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구성의 기본1 : 두개의 패턴

By | 2017-03-03

두 개의 패턴

문서와 보고서엔 크게 두 개의 패턴이 있다. ‘주장’하려는 바가 있으면 해결사, 그렇지 않으면 서사시 패턴으로 인식하면 쉽다. ‘주장’이라함은 일반적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 제시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환자의 입원일수 단축을 위한 새로운 수술법 A를 도입하자’라는 주장엔 기존 수술법의 문제점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해결사 패턴은 ‘OO때문에 OO해야 한다’라는 형태로 정리될 수 있다.
제안서나 사업계획서, 새로운 기기의 도입보고서 등 비즈니스 문서의 절반은 문제-해결구도인 해결사 패턴으로 구성된다. 새롭게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의 제품소개서(혹은 사업계획서)도 모두 해결사 패턴이다. 분명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없던 요소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사야할 이유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해결사 패턴은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시 가장 다이나믹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청중과 활발한 질의응답을 통해 논쟁을 벌이거나 문제를 증명해내고 해결책에 임팩트를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작성하는 문서가 주장을 가진 해결사패턴이라면 목차를 구성하기에 앞서 사고체계를 문제-해결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하라.

 

그림1) 해결사패턴. 문제와 해결이 대립하는 구도이다

 

해결사 패턴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구조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 구성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서사시 패턴은 기본구조라는 것이 없다. 예를들어 주간현황, 스마트폰 사용법, 프로젝트 경과보고, 개정된 관련법규 정리 등과 같은 문서엔 뚜렷한 주장이 없다. 대신 단순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해결사 패턴이 결국 범인을 지목하는 추리소설이라면 서사시 패턴의 대표적인 것이 역사서다.  이때문에 서사시 패턴으로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어렵다.

 

그림2) 서사시패턴. 명확한 인과관계나 정해진 구조가 없이 나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서나 이야기는 사실 위의 두 가지 패턴으로만 분류할만큼 단순하지 않다.    이는 모든 음악을 단 두가지 형태로 결론내는 일만큼이나 무모하다. 그러나 20여년간의 보고서 작성과 검토경험을 토대로 강의와 코칭끝에 스스로 내린 결론은 거의 모든 기획자들이 논리구성을 가장 어려워하며, 그들이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지극히 간단한 패턴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세상 모든 문서는 해결사나 서사시 둘 중 하나라고 강의를 하게 된 것도 그 필요성 때문이었다. 그럼 이 두 가지 패턴을 하나하나 분석해보기로 하자. 서사시 패턴은 워낙 자유도가 높아 몇 가지 힌트를 주는 것만으로 설명하겠지만 해결사는 좀 더 정밀하게 다뤄야할 필요가 있다.

 

해결사패턴 : 기본 매커니즘

기획자가 문서를 작성하는 습관중 가장 좋지않은 것은 매번 해온대로 대략적 목차를 잡고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정의와 해결방법,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를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생기다만 알을 꺼낸 것과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작은 언제나 목차보다 상위개념에서 문제와 해결을 정리하는 것이다.
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과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한 일대일 코칭을 진행할 때 첫 질문으로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들어 직접 개발하게 되었나?’고 묻는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 문제를 얼마나 훌륭하게 해결해냈는가?’를 묻는다. 문제와 해결책이다. 나는 되도록 많은 문제를 끌어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찬가지로 요구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가장 임팩트가 큰 문제와 해결책 조합을 2~3가지만 남겨놓는다. 아마 이것이 논리구성 1단계 정도의 작업이 될 것이다.

 

그림3) 논리구성의 1단계. 핵심적인 문제-해결책만 남겨둔다. 문제와 해결은 정확하게 대응(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사안들은 과감하게 제외한다.

 

이 1단계 작업에서 대게 문서전체의 전략과 테마가 나온다. 이 작업은 몇 개의 키워드 배치에 불과할 정도로 간단하지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전략과 테마는 청중의 성향과  문서발표의 때와 장소, 분위기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전 조사와 충분한 양의 정보들을 모두 참조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문서기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문제-해결 매커니즘을 적확하게 이해해야 타당한 논리가 나온다. 문제-해결은 서로 대립하는 구도로 양측의 밸런스가 설득의 핵심이다.  무게중심은 문제점이 더 무겁거나 같아야 한다.

 

그림4) 해결사 패턴의 매커니즘 : 밸런스. 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라 더 커보이는 문제를 적은 리소스로 해결해 낸다는 것이 기본 매커니즘이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이 1억원이 필요하다면, 문제점이 야기하는 손실이 1억원을 훌쩍 넘어야 해결책이 경제성이 있다 인정될 것이다. 문제와 해결이 각각 정량적인 지표로 설명될 수 있고, 문제가 해결보다 월등하게 숫자가 크다면 비교적 손쉽게 설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녹록치 않다.
난 언제나 문제점에 1차적으로 집중하는 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중이 문제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그 심각성에 표정이 굳어지도록 만드는데 주력한다. 그래야 해결책에 대한 설명이 수월해질 것이다. 해결사 패턴에서 기획자들이 설득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요인은 문제를 인식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청중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 다음은 없다.
반면 청중들이 이미 문제점을 완전하게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가장 쉽게 세척할 수 있는 안전한 가습기를 설명하려고 할 때 문제점은 가습기 살균제와 기존 가습기의 어려운세척 정도인데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기 때문에 굳이 이를 자세하게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가하면 아예 새로운 해결책이어서 문제규명이 필요없는 경우도 있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가 그에 해당된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를 설명할 때 굳이 기존 가솔린, 디젤자동차의 폐해를 늘어놓기 보다는 테슬라의 미래지향적인 가치에 대해 집중하는 것에 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다.

