈를 얘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청중’에 대한 것이다. 위 정의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청중이다. 청중을 중심으로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제 누구나 알고있고 그렇게들 했다고 얘기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전문용어를 좀 더 쉽게 풀어쓴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더 다양한 변수를 심도있게 고려해야 청중을 중심에 두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혹자는 이를 ‘청중이 듣고싶어하는 이야기’로 해석하는데 이는 ‘청중이 좋아하지 않을 내용은 꺼내지 않는다’로 오해할 수 있어 위험하다. 보고서를 쓰다보면 청중이 싫어하지만 결국 꺼낼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로 채워지는 보고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내 사고방식으로 설명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청중을 중심에 둔다는 것은 ‘청중의 사고방식’을 고려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피상적 요소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은 프레젠테이션을 향상 시키기위해 흔히 피상적인 부분인 ⓕ형식(멋있게 작성하는 것)과 ⓖ스피치(전달-멋진 무대매너와 스피치)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었다. 멋진 슬라이드와 유려한 말솜씨말이다. 그러나 그 두 가지만 추구한다면 분명한 한계에 부딫힌다. 말은 더듬고 슬라이드가 화려하진 않지만 단순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 프리젠터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낮다고 장담할 수 있다. 스티브잡스와 애플의 프레젠테이션을 그저 멋진 디자인과 스피치로만 보면 곤란하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피상적인 요소들에 앞서 ⓔ내용(논리와 스토리)이 치밀하게 기획된 결정체이다.

위의 두 가지 이슈는 앞으로 이야기할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의 매커니즘을 설명할 주 요소들이다.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이외에도 많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특정 요소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모든 변수를 완전하게 제어할 수 없지만 최소한 이러한 변수를 생각해둠으로써 무방비상태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망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몇 가지 변수들을 살펴보자.

프레젠테이션에 ⓜ경쟁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제안서, 공모전 등과 같이 상대평가를 통해 승자가 결정되는 무대임을 의미한다. 이 경우엔 어떤 경쟁자들이 무대에 설 것이며 그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절대적인 능력치에서 우리가 확연히 앞선다면 경쟁자란 변수의 의미는 축소되겠지만 경쟁자들의 들고나올 수 있는 회심의 카드에 대비해 방어책을 강구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경쟁자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우리가 내보일 수 있는 최고의 승부수를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동적으로 ⓒ심사위원(의사결정자)구성, ⓟ요건(RFP에 요구하는 사항들) 뿐만 아니라 위에서 나열된 모든 프레젠테이션 요소들이 모두 민감한 요소로 등장한다.

ⓚ발표시간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5분 발표가 가장 일반적이다. 발표시간이 짧으면 변별력이 높아진다. 짧으면 짧아질 수록 핵심만 남기 때문에 단순명확한 구조를 가진 프리젠터가 유리해진다. 하지만 실제로 좋은 내용을 가진 프리젠터가 단순명확하게 정리해 내지 못해 평가절하 당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질의응답시간이 최근들어 의미가 커지고 있다. 배당되는 시간이 발표시간과 같거나 길기 때문이다. 질의응답시간은 발표시간의 연장이라 생각해야 한다. 발표시간이 짧다면 덜 중요한 내용들을 지능적으로 질의응답시간에 커버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라면 질의응답 자료를 만드는데 상당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도구와 장치는 컴퓨터나 리모트, 화면의 크기 등 발표장소내의 기기들을 말한다. 원래 그 장소에 있는 도구들을 이용하게 되었을 때 이 변수의 영향력이 상승한다. 파일을 미리보내 주최측의 컴퓨터로 한꺼번에 프레젠테이션 하게 되었을 때 폰트가 없거나 버전이 달라 슬라이드의 레이아웃이 처참하게 깨진 경우를 당하게 되면 그에 당황해 모든것을 망치게 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모든 슬라이드를 각각 그림으로 변환해 슬라이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History는 이 프레젠테이션 무대의 역사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요소로 상당히 무게가 있지만 종종 간과된다. 내가 지금 보고하는 주제가 과거에도 등장했던 것인지 그랬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따라 보고받는 ⓒ의사결정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지난 10년간 매년 벌어진 입찰결과와 그 때의 주요 경험들은 제안요청서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경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조사를 통해 이 입찰에 관한 전통의 강자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도 있다.

