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통영여행

By | 2017-06-06

통영여행은 이틀전에 기획, 결정되었다.  이젠 여행이라고 해서 뭘 특별히 준비하거나 여러군데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렸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6월 연휴의 시작이라 고속도로가 막힐것으로 예상하고서도 오전 8시가 되어서야 집에서 나왔다. 아니나다를까 대전까지 3시간반이 걸리는 정체속에 겨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갈아탔고 그제서야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점심시간쯤 도착해 수정식당에서 복국을 한그릇 먹는거였지만 너무 늦어서 뭘 할까 하다 오후 네 시쯤 통영의 새로운 명물 루지를 타러왔다.  우리 셋이 두 번씩 타는데 정확히 34,000원이 들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 편.  곤돌라를 타고 출발지까지 올라가는데 전망이 삼삼하다. 5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라 회전율이 상당하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발길을 돌리려 했는데 많긴 했으나 의외로 잘빠졌다.

이런 루지는 싱가폴에서 타본 경험이 있었다.  여기와보니 싱가폴의 그 업체가 장비에서부터 운영까지 모든걸 전수하고간 모양이다. 루지의 모양새가 낯설지 않았더라.  이거 꽤 길어서 재미나게 내려올 수 있고 생각보다 스피디하다.  앞으로 코스를 추가할 예정이라니 아마도 한번 가면 1인당 3-4회는 타야 탔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정상에 올라가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윗쪽은 처음타는 사람, 아래쪽은 두번이상 탄 사람들이다. 차이점은 교육을 받았나 안받았나이다.  4인1조로 조작법과 안전에대해 간단한 교육을 시키는데 그래서 처음타는 줄은 길다. 처음타는 사람의 손등에 출발시 도장을 찍어주며 아래쪽에 줄을 섰을 때 교육을 받았는지 손등을 검사(?)한다.  이런 프로세스는 좋다고 본다.

재미나게 루지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일목직전이다. 여긴 정말 경관 자체로 위로가 되는 곳이다. 정후녀석도 너무 좋아한다. 이날 날씨는 매우 좋았다. 미세먼지도 거의 없고 햇살은 강렬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얇은 긴 팔 가디건을 입어야 했다.

사람들 등뒤로 보이는 언덕이 해넘이를 구경하는 달아공원인데 여긴 달아공원보다 수십미터가 더 높아서 일몰을 감상하기엔 가장 좋은 곳이다. 특히 지금 사람들이 서있는 이 데크는 다도해와 하늘, 붉은 빛으로 변해가는 햇빛의 장관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저녁식사를 수정식당으로 하러갔다가 재료가 동이나 문을 닫았다는 푯말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  물에 비친 나무의 실루엣과 하늘…우와~ 정말 팝콘을 튀기는 것 처럼 머리속의 감흥이 펑~ 하고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이날 우리 가족은 숙소에 충무김밥을 사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일찍 자버렸다. (뻗었다는게 더 정확) 수정식당에서 식사를 하고왔다면 아마 이 장관을 못봤겠지.

이틀째. 여섯시가 되기전에 눈이 자동적으로 떠졌다. 그대로 밖으로 나왔는데 이미 해는 중천에 떠있다.(벌써) 숙소에서 다들 일찍 밖으로 나와 경치를 만끽하고들 있다. 이 리조트의 특징이 그런것 같다. 일찍들 자고 일찍들 일어나 산책하고..

이 장면은 참 매번 보면서도 감탄스럽다.

좀 이따 정후를 데리고 다시 나왔다.  조그만 망원경으로 섬을 관찰하는 중. 정후는 산책을 정말 좋아한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안되냐고 묻는 정후. 낮 기온은 거의 30도에 육박하지만 아침 기온은 15도 정도에 바람은 엄청 서늘했다. 하지만 정말 깨끗함이 느껴지는 그런 바람~

다시 수영장 다른쪽에서 한 컷. 올 여름에 여기와서 수영이나 좀 해야겠다. 여긴 한여름에도 수영장이 좀 서늘한 편이다.  아침은 숙소에서 해먹고 어딜갈까… 머리를 굴려봤다.

그러다 해변가를 가자고해서 통영공설해수욕장으로 왔다. 통영과 미륵도는 해수욕장이 귀한것(?) 같다.

이날은 맨 눈을 뜨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눈이 부셨다. 역시 모래놀이가 재미있지.

