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록을 정비하기에 앞서 자신의 환경부터 파악해보자. 워크스마트를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럽지만 아래 그림이 대략적인 내 상태였다. 내가 누군가에게 연락하기 위해 가장 자주 꺼내드는 기기는 아이폰이다. 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 메신저, 카카오톡 그리고 간단한 메일을 보낸다. 그러나 책상앞에 앉아 일할 땐 메신저를 이용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용도로 집에 있는 아이맥을 사용하는데 빈도로 보자면 2순위쯤 된다. 그림으로 보면 난 대략 7개 정도의 뒤엉킨 주소록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림은 각 주소록 사이의 중복되는 데이터의 양을 표시하고 있지만 사실 저 그림은 내 상상일뿐 각 주소록이 얼만큼 겹쳐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무의미하다. 실제로 내가 몇 명의 주소를 관리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도 없다.   

우리의 목표는 구조를 단순화하고 데이터를 다듬는 것이다. 일단 저 복잡한 주소록의 구조를 가급적 하나로 통합한 다음, 중복을 제거하고, 필요없는 주소들은 버리고, 모양새를 다듬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관리하는 연락처 현황을 조사하자. 실제로 조사에 나서게 되면 생각보다 방만했던 실태에 스스로 놀라게 될 지도 모른다.  작업을 돕기위해 아래와 같이 체크리스트를 예시로 들어보았다. 이를 기준으로 자신의 주소록이나 기기, 도구들을 추가해보자.  가장 좋은 방법은 빈노트에 손으로 한번 적어보는 것이다. 

  • 주소록 위치 : 주소데이타가 실제로 어디에 위치하느냐 하는 것이다. 기기, 온라인 서비스, 오프라인의 세 군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데이타가 기기에 있다는 의미는 기기를 분실하면 데이타 역시 분실됨을 의미한다. 구글이나 애플의 주소록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도 기기내부에 복사본이 존재하지만 기기를 분실해도 데이타는 남는다. 내 경우는 백업을 명목으로 기기와 온라인 모두에 독립적인 주소록을 운영했는데 이것이 주소록이 꼬이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온라인 주소록 서비스는 체크리스트에서 예로 든 것 보다 훨씬 많다.  당장 네이버를 이용하는 분들도 꽤 많을 것이다.
  • 사용기기 :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와 데스크탑 PC와 노트북,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를 포함시켜라. 또한 오프라인에서 수집되는 연락처도 빠짐없이 적어본다
  • 앱/도구 : 사용기기에서 연락처에 접근하는 도구를 빠짐없이 적어보자. 스마트기기에서는 하나 이상의 도구가 나오게 될것이 유력하다. 어떤 분은 받아둔 명함을 사진으로 모두 찍어두는 습관을 가졌는데 이 경우엔 카메라와 폰내 사진첩이 도구로 추가되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항목에 대한 작성이 끝났으면 사용기기에서 어떤 주소록에 접근하고 있는지 아래와 같이 줄로 연결해보자.  난 많은 분들이 아래와 비슷한 형태의 결과일거라 예상한다. 여기엔 여러가지 생각해볼만한 이슈들이 있다.  

1.주소록이 온라인에 없는 경우

주소록이 기기와 오프라인에만 존재하고 온라인에 없다면 기기의 훼손과 분실에 따른 데이타의 안전을 걱정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교체주기를 2~3년으로 본다면 기기를 교체할 때마다 발생하는 데이타 이전의 문제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가급적 온라인 주소록 서비스를 이용하고 기기자체에서 관리하는 것을 피하라고 권한다. 두번째 문제는 주소록이 조각나는 문제다. 각 기기에 독립적으로 저장된다는 것은 데이타가 통합-공유되지 않고 고립된다는 의미로 조각화를 피할 수 없다. 

2. 너무 많은 온라인서비스

구글-애플-네이버-마이크로소프트 등 이용하는 온라인 서비스 모두에 주소록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사용기기가 iOS기반이더라도 구글 하나로 통합해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위에서 예로든 서비스들은 모두 주소록과 칼렌더, 메일 등 개인생산성 서비스를 가진 회사들이다. 