ⓗ 무대는 지루한 정기회의 자리일 수도 있고, 별도로 특별히 마련된 무대일 수도 있으며 내가 아닌 남을 빛내기 위한 찬조출연이 될 수도 있고 내 이야기만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도 있다. 무대에 따라 톤앤 매너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대면하지 않고 제출만으로 끝나는 경우는 의외로 자주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읽는것 만으로도 오해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난 홈페이지도 일종의 비대면 프레젠테이션으로 간주한다. 결국 우리 홈페이지에 들어온 청중은 몇 가지의 예상경로를 거쳐 비로소 도착하게 되었을 것이고 보통 무엇을 얻기위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홈페이지의 구성이나 내용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사전제출로 내용이 미리 공개되는 거라면 그 내용을 정말 잘 읽어서 숙지하고 왔을지의 여부를 예상해보는 것이 첫번째 숙제다. 보통 제안서를 미리 제출하고 며칠 후 프레젠테이션에 임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경쟁자가 많거나 시일이 촉박한 경우 읽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으로 미리 사내에 배포된 후 벌어지는 보고회의 경우라면 미리 준비해온 질문공세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난전을 각오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나 프레젠테이션과 무관하게 등장하는 환경변수가 통제하기 가장 어렵다.

여기에 등장한 프레젠테이션의 구성요소 19개는 모두 프레젠테이션의 매커니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두에 제기한 두 이슈의 핵심인 ‘청중(주로 ⓒ의사결정자)을 중심으로 한 ⓔ내용설계’이다. 나머지 17개 요소는 결국 이 두 개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거나 적어도 이 둘에 집중되도록 문제가 발생되지 않게 제어되는 변수다.

프레젠테이션의 매커니즘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청중을 인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직접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청중ⓒ과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 그리고 그외의 ⓙ일반청중이다. ⓒ의사결정자가 물론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의사결정자에겐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기전 ⓑ주제와 ⓐ프리젠터, ⓝHistory, ⓗ무대, ⓢ사회/환경이슈, ⓠ사전제출된 자료, 앞서 발표한 ⓜ경쟁자 등 거의 모든 요소를 망라해 일정한 선입견이 형성된다. 그리고 궁금증과 기대감까지 한 덩어리로 어우러지게 된다. 전체적으로는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세 종류중 하나다. 이 모든걸 합친 프레젠테이션 이전에 형성된 ⓒ의사결정자의 상태를 A라 하자.

그림2) 청중은 프레젠테이션 이전 선입견이 형성된다, 그걸 이용해야 한다

A는 프레젠테이션의 출발선이다. 복잡한 요소가 결합되지만 양상은 의외로 간단하게 ‘저렇게 젊은 친구가 이 사업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을까?’와 같이 정리된다.
‘작년에 이미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난 걸 다시 가져왔군’
‘후우~ 벌써 네 시간째야. 빨리 끝내주면 박수를 쳐주고 싶어’
‘역시 OO사가 이 바닥에선 제일 낫겠지?’

A를 제대로 분석했다면 이 상태에서 시작해 프리젠터가 의도한 반응인 B로 청중의 의식을 데리고 가는게 프레젠테이션이다.
‘젊은 친구가 이렇게 디테일하게 우리사업을 파악하고 있는게 놀랍네’
‘아~,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환경이 벌써 변했군’
‘명확하게 설명하니 잠이 확 달아나는군’
‘OO사가 갖지 못했던 요소를 갖췄구만, 대단한데’

위와 같은 매커니즘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다음과 같이 다시 정의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은 청중이 가진 선입견 A를
프리젠터가 의도한 반응인 B로 바꾸어 놓는것”

그림3) 프레젠테이션의 기본 매커니즘

프레젠테이션의 여정은 A에서 B까지이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엔 궁극적인 목표점이 존재한다. 자동차 전시장에 들어서는 고객에게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도 프레젠테이션이다. 자동차 세일즈맨의 최종 목표점은 그 고객에게 차를 파는 것이지만 처음 만난 고객을 10분만에 목표점으로 이끄는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처음 맞이한 고객에 대한 의도한 반응 B는 첫 미팅으로는 꽤 괜찮은 수준인 ‘인상적이군요’정도가 될 것이다.
최종목표점을 C라 할때 의도한 반응 B는 A와 C사이의 현실적으로 도달가능한 지점을 선택하게 된다

그림4) 의도한 반응과 목표점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같은 주제를 놓고 세 명이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더라도 출발선인 A는 셋이 모두 다르다. 프리젠터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혹은 그 이전부터 청중에게 A가 프리젠터 각자에게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프리젠터, 주제로 매번 다른 청중에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경우도 A는 매번 달라진다.

