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소년

By | 20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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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병장은 좀 무뚝뚝해서 그렇지 사람은 나쁘지 않았다. 책임감이 크지도 않았고 애들을 괴롭히거나 챙기는 편도 아니어서 혼자 수련하는 사람같은 인상이었다. 내가 서무계로서 D병장을 기억하는 단어는 편지였다. 그는 매일 같은분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 겉봉의 명칭이 총재님이어서 난 그 대상이 누군지 감을 잡지도 못했고 사실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는 정말 어김없이 하루에 한통씩 편지를 썼다. 그것도 편지지를 3-4장은 쓰는것 같았다. 열어보지는 않았어도 봉투의 묵직함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보통 병사들의 편지는 봉투를 풀로 붙이지 않고 가져온다. 통상적으로 인사계는 그 편지를 검사하고 나에게 주는데 보통 겉봉은 내가 붙였다. 그런데 삼청교육대 조교출신의 결벽증이 있는 꼼꼼한 우리 인사계도 D병장의 편지는 더이상 검사하지 않았다. 나도 매일 아침 풀로 봉투를 붙이는게 귀찮아 아예 붙여서 가져오시라 했다.

편지는 내가 하루에 한번 모아 사단 부관부에 접수하고 우편물을 받아오는데 내가 관두는 날까지 단 한통의 답장도 오지 않았다. 부관부는 일요일엔 업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월요일에 출근을 하면 두 통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D병장의 일상은 변화가 없었지만 태권도를 연습해야 하는 날이 오면 유단자인 D병장이 사병들을 가르쳤다. 난 진짜 태권도 잼병이었는데 그나마 남들보다 다리는 많이 찢어지는 편이라 항상 교보재 취급을 당했다. 다들 알다시피 다리 찢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2인1조로 찢기, 3인1조, 철봉에 매달기..등등 처음으로 철봉에 다리를 매달아놓고 다른 한쪽 다리를 펴는데 진짜 찢어지는 아픔이 몰려왔다. 그리고 엉덩이와 다리뼈가 우두둑하면서 서로 뭔가 교합이 안맞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을 때 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부상은 아니었다. 난 어기적 대면서 다녔고 확실이 그런식으로 교보재 노릇을 하다보니 앞올려차기(용어가 생각안난다)는 확실히 잘 올라갔다. 

D병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아니 철저한 신자라 부르는게 맞겠다. 그가 그렇다고 부대내에서 강제로 사람들을 교회로 데려가는건 아니었다. 그의 기독교도적인 면모는 영창에(우리 부대는 헌병대다) 여호와의 증인 수감자가 들어오면 발휘되었다. 보통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신교대에 들어가길 거부하기 때문에 신병모집 첫날 영창에 들어오는데 보통 한 기수마다 한 명 정도는 꼭 있었다. 그는 그럴때면 영창 당직을 자청했다. 그리고 밤새도록 여호와의 증인들과 논쟁을 벌였다. 그 자리엔 아무도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끼니때가 되면 수감자들의 밥을 타다 갖다주는게 전부였다.

어느날 D병장이 사진을 몇 장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사진을 몇 분간 뚫어져라 보고있길래 내가 지나치다 흘끔 보면서 무슨 사진이냐고 물어봤다. 헐~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나 역시 그 사진을 몇 분이고 계속 봐야했다. 어느 신사분이 수십명의 여학생들과 찍은 단체사진이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예쁜 일반인 여학생들이 한꺼번에 모여 찍은 사진은 처음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D병장은 여학생들을 보는게 아니었다. 시선은 계속 그 신사분을 향해있었다. 난 그냥 단순하게 그 여학생들 중에서 아무나 한명 소개해주면 안되겠냐고 간청했다. D병장은 나에게 무슨 말인가 하려다 관두고 잠시후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태권도를 배운건 그 신사분을 지키기 위해서였단다. 제대를 하면 그 분 곁으로 갈건데 그래서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구보도 열심히하고 발차기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는단다. 감탄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신사분의 존재는 궁금하지 않았고 그 여학생들만 계속 훑어보는 중이었다.
D병장은 사실 방위병인 나보다 일찍 제대하지 못했다. 난 소집해제후 사석에서 D병장 얘기를 누군가에게 해줬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물어왔다.

“너 그 겉봉에 적힌 이름 기억나?”
“응, 기억하다말다 아마 평생 그 이름석자를 잊지는 못할걸? 정명석 총재님께..라고 되어 있던데?”
“아뿔싸 역시 그랬구나…이 바보탱아 그 사람이 그 유명한 JMS야!”
“응? 그게 누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그 이름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보게되었다. 추적60분에서 JMS에 대해 보도한 것이었는데 그걸 보고 정말 경악했다. 그리고 그 여학생들의 실체도 알게되었다. 휴우~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순수했던 청년 D병장을 네거티브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밖으로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 한개비를 피워무는것 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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