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

By | 2019-03-11

이글은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 공개강의 요약본입니다.  공개강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링크를 따라가 주세요.   이 글은 또한 사업계획서 구성과 표현을 위한  ‘337프레임웍’의 간략한 소개이기도 합니다.  337프레임웍은 좀 더 상세한 가이드북과 워크시트로 보강되는 중입니다.

사업계획서의 난점 : 내러티브의 결여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를 코칭한지 6년째다. 처음 의뢰가 들어왔을 때 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인지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난 그 전까지 거의 20년간 전략을 짜고, 보고서를 만들어 청중을 설득하는 일을 해왔고 강의와 코칭 경험까지 있었기에 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 때 처음으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라는 프레임웍을 접했고 창업관련 소식과 이 업계에서 통용되는 관행들을 새로 익혔다. 수 년간 스타트업과 투자자, 고객, 사업파트너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업계획서를 발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머리속으로 정리되는 것이 있었다.

스타트업은 대개 5~10분 길이의 사업계획을 데모데이를 통해 투자자와 일반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시장과 사업아이템, 경쟁제품, 제품과 사업로드맵, 구성멤버, 기술적인 차별성 등을 모두 얘기하기엔 5분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짧다. 많은 내용들을 깊이없이 나열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중요 내용이 누락된다. 이건 ‘단순나열에서 오는 내러티브의 결여’라 진단할 수 있다. 스타트업 분야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기획자들이 흔히 겪고 있는 문제다. ‘내러티브의 결여’는 논리/이야기의 흐름과 줄기, 형체를 가늠할 수 없어 결국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

불행하게도 창업지원기관이 제시하는 사업계획서 양식과 가이드라인이 이 현상을 가중시키는데 한몫했다. 예비창업자들은 대개 기관이 주최하는 공모전에 응하면서 첫 데모데이의 기회를 가지게 되는데 이때 요구되는 지원양식의 획일적인 목차는 개별 스타트업이 가지는 고유의 내러티브 형성을 방해한다.

어떤 청중에 포커스를 맞추느냐도 중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자가 사업아이템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어려운 용어를 그대로 얘기한다. 또한 고객이 아닌 투자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스탠스를 취하다 보니 제품이나 서비스의 매력에 집중하기 보다 사업얘기에 치중한다. 그러다보니 사업아이템의 실체도 파악할 수 없는 웃지못할 경우도 발생하곤 했다.

접근방법 : 분리와 격리후 각개격파

내러티브가 결여된 문서나 프레젠테이션에서 내가 일반적으로 취하는 방법은 조각난 내용들을 3~4개의 카테고리로 묶어 격리시키고 중요도가 높은 순서로 배치한 다음 각 카테고리의 최대이슈를 뽑아내 허들로 세우고 하나씩 넘어 격파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 이 방법을 이용해 프레임웍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론 ➀상품(사업아이템)-➁회사(보유역량)-➂사업(수익구조)의 3개 파트를 순서대로 배치했다. 사업계획서는 아래에 제시된 각 카테고리의 질문에 순서대로 대답하고 그를 증명하는 것이다.

➀제품(사업아이템) : 시장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인가 ?
➁회사(보유역량) : 필요한 핵심역량을 갖추었나 ?
➂사업(수익구조) :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지녔나 ?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라면 기본적으로 저 세 가지 질문에 각각 ‘네’나 ‘그렇다’로 대답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곧바로 이유와 증거를 들어 논리를 단단하게 구축한다.
주의해야할 것은 ‘격리와 각개격파’의 개념이다. 제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을때 회사나 사업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 철저하게 고객관점에서 ‘시장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인가 ?’란 문제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어느 기관의 사업계획서 목차를 보면 ‘대표이사의 전문성’으로 시작해 ‘제품 개발동기’와 ‘사업목적’을 거쳐 다시 ‘사업아이템’, ‘시장’으로 흘러갔다가 ‘재무계획’과 ‘사업화 일정’으로 끝을 맺는다. 제품과 회사, 사업이 계속 교차해 등장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동시에 3개 방면에서 공격해오는 적의 군대와 전투를 수행하는 것과 같아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 아마 나폴레옹이라면 적의 대군을 3개로 분리해 격리시킨다음 자신이 원한 순서대로 상대해 각개 격파하는 방법을 구상했을 것이다.