난 해결사 패턴의 핵심이 ‘어떤 문제를 제기할 것인가’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문제제기에서 문서 전체의 대의명분을 찾고 그를 핵심전략으로 채택하는 일을 오래동안 반복해왔다. 많은 경우에서 실제로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검토했던 수 많은 기획자들의 문서는 문제보다 해결책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당위성 없는 해결책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해결책의 세부적인 부분 모두에서 청중들의 집요한 질문을 받고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문제점은 아무것도 없는 처음부터 다짜고짜 꺼내들 수 없다. 어느정도 상황을 이해시킨 상태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순리이다. 문제점을 손쉽게 꺼내들고 자연스럽게 해결책으로 이어가기 위해서 맨 앞에 ‘상황’설명이 필요하다.

 

그림5) 문제제기를 위한 상황. 상황이 갖춰짐에 따라 3막구조, 서론-본론-결론이 갖춰진다

 

상황은 문제점을 꺼내들기 위한 조연역할이지만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청중은 상황을 설명할때 제기된 이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제에서 심각성을 느끼며(설득의 대부분이 여기서 이루어진다), 해결책에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상황은 말 그대로 설명하려는 주제의 배경과 작동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장이다. 보통 여기에선 주관적인 의견보다 사실(Fact)을 중심으로 전체 구도를 기술한다.
예를들어 특정 형사사건에 대해 주장할때, 설명의 시작은 사건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간의 관계와 거래의 역사적 사실 등 사건직전까지의 상황흐름에 대한 것이 될 것이다. 보통 이러한 흐름과 상황을 그림으로 단순화시켜 설명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표현이 될 것이다.

상황-문제-해결의 흐름은 문학과 연극의 전통적인 3막구조와 닮아있다. 이를 그대로 서론-본론-결론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목차구성 이전 이 3막의 기본적인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해결사 패턴은 이 기본구조를 토대로 하며 여기에서 아주 다양한 변화들이 나온다. 지금은 전체적인 해결사 패턴의 구조만 얘기하고 후에 세부적인 변화와 사례에 대해 얘기하기로 한다.

 

 이슈와 쟁점

A社는 원단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인데 현수준의 수요는 100정도이고 생산능력은 120이어서 공급에 문제가 없지만 내년말 수요는 130이 예상되어 현재의 생산능력을 초과한다. 이는 판매기회의 상실로 이어져 회사의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장을 증설하려고 한다

위의 예로 간단한 논리를 구성해보자. 상황은 현재수요, 내년수요와 생산능력만 제시하면 된다. 문제는 내년말 수요가 공급을 10만큼 초과하여 판매기회를 잃는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공장증설이다.  3개상황제시, 하나의 문제점, 하나의 해결책 등 최소한의 사실만 동원하여 스트레이트로(임팩트를 주기 위한 장치나 꾸밈없이) 구성하였다.

 

그림6) 기본논리는 언제나 단순하다. 세 개의 사실, 하나의 문제, 하나의 해결책.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위와 같은 논리구성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논리가 공격받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구성요소 중 하나가 누락된 경우다. 예를들어 생산능력 120이 누락되면 문제제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전체가 무너진다. 두번째는 구성자체가 잘못된 경우다. 상황으로만보면 생산부족을 얘기하고 있는데 문제점에서 생산수율을 지적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정말 빈번하게 발생한다. 세번째는 청중이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숨어있는 경우다. 기획자는 이 세번째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청중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구축한 논리구조를 놓고 스스로 각 부문에 질문을 던져 최대 걸림돌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진짜 이슈와 쟁점이 등장한다.

 

그림7) 쟁점파악. 논리구성의 2단계. 기본논리에 대한 쟁점을 파악해 논리구조를 보완한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이다.

1. 사업부 사업 자체가 사양산업이 될 것 같다
2. 사업부 자체의 역량이 미덥지 못하다
3. 수주물량 예상이 맞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4. 현재 생산시설로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생각한다
5. 왜 구체적인 증설계획은 없나
6. 몇 년 앞을 보고 투자할 것인가
7. 지금으로선 급하지 않다
8. 어디에 할 것인가
9. 증설 리드타임이 얼마나 걸리나
10. 어떤 업체를 선정할 것인가

3,4 질문은 상황에서 제시한 숫자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고 5,6,8,9,10은 문서가 다룰 범위에 대한 것이다. 2는 부서와 보고자에 대한 신뢰성, 7은 타이밍, 1은 거시적 관점의 산업전망에 관한 것들로 다양한 질의들이 나올 수 있다. 만약 4와 같이 현재 생산시설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청중(의사결정자)이 생각하고 있고 기획자가 문서나 구두로 이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문제제기에 타격을 입고 전체 논리구조가 무너지는 상황에 까지 이를 수 있다.(실제 비즈니스 필드에선 흔한일이다) 이 질의들 중 중요한 쟁점사안을 골라내는 것은 기획자의 판단이다. 직접 물어보고 간접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이 중요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을 동원해 상식적인 선에서 위와 같은 질문들을 만들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여기서 나온 질문들은 하나도 버려지지 않는다. 쟁점이 될만한 사항들은 문서에 정식으로 포함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안은 질의응답이나 첨부자료를 통해 대응한다.  아마도 이 시기가 논리구성의 2단계쯤 될 것 같다. 이 단계가 끝나면 서서히 목차를 갖출 수 있게 된다.

2 thoughts on “논리구성의 기본1 : 두개의 패턴

  1. 김효선

    스스로 청중의 입장에서 이슈가 될 만한 사항을 질문해 보는 것이 주요하네요. 감사합니다. 요즘은 업데이트를 자주 안 하시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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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ingback: 논리구성의 기본, 두 개의 패턴 | ㅍㅍ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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