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로 작성하는 세로형 제안서는 내가 경험한 문서중 최악이다. 최근 세로형 제안서를 오랜만에 작업했다. 이런 문서들은 프린트해서 제본하거나 바인더에 넣어 읽는 용도로만 쓰인다. 여기에 가로형 요약본도 요구받았다. 가로형 요약본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해도 되고 따로 PT본을 만들어도 된다.

내 생각에 검토자(심사위원)들은 100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를 발표당일 읽을 시간이 없어 요약본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요약본도 텍스트를 풍부하게 넣어 읽는 용도로 만들고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는 따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세부목차까지 발주사에서 RFP에 명시했기 때문에 애당초 논리적인 전개를 구상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제안서는 사전과 같이 필요한 페이지를 찾아 빨리 내용을 해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 그림과 텍스트 영역을 나누어 포맷을 단순반복 한다
  • 텍스트는 개조식으로 주장과 근거위주로 짧막하게 쓴다
  • 가로형 요약본에 재사용가능하도록 구성한다
  • 검정-회색의 단색조로 작성한다
  • 폰트는 한 가지로 통일한다
작업용 슬라이드 마스터 : 안내선 기능대신 선으로 영역을 구분했다

템플릿은 작업용 마스터와 제출용으로 나뉜다. 키노트나 파워포인트엔 안내선으로 작성영역을 표시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작업을 방해하기도 해 실제로 선을 그려 사용하고 작업이 끝난 후 선을 뺀 마스터로 일괄적으로 바꿔준다. 위부터 타이틀-리드메시지-그림-텍스트-각주의 다섯 영역으로 구분된다.

특징적인건 그림과 텍스트 영역 사이에 서로의 영역비율을 나누는 한계선이 3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페이지마다 그림이 커지거나 텍스트 양이 많아지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템플릿을 적용한 결과물을 살펴보자

작성된 결과물 : 그림이 2차 한계선까지 내려왔다

나눔바른고딕 폰트 한 가지와 검정색 단색으로만 작성되었고 그림과 텍스트가 1:1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텍스트 영역은 좌우로 나누어 단락제목과 내용을 2단으로 구성했는데 이는 텍스트를 요약본에 재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작업용 마스터(좌)와 제출용 마스터(우)

작성이 끝나면 전체 슬라이드를 선택해 제출용으로 교체하면 공사장의 비계같은 라인이 말끔하게 없어진다. 이 템플릿은 처음부터 가로형 슬라이드로의 재사용을 염두하고 만들어졌다. 위아래로 배치된 그림과 텍스트를 좌우로 배치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소소한 작업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거의 대부분을 재사용한 가로형 요약본 슬라이드

한가지 팁이 있다. 예제에 나온 조직도는 다른 슬라이드에 따로 그려서 그림으로 캡춰한 것이다. 같은 그림을 여러버전에서 재사용하려 할 때 크기를 다양하게 가져가려면 이같은 방법이 효과적이다.

PT용 슬라이드 : 세 가지 문서 모두 그림의 크기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제안서 문화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그건 다음기회에 따로 얘기하기로 하겠다. 제안서-요약본-PT본 등 최대 3가지 버전의 제안서를 짧은 시간내에 만드는 일은 정말 소모적이다. 평소 논리전개와 기획같은 보고서의 본질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지만 오늘은 문서의 각을 맞추고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부분에 집중했다. 제안서 환경자체가 피상적인 것을 중요하게 보이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세로제안서 템플릿은 이 글 아래의 링크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 템플릿이 어떤 상황에서나 유효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템플릿을 만들게 된 상황을 앞에서 기술했다. 앞으로 시간이 허락할 때 다른 패턴의 문서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겠다. 템플릿을 유용하게 사용하시길… 건투를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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