나 역시 복잡하고 거대한 보고서는 늘 같은 방법을 쓴다. 7~8개 이상의 챕터로 조각났지만 실타래같이 복잡한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져있는 사업계획서를 3개 파트로 재구성해 분리한 후 각개 격파하는데 그 첫번째 상대는 가장 중요도가 높은 제품이다. 만약 공고한 브랜드와 탁월한 업적을 쌓아올려 이미 대외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스타트업이라면 회사의 역량을 맨 앞에 내세울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스타트업은 그렇지 못하기에 맨 처음 내세워 얻을 수 있는 임팩트가 적다. 여기서 말하는 제품이란 고객을 상대로 구매를 유도할만한 내용을 말한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함으로서 자신에게 Benefit이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고객에게 제품에 대한 원가와 생산방법, 마케팅 전략 등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한 내용들은 모두 투자자나 사업 파트너가 관심있어할 만한 내용으로 ➂사업 부문에 수록된다.

‘시장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이며 / 이 사업에 필요한 주요 핵심역량을 갖추었고 / 지속가능한 수익모델도 지니고 있다’가 내가 구상한 내러티브의 기본구조이다. 나는 여기에 ‘337프레임웍’이란 이름을 임시로 붙였는데 제품-회사-사업의 3개 파트로 구성되었고, 진단-구조화-표현의 3단계로 구현되며, 7개의 주요관문을 가지고 있다고해서 3-3-7이라 명명했다.

스타트업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사업구상을 위한 정말 훌륭한 프레임웍이지만 그 자체론 네러티브를 형성하지 못한다. 자신들만의 캔버스가 완성된 후엔 이를 해체해 순차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며 이때 캔버스가 커버하지 못하는 요소들은 새롭게 끼워넣어야 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 수립후 337프레임웍을 적용해 표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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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프레임웍은 진단에서 표현까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계인 진단에선 사업을 구성하는 필수요소들이 사업계획서상에 표현되었나, 그리고 그 수준은 어떠한가를 진단한다. 프레임웍의 핵심은 2단계 구조화인데 사업계획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쟁점들을 허들로 정의하고 그를 풀어낼 논리를 구조화한다. 3단계는 실제로 피칭덱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구체적인 표현을 생각하는 단계다.

Step 1. 사업구성요소 진단

사업계획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그 수준은 어떤지 진단하는 단계다. 사업계획서를 처음 쓰는 스타트업들에겐 자료수집을 위한 체크리스트로 쓰일 수 있다. 앞서 얘기한 제품-회사-사업에 대한 세 가지 큰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으려면 각 질문에 아래와 같은 6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각 요소들의 수준은 1부터 5점까지 점수로 표현할 수 있다. 1점이면 해당 요소가 누락된 것이다. 3점은 정의되어 있지만 임팩트가 없는 상태이고, 5점은 임팩트 있는 메시지로 정리된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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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장 : 매력적인 시장이야

시장 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요소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우리가 진입하려는 시장은 대단히 매력적이다’란 명제를 증명하는 것이다. 매력적인 시장은 크기가 충분히 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고객의 구매력도 크다. 이 시장을 주도 하고 있는 경쟁자는 거의 없거나, 있다해도 우리가 파고들 여지가 충분하다. 시장에 대한 자료는 위와 같은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시장에 대한 자료를 제시할 때 겪는 흔한 오류는 크기를 너무 넓게 잡아버리는 것이다. 우리 제품이 헬스케어 시장의 특정 부문을 파고들때 우리는 전체 시장의 특정 세그먼트를 공략하는 것이지 글로벌하게 수백조원에 달하는 시장 전체를 타겟으로 잡는건 의미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가 활동할 타겟시장을 제대로 정의내리는 것이 이 단계에서 중요하다.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업계획 피칭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되도록 타겟시장을 스스로 명명하고 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보여줘야 한다.
소송 승소가능성을 사전 진단하는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 B는 자신들의 시장을 작년도 소송시장 통계를 이용해 ‘소송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Pre-소송시장’이었다. 일반 서민들은 소송을 하고 싶어도 막대한 비용이 들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지레 포기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Pre-소송시장은 건수로 보자면 소송시장의 5~10배 정도는 될터였다. 그렇게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고 나니 모든것이 달라졌다.