그림5) 같은 무대라도 경쟁자에 따라 A와 B가 다르지만 종착역 C는 같다

A란 선입견이 B라는 반응으로 바뀔때 프레젠테이션의 어느 한 지점에서 단번에 모든 것이 바뀌진 않는다. 몇 차례의 전환점을 거쳐 쟁점이 해결되거나, 오해했던 것이나 몰랐던 것을 알게될때 하나씩 바뀌게 된다. 보통 2~3단계를 거쳐 의도한 반응인 B에 이르게 되는데 이 단계는 허들경기와 같아서 첫번째 허들인 B1을 넘지 못하면 B2역시 넘을 수 없게된다. 프레젠데이션에서 무엇이 허들(쟁점)이 될지 간파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논리전개와 스토리텔링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림6) A에서 B로 단번에 바뀌는건 불가능. 허들을 넘어라

내용과 형식

허들설계는 ⓔ내용의 영역에 해당한다. 프레젠테이션을 다섯개 단락으로 구성하면서 두 번째와 네 번째 단락에서 중요한 인식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기획을 하려면 무턱대고 보고서를 쓰지말고 ‘생각의 공장’에서 충분한 기획을 거친 후 작성(=표현=ⓕ형식)에 들어가는 편이 바람직하겠다. 생각의 공장은 요즘 기획자에게서 보기힘든 ‘문서기획 공작소’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그림7) A에서 B까지의 여정을 책임지는건 내용=문서기획이다

생각의 공장은 프레젠테이션 ⓑ주제가 부여되고 나면 본격 가동된다. 19개 구성요소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평가해보며 청중이 가진 선입견 A와 의도한 반응 B를 생각해보는 것이 1단계인 ‘스탠스’다.

그림8) 프레젠테이션 구성요소 전체를 생각하며 ‘스탠스’를 짜보라

스탠스가 결정되면 필요한 이야기의 덩어리들을 나누고 이에 대해 정보수집과 정리를 진행하면서 허들을 확정하고 이를 넘을 논리를 마련한다 (2단계 ‘논리구성’) 나는 에버노트로 생각의 공장을 구현했는데 2단계가 끝날 즈음이면 해당 주제에 대해 3~50개의 자료 스크랩과 분야별 정리노트, 쟁점사안에 대한 논리 등이 상당한 분량으로 쌓이게 된다. 이를 가지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골격을 짜고, 설득을 위한 구체적 증거와 설명,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곁들여 2~3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그 중 하나를 체택해 디테일업한다. (3단계 ‘스토리라인’)

그림9) 생각의 공장에서 주로 벌어지는 일들이다

내 생각의 공장에선 기획의 결과물로 개조식 형태로 정리해 놓은 상당한 분량의 노트 하나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출력한다면 10~20장 규모의 빽빽한 정리물인데 단어선정과 메시지도 어느정도 다듬어 놓은 상태이다. 스토리라인 정리물이 주를 이루고 여기선 탈락했지만 논리구성 단계에서 정리해놓은 참고자료가 뒤에 길게 첨부된 형태이다. 이는 잘 다듬어 놓은 식재료와 같아서 다양한 종류의 형식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의 ⓕ형식은 다양하다. 파워포인트나 키노트로 작성되는 슬라이드 문서, 워드나 아래한글로 작성하는 세로형 한장(혹은 몇장)보고서, 구두보고, 메모, 동영상, 메일 등이 있다. 슬라이드 문서는 텍스트가 많으면서 프레젠테이션을 겸한 하이브리드 슬라이드가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가운데 스티브잡스와 같은 글자는 적고 비주얼요소가 큰 형식도 있다. 일부 공공기관에선 세로형태의 슬라이드 문서도 제안서 형식으로 널리 사용중이다. One Page Report(OPR : 한장보고서)는 최근 수년간 가장 각광받는 형식으로 부상하였다. 서술형과 개조식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청중에게 보여지는 문서를 Front-End라 부른다면 그 뒤의 생각의 공장이 가진 기초자료와 정리물은 직접 볼 수 없는 Back-End라 부를 수 있다. 보고서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시 보고할 수도 있고 더 확대할 수도 있으며 반려후 다시 할 수도 있다. 당장 보고서를 써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뒤의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면 다음 보고서는 훨씬 강해진다. 제안서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따라서 난 언제나 기획자라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Back-End를 정원같이 만들어야 하며 그에 맞게 기획에 대한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림10) 문서형식의 종류와 Front-Back-Hidden

형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멋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해없이 빨리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한 페이지이기만 하면 누구나 빨리 핵심을 파악할 수 있으리란 믿음은 착각이다. 같은 한 페이지라도 누구보다 빨리 핵심을 전달 할 수 있게끔 기획하고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슬라이드 문서는 OPR이나 서술형 보고서에 비해 시각적인 특장점을 제공할 수 있는데 그러한 우위를 제공할 수 없다면 사용하지 않는편이 낫다.
Hidden 문서들은 발표시간엔 등장하지 않으나 질의응답 시간이나 돌발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나에게 부여된 발표시간 30분은 조직내 회의에선 앞사람의 시간사용에 따라 얼마든지 10분으로 짧아질 수 있어 요약본 등이 있다면 그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11) A가 B로 전환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3요소들

실제 프레젠테이션은 최초 생각의 공장에서 나온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슬라이드 형식과 템포, 스피드, 강조할 슬라이드를 정해 이야기에 임팩트를 주고 거기에 목소리를 이용해 스토리라인에서 의도한 뉘앙스와 분위기로 청중을 B로 전환시킨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