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매니아가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보면서 장비 하나하나와 무기들의 디테일을 따져가며 그 허점을 찾기에 혈안이 되었던것 처럼 반지의 제왕이나 헤리포터 같이 많은 독자들을 가진 원작을 바탕으로한 영화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팬들의 눈치를 보고 원작과 잘 타협해야 한다는 태생적인 제약조건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들의 생각에는 관객이 크게 두부류로 나누어 진다. 책을 읽은 관객과 읽지 않은 관객. 이 두부류의 관객 사이에서 줄타기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나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의 경우 내가 내린 결론은 ‘매우 적절하다’라는 것이다.

영화를 스토리,인물,환경(주로 무대나 도구들)으로 나누어 보면 대략 어느 부분에서 수정과 변형이 가해졌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매니아분들이라면 두개의 탑이 나오기직전 출시된 반지원정대의 디렉터스컷 DVD를 보셨으리라. 영화도 영화지만 여기에는 제작의 뒷얘기들이 나오는데 피터 잭슨이 처음부터 존 하우와 앨런 리라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참여시킨것이 보여진다. 이 부분은 대단히 현명한 판단이었음이 증명되었다. 나 역시도 반지의 제왕의 전편격인 ‘호빗’만화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일러스트는 앨런 리의 것이었다. 또한 소설책의 중간에 삽입되는 일러스트나 삽화는 대부분이 또한 존 하우의 작품이 아니던가. 우리가 즐겨보았던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 표지그림도 존 하우의 작품이다. 독자들은 알게모르게 존 하우와 앨런 리의 그림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그들이 또한 영화의 컨셉 디자인을 맡으면서 적어도 영화의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상상과 일치하는 화면들이 나올 수 있었던것 같다. 반지 원정대에서의 호비턴과 빌보의 집은 앨런 리의 만화에 나오는 삽화들과 거의 일치하는 디자인이어서 나는 영화를 보면서 내 상상과 같아 경악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앨런 리의 디자인이었지만)

적어도 소품이나 등장인물의 모양, 지형등 영화의 외형적인 모습은 현재의 기술로써는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낸것으로 보인다. 두개의 탑에 등장하는 헬름협곡(이번 이야기의 주무대가 되는)의 디테일도 정말 우수하다.(책과 비교한다해도 정말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이미 외형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1편에서 잘되었던 것으로 증명이 되었으므로 헬름협곡이나 로한의 모습, 팡고른의 숲이 어떻게 그려질까에 대해서 걱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두개의 탑을 보기전에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이야기의 전개를 어떻게 해나갈까 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시라. 반지 원정대에서는 프로도를 중심으로하는 원정대 한파트에만 얘기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그래서 1편은 스토리의 집중력이 있었지만 두개의 탑은 좀 다르다. 일단 원정대가 깨지고 세파트의 그룹으로 나뉘어 지면서 제각각 전개되기 때문이다. 프로도와 샘, 골룸의 1파트와 피핀과 메리의 제 2파트, 아라곤, 김리, 레골라스의 제 3파트로 크게 이야기가 쪼개지면서 로한과 곤도르의 새로운인물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실수하면 영화는 촛점으르 놓치고 화려한 CG의 버라이어티쇼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난 피터 잭슨이 어떻게 고민했는가를 흥미롭게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 결과는 선택과 집중, 변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반지원정대에서는 톰 봄바딜의 이야기가 빠졌고 아르웬이 원작보다 부각되었다면 두개의 탑에서는 다양한 변형이 시도되었다. 먼저 영화는 위에서 말한 세 파트의 등장인물집단 중 아라곤과 김리, 레골라스의 제 2파트에 무게를 두면서 프로도를 중심으로한 1파트의 이야기를 두번째로 하고 피핀과 메리의 제 3파트를 과감하게 축소시켰다. 사실 그건 어느정도 예견되어 있는 것이었다. 두개의 탑에서의 하일라이트는 헬름협곡의 대전투이기 때문에 두번째 파트에 전력을 다할수 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원작의 매니아들에게는 서운한 점도 없지 않았다. 헬름협곡 전투장면이 원작과 다른점을 대강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에오메르는 처음부터 헬름협곡으로 세오덴왕과 같이 들어갔다.

2. 헬름협곡으로 가자고 한것은 세오덴 왕이 아니라 간달프였다

3. 헬름협곡구원을 위해 간달프와 같이 나타난 사람은 에오메르가 아니라 에르켄브란드 영주였다

4. 에오윈 공주는 헬름협곡으로 들어오지 않고 에도라스에 남았다

5. 간달프가 에도라스에 도착했을때 에오메르는 추방된것이 아니라 갇혀있었다

6. 헬름협곡 전투 직전에 요정의 부대가 도착하도록 한것은 의외였다.

7. 아라곤이 늑대때문에 낭떨어지로 떨어지다니…

결국 피터잭슨은 에오메르가 간달프와 함께 헬름 협곡을 구출하러 오는 장면을 위해 에르켄브란드 영주를 생략하고 앞뒤의 논리에 안맞는 부분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엔트들의 역할도 축소시켰는데 나무수염과 다른 엔트들은 그들의 회의에서 이센가드를 치기로 합의를 보았으며 이들의 일부는 헬름협곡에도 당도한다. 영화에서는 나무수염이 남쪽 숲이 잘려나간것을 보고 그제서야 엔트들을 소집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난 영화를 보기전 숲전체가 움직이는 것을 영화가 어떻게 표현할까가 상당히 궁금했었다. (영화에서 숲이 움직이는 것은 볼수 없었다)

이센가드에서 메리, 피핀이 헬름전투 참가자 일행과 제회하는 장면이나 간달프가 사루만을 굴복시키는 장면이 생략된것은 그냥 생략시킬지 아니면 3편에 내보낼지 모르겠고 거미모양의 괴물 실롭의 등장과 프로도, 샘의 위기상황은 확실히 3편의 볼거리로 넘긴것 같다. 그렇게 되면 회색항구와 호빗들의 귀환장면도 생략될 공산이 크겠다. 아마 모르긴 해도 3편에 나올 곤도르의 펠렌노르 평원에서 벌어지는 장대한 전투신이 1,2,3편을 통틀어 가장 스펙터클한 영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렇게 생략되고 축소되어 변형된 부분들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존재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3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은 금새지나가고 만다. 비록 축소된 부분이 있었을 지라도 영화는 세밀하게 구석구석을 다 보여주며 등장인물의 성격도 나름대로 잘 묘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피터 잭슨의 다른 영화를 감안한다면 반지의 제왕에서의 피터 잭슨은 정말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치밀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하일라이트라고 한다면 모두가 헬름협곡의 전투를 들겠지만 난 모든 장면을 하나하나 음미하라고 하고싶다. 간달프가 발로그를 죽이는 장면과 이센가드가 물로 뒤덮이는 장면, 파라미르의 전투장면 등등 어느하나 노력이 가해지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아마도 내년 3편이 개봉되기 직전 DVD로 2편의 디렉터스 컷이 나오게 되면 그것을 감상하는 것도 꽤나 쏠쏠한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난 1편의 영화보다 DVD 디렉터스 컷이 한층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또 언제 기다리랴…감질난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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