2) Pain-Point : 기존 방법은 불편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는 대개 기존방법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혁신하며 등장한다. 이 경우 기존 방법의 불편함 즉, Pain-Point는 사업계획서에 가장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 확실한 Pain-Point가 존재한다면 단순하게 넘어가지 말고 구체적으로 그 불편함을 끄집어 내야 한다. 기존 방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절차와 구조를 보여주고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명확하게 넘버링을 해가며 단순한 메시지로 각인시켜야 한다.
실비보험을 보험사-병원과 연계해 자동으로 청구하는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 C는 Pain-Point에 대한 기술없이 자사 솔루션의 장점을 주로 설명했는데 이는 실비보험 체계를 잘 모르는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큰 감명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실비보험 처리를 위해 환자-보험사-병원이 겪는 비효율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이 솔루션이 갖는 파괴력이 몇 배나 늘어나 보이게 되었다.

3) 작동매커니즘과 Benefit : 우리 제품은 잇점을 제공하지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동작원리와 그를 통해 고객과 파트너가 얻을 수 있는 Benefit에 대한 정의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 부분에 가장 취약성을 노출한다. 앞절에서 Pain-Point가 정의되었다면 그 문제점들의 해결책이 제품(또는 서비스)의 작동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한다. 작동과정을 좀 더 임팩트있게 설명하기 위해 페르소나를 동원하기도 한다.
틀니살균 세정기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H는 세정기의 외양을 보여주며 그저 잘된다는 메시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기만 했다. 고객들은 기기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지 못했으므로 세정과 살균이 잘될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고 이 회사도 자신들의 핵심기술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에 기기 내부에서 벌어지는 세척-살균 프로그램을 4단계로 나누어 도식화해 불림과정과 크고 작은 기포의 발생이 틀니에 스크래치를 내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

4) 사업역량 : 이 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어

회사소개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대개의 스타트업들은 조직도나 주요멤버의 이력, 특허증, MOU체결 사진 등을 불필요하게 많이 보여준다. 그러나 이 섹션은 회사의 직급과 조직도가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며 그 역량에 대응하는 리소스의 보유여부, 주요 멤버들이 가진 업적과 회사의 자산 등이 간단하게 언급되어야 한다.
100달러대의 보청기를 개발한 스타트업 A는 대표이사와 주요임원들의 이력과 조직도만으로 이 회사에 필요한 핵심자원이 충분한지 설명해낼 수 없었다. 이 사업을 위해 가지고 있어야 할 핵심역량을 하드웨어 설계, 디자인, 펌웨어, 앱개발로 나누어 중요도를 표시한 후 그에 대응하는 인력과 그들의 경력과 업적을 가시성있게 보여주자 그들이 핵심분야의 리소스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5) 구현 가능성 : 우리의 계획은 명확해

1)~3)이 청중을 고객이라 가정한다면 5)~6)은 사업적인 부분으로 투자자와 제휴 파트너들에게 제품의 이면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다. 사업에 있어 가장 큰 관심사중 하나는 현재까지의 제품개발 진행과 앞으로의 명확한 계획을 얘기하는 것이다. 최초 아이디어 구상에서 프로토타입, 시제품과 시장출시 시기, 앞으로의 계획까지 타임라인으로 구성하면 가장 이해하기 쉽다. 각 스타트업마다 현재까지의 진도가 다르므로 여기에 쓰여질 내용도 각기 다르다.
만약 이미 제품을 출시한 후라면 고객의 반응과 그간의 성과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어야 한다. 시제품 개발이 완료되었다면 판매채널과 마케팅 계획이 주요 관심사가 된다. 제조업의 경우라면 양산과 품질에 대한 우려와 질문이 쏟아질 수 있다. 매우 다양한 내용이 담길 수 있는 부분이다.

6) 향후 사업전망 :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있어

주로 숫자가 채워지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있어 여러 창업코치와 액셀러레이터의 의견이 엇갈린다. 더 자세한 손익과 원가구조 매출계획을 원하는 투자자가 있지만 난 앞선 다섯 요소보다 이 부분을 더 자세하게 작성해온 스타트업의 진정성을 항상 의심한다. 제품개발과 리소스 확보에 일차적으로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숫자에 소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숫자를 고려하지 않고 제품개발에만 매진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 난 대략적인 원가구조와 Revenue Stream 정도만을 요구한다. 향후 매출을 어느 부분에서 얼만큼의 비중으로 뽑아낼 수 있을지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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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프레임웍의 360도 진단은 앞서 설명한 3개파트 6개 분야에서 12개 세부항목을 5점척도로 나타낸다. 이를 통해 어느 부분이 고도화되었고 어느 부분의 조사와 개발이 미흡한지 한눈에 보여줄 수 있다. 가장 좋은 모양새는 전부문에서 기본점수인 3점이상을 획득하며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이 프레임웍은 한번의 진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서가 업데이트되고 다시 평가하여 특정부문에서 진전을 이루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레임웍엔 12개 항목에 대한 워크시트가 가이드라인과 함께 제공되는데 이를 모두 작성하면 사업계획서의 필수적인 내용을 모두 수집할 수 있다. 이 워크시트의 작성이 사업계획서 작성의 완료를 의미하진 않는다. 다만 구성요소를 모두 수집하고 정리했다는 의미이고 진짜 사업계획서는 다음 단계에서 결정된다.