해수욕장 바로 옆엔 낚시 공원이 있는데 해변을 따라 긴~ 산책로가 이어져있다. 걸어가도 되지만 뙤약볕에선 무리가 될 정도라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이 자전거는 가운데 정후를 태워서 3인용으로 그만인데 (30분 12,000원) 결정적으로 너무 차체가 무거워서 무릎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참고하시라

낚시공원은 바다 한 가운데까지 이렇게 다리를 만들어 놓아 저 끝에까지 가서 낚시대를 드리우는 거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입장료는 천원, 낚시도구를 빌려 낚시를 하려면 만원이다. 다리를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여성 두 분이 지속적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걸어온다. 이런 괴이한 일은 처음이라 순간적으로 긴장했는데…

발 아래를 보고 이해를 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구조라 바로 아래에서 파도가 철썩 거려 좀 무섭긴 하겠더라.

여기서 물고기가 잡힐까?..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떤 낚시꾼이 잡은 어림잡아도 40센치미터는 되는 돔이 퍼덕거린다.

낚시터에서 부랴부랴 점심시간에 늦지 않게 수정식당엘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식사 재료는 벌써 다 떨어졌고 점심식사를 기다리며 벌써부터 줄을 섰다. 우리는 그래서 11:30분쯤 도착한 탓에 대기번호 1번이 되었다. 그말은 우리보다 앞선 손님들은 다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는 뜻

졸복국, 멍게비빔밥, 회정식을 시켰다.  사진을 찍는데 벌써 군침이 돈다.

졸복은 정후도 아주 잘 먹는다. 미나리가 들어간 시원한 국물은 연신 숟가락을 불러댄다.

아~ 정말 아름다운 색깔 아닌가? (2인분을 시킬껄..하고 계속 후회했다)

정후는 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고 난 한시간쯤 재우려고 행선지를 거제도의 학동 몽돌해수욕장으로 잡았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도착하자 이미 주차장은 만원이고 해변도 사람이 많다. 정후는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재우려고 조금 윗쪽의 구조라로 올라갔다.

해변의 그늘가를 잡아 정후를 편히 재우려고 눕혔다. 날씨는 거의 30도인데 바람이 차 이불을 덮어줬다

구조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물가에서, 물속에서 놀고있다.

정후가 깨어나서 다시 학동으로 왔다. 정후는 학동에 도착하자 마자 메카 성지순례를 온 이슬람교도 처럼 벅찬 감동을 느낀것 같다. 돌팔매의 화신 김정후가 돌로만 된 해변에 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돌 하나하나가 거의 예술. 이때부터 돌팔매가 시작된다

아마 이날 100구는 던진듯. 나중엔 양손으로도 던지고 한줌씩 던지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분필로 돌에 그림을 그리자는 엄마의 아이디어로 그늘가를 잡아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바람은 선선하고 낮동안 햇빛에 익어있던 돌들은 따뜻하고…

돌탑… 우리의 이틀째 여행이 이렇게 끝났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홍합미역국과 시원하게 끓여낸 해물뚝배기에 밥을 잔뜩 먹고 어제 마트에서 사온 우봉고란 게임을 했다.

사흘째 아침은 간단한 부페식으로 시작했다.  가짓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간단한 밥,국과 반찬, 빵과 커피,우유 정도면 충분한거지.

이날도 정말 날씨가 좋았다. 여기가 2층식당 야외.

식당 바로 앞엔 이렇게 생긴 나무가 있는데 2년전 정후가 이 나무를 보고 아우디나무라 불러 폭소를 떠뜨렸다.  아우디나무는 2년전과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날은 뭘할까 생각하다 즉흥적으로 고성 공룡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은 월요일이라… 한시간을 걸려 도착해보니 문을 닫은것이 아닌가. 우리 외에도 멀리서 온 차들의 행렬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대신 근처해변에서 놀기로 했다.  그래 이게 교육이지. 정후한테 절벽을 가리키며 오랜 세월동안 층층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라 가르쳐주었다.

역시 해안 바위틈엔 물고기와 어패류, 게가 있어 애들의 흥미를 끌었다. 동시에 벌레들도 많아서 ㅎㅎㅎ

올라오는 길에 안성 휴게소에서… 그냥 지나쳐갈 수가 없었다. 이젠 정말 몸이 안따르는 듯 ㅎㅎ 맨 왼쪽 타석은 140km가 넘는 강속구 타석이었는데 딱 땅볼 3개를 쳐낸게 고작이었다. 지금 보이는 타석은 왼손타석에 들어가려고 맨오른쪽으로 간건데 5-6구를 그냥 헛스윙하다가 다시 오른손 타석으로 급하게 바꾼 모습이다 ㅎㅎ

이렇게 우리 가족의 계획적이지 못한 통영 여행이 끝났다.  정후가 더 크면 음악회에 데려오고 싶다.

2 thoughts on “뜻밖의 통영여행

    1. demitrio Post author

      맞아~ 1년에 한 두번 맞기 힘든 그런 날씨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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