3. 리멤버와 같은 전문서비스

리멤버는 현시점에서 최고의 명함관리 서비스(앱)이다. 대량의 명함을 디지털 주소록으로 바꾸는데 이만한 생산성을 지닌 서비스는 없을 것이다. 이전에 명함 한 장 한 장을 손으로 입력했던 수고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나는 리멤버내에 900여장의 명함을 입력했고 앱내에 독립적인 주소록이 있다. 신규 등록되는 연락처의 대부분이 명함이기에 리멤버에 대한 의존도는 심화되고 있다. 리멤버는 주소록을 통합하기 위한 두 가지 옵션을 제공한다. 구글주소록이나 기기내의 연락처로 내보내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문제는 내가 원하는 형태와 양식으로 연동되는 건 아니라는 것과 명함이 업데이트될 때 계속 쓰레기가 쌓여간다는 점이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지금에와선 자동으로 내보내기 기능을 꺼둔 상태다.  유용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주소록이 유용하게 쓰인다는 점에선 링크드인 서비스도 비슷하다. 이외에도 전문적인 CRM서비스나 페이스북 주소록까지 우리의 주소록 정책에 포함시켜 고려해야 하겠다. 이 부분은 후에 더 다루도록 한다. 

4. 회사주소록

  내가 다니는 회사의 임직원 전화번호부를 말한다. 개인별 직무에 따라 대단히 자주 쓰일수도 있다. 임직원의 규모가 수백명 이상이거나 삼성, CJ와 같은 대기업그룹일 경우 임직원 연락처는 Microsoft Exchange와 같은 그룹웨어 서버에서 통합 관리되며 기밀로 간주되어 개인기기에 다운로드하여 통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90년대엔 사내전화번호부를 A4지 한장에 프린트해 다이어리 뒤에 넣고 다녔지만 이젠 그게 어려워졌다. 기업에 따라 스마트폰용 사내주소록 앱을 배포하기도 한다.  모든 임직원 주소를 내 주소록에 넣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속한 조직과, 협업하는 멤버들은 따로 입력해 가지고 다녀야 한다.  통합이 불가능한 영역일 수도 있고 어쩔수 없는 중복, 조각화가 발생한다. 

5. 모임주소록

동창회나 모임, 커뮤니티 주소록 등은 종이나 엑셀 형태로 배포된다. 매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나의 준거집단이기에 손에 닿는곳에 없으면 불편한 주소록들이다. 엑셀형태로 조각난 주소록은 노력을 들인다면 내 주소록내로 통합할 수도 있지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 화일이 모임의 회장으로 부터 날아들때마다 좌절감을 느끼게된다. 한마디로 통합이 어려운 주소록이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6. 명함

명함은 새로 입력되는 연락처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명함을 오프라인으로만 보관할 것인지 주소록에 입력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받아놓은 명함은 분실하기도 쉽다. 명함을 분명히 받아놓고도 다시 찾지 못해 연락을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나에겐 자주 일어났다. 명함에 대한 정책을 세워두는게 좋다. 위에서 언급한 리멤버와도 관계있다.

7. 앱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종류의 주소록 앱을 이유없이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앱을 자주 바꾸는 것도 그렇다. 

위에서 얘기한 일곱가지 이슈는 나에게 해당되는 것이나 여러분들의 이슈를 뽑아내는데 영감을 제공했으리라 생각한다.  이 다음은 주소록에 대한 정책과 지침(거창하게 들리지만 단순한 원칙들만 정할것이다)을 정하는 것이다. 이후엔 그 정책에 따라 주소록을 정비하고 도구들을 알아보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연재는 주소록 통합방법에 초점을 두고 시작했지만 개인이 처한 환경은 너무 다양해 무조건 따라하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적어도 따라하기전 현상태에 대한 이해와 기본원칙을 정하는 순서를 마련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P.S – 개인적으론 다음 시간이 가장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