Step 2. 논리 구조화

앞선 Step1에선 사업계획서를 구성하는 6개 주요 요소들을 조사하고 정리하였다. 이들 요소를 손바닥만한 카드에 요약한 후 표지를 추가로 만들어 붙이면 피칭덱의 가장 기본적인 초안이 만들어진다. 처음엔 여섯개의 카드마다 한 두 문장 정도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중요한건 이들 문장이 계속 다음카드로 무리없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읽다보면 논리의 비약이 있을 수도 있고 추가해야할 부분도 있으며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고 생략되어도 좋은 부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다음단계에서 다룰 비주얼의 아이디어까지 여기서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자유롭게 카드를 바꾸고 추가하고 버린다. (포스트잇은 위치를 재빨리 뒤바꾸고 이 아이디어를 묶어 보관하기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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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허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가장 쟁점이 될만한 사안들을 예상하고 그 해법에 집중하는 것이다. 허들은 사업계획서를 통틀어 최대 3개를 넘지 않는것이 보통이다.

전자제품내 소형부품들을 연결하는 이방성도전필름(ACF)을 Self-Assembly 기술로 혁신한 스타트업 A사에겐 ACF란 개념을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대중과 투자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큰 허들이었다. 이에 대한 이해없이는 시장과 Pain-Point, 특장점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워크샵에 참가해 발표를 들은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제품의 실체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질문을 해보았더니 제품이 어떻게 생긴것인지도 몰랐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Pain-Point 부문에 나오는 ‘현상’을 제일 처음에 위치시켜 ACF가 부품을 서로 열과 압력으로 압착해 연결시키는 양면테이프라는 것을 먼저 설명했다. 이전의 커다란 전자제품내 부품은 커넥터와 납땜으로 연결했지만 극도로 작아지고 구부러지는 스마트와치내의 부품은 이제 양면테이프로 붙인다고 말이다. 비로소 모든 사람들이 제품의 실체와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존 ACF가 접착력-전도성-작업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그 다음 허들이었다. Pain-Point가 분명했기에 개선된 SACF의 장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아래는 손으로 적은 카드에서 풀어쓴 A사 사업계획서의 실제 시나리오다.

  • Self-Assembly ACF
  • 커넥터의 시대 : 전자제품내 부품은 서로 연결되어 전류가 통해야 작동합니다. 2000년대 초까지 부품간의 연결은 커넥터가 담당했습니다.
    • 전자제품 자체가 크다
    • 커넥터가 두껍고 크다
    • 그러나 확실한 연결력
  • 붙이는 시대 : 전자제품은 작아지고 있고 이젠 커넥터가 들어갈 공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품을 서로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 초소형 전자제품
    • 커넥터 대신 붙이는 테이프
    • 커넥터보다 떨어지는 연결력
  • 붙이는 기술 ACF : 테이프형태의 리본을 양면 테이프처럼 부품 사이에 넣어 접착하는 ACF(Anisotropic Conductive Film) 기술입니다. 표면엔 분말크기의 작은 나노 도전볼이 도포되어 있습니다
  • ACF 작업 : 양쪽을 140도의 열로 압착하면 금속도전볼이 양쪽 전극사이에 녹아붙게 됩니다. 그렇게 전류가 통하고 접착력이 생깁니다.
  • 시장 : ACF시장은 현재 7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일본의 두 업체가 8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 주요 구매자 : 삼성과 LG가 약 40%인 3천억을 연간구매
    • 10년전 500억에 비해 15배 성장, 향후 수 조원대 성장 예상
    • 주요 업체 시장점유율 : 히다찌
  • ACF의 한계 : 현재의 ACF기술은 전도력과 접착력, 작업성이 떨어집니다. 제품은 더 작아지고 휘어지기 때문에 더 나은 전도력, 접착력, 불량을 줄이는 작업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전도력 문제
    • 접착력 문제
    • 작업성 문제
  • SACF : 우리는 이러한 요구를 만족하는 모두 만족하는 Self-Assembly ACF를 개발했습니다
    • 도전볼 특성 : 모여들고 완전히 녹아붙는다
    • 열과 압력을 가하면 물방울이 합쳐지듯 전극으로 녹은 도전볼이 모입니다
    • 붙이고나면 완전히 늘어붙게됩니다
    • 완전히 늘어붙는 성질로 전도력, 접착력이 좋아지고 저융점으로 작업불량을 최소화합니다
  • 역량 : SACF의 핵심인 코팅기술과 자체 생산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연구실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 SACF 제품화 :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까지 시제품 생산을 끝냈고, 품질 테스트를 완료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완료되면 6개월이내 연간 200억 규모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 사업계획 : 향후 3년간 전체 시장의 5%, 350억의 매출을 올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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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의 논리구조는 337프레임웍의 기본 내러티브에서 Pain-Point와 시장의 위치만 바꾼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개의 허들이 모두 Pain-Point에 몰려있었기에 이 부분에 거의 모든 내용이 집중되어 있다. 이로써 A사는 임팩트있는 논리구조를 갖게되었다.
허들경기에서 허들은 우회할 수 없고 반드시 넘어야 하는 요소다. 허들은 일정한 패턴을 정의할 수 없다. 개별 스타트업의 사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A사와 같이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전문분야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개념을 쉽게 이해시키는 작업이 반드시 허들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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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일반 대중이 스스로 잘 알고있다 생각하는 개념을 허들로 잡고 역으로 공략해 들어갈 수도 있다. 탁상형 스마트 제습기를 개발한 E 스타트업은 제습성능은 보통, 용량이 크지 않고, 가격은 일반 제습기보다도 비싼 이 제품의 포지셔닝이 고민이었다. 에어컨이나 제습기는 간헐적, 일시적이며 에너지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을 얘기하며 주된 타겟인 1인가구와 호텔, 팬션의 한여름철은 간헐적 제습이 아닌 보통제습 성능으로 조용하게 제습을 지속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속적 제습’론을 주논리로 내세웠다. 그를 위해 습도 86%인 7평 원룸의 대기엔 몇 컵의 물이 함유되어 있으며 일시적 제습후 다시 86%의 습도로 복귀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설명함으로써 ‘지속적 제습’의 토대를 만들어 약점을 제거했다.

유명 연주자나 오케스트라의 클래식공연 VR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D는 가뜩이나 입증이 어려운 VR컨텐츠 시장에서 클래식공연이라는 역시 크지 않은 타겟시장이 가장 큰 허들이었다. 그러나 인기있는 명품 클래식 공연은 사정이 달랐다. 조성진 리사이틀은 1분만에 매진되는 인기있는 공연이며 누구라도 보고싶어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잠재시장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한번 쯤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를 다뤄본 학생들이다. 이들이 유명 음악가의 연주를 봐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실제로 가서 볼 수 있는 공연과 비교한다면 VR은 콘서트홀 내부를 거닐 수 있고 바로 옆에서 연주자의 손가락만 원하는 만큼 지켜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업아이템의 슬로건도 ‘R석 이상의 감동’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허들설계에 일정한 공식은 없다. 그러나 청중입장에서 생각하면 무엇이 쟁점으로 등장할지 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칭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항상 나오는 질문에 주목하길 바란다.

Step 3. 표현

5분의 발표시간이 주어졌을때 내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제품:회사:사업의 시간 배분은 3:1:1이다. 적어도 가장 중요한 제품만큼은 확실히 설명하자는 뜻이다. 질의응답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주어진다면 그 역시 발표시간과 같은 5분 정도일것이다. 질의응답 시간 역시 발표시간만큼이나 중요하다. 제품에 중심을 두고 발표시간을 배분했다면 질의응답은 반대로 1:2:2혹은 1:1:3 정도로 제품 세부사항에 대한 한 두개 질의에 이어 회사와 사업에 질문이 집중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상황이 허락된다면 시간이 없어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제품의 기술적 특성이나 회사가 가지고있는 특허와 네트워크, 제품개발 로드맵과 사업확장 계획 등을 준비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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