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ual Writing (2) 숲을 디자인하라

By | 2016-06-30

숲과 나무 – 숲을 디자인해야 한다

Drunkenomics의 엄격한 정형성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슬라이드는 자유분방하다. 청중은 처음보는 프레젠테이션을 이해하려고 스스로 사고를 형상화해 머리속에 그리며 슬라이드를 따라가지만 그 상상력은 넘어지면 산산조각나는 얇은 유리병처럼 매우 연약하다. 우리의 텍스트 크기는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고, 뜻밖의 색상이 등장하는가 하면, 상단에 나오던 텍스트가 중반부나 하단에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모두 흐름을 방해하며 청중이 애써 이해하려 상상으로 만들어 둔 유리병을 박살낸다. 이러한 디자인이 나오는 원인은 간단하다. 슬라이드를 낱장으로 디자인하려 할뿐 전체 흐름은 염두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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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개자료중 2015.5.7 발표한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문서이다.(클릭하여 확대해서 보시라)

 

가운데 슬라이드는 그 자체로는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서울역 차량통행을 4가지 측면에서 개선하겠다는 구도가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앞 뒤의 슬라이드에 나타난 정책들은 모양새가 각각 다르다. 숫자의 크기가 서로 다르고 색상이 서로 다르며 텍스트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 내용적으론 앞선 슬라이드에서 서울역 주변의 교통개선 내용을 네 가지로 얘기했는데 바로 뒤에서 또 다시 다른 내용의 네 가지가 제시되고 있어 약간 혼란스럽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청중은 내용을 이해하는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주려면 같은 위치, 같은 색상, 같은 크기로 설명해야 하며 중요도에 차이를 두려면 크기가 달라져야 한다.
한편으론 이 세 장의 슬라이드는 정보의 배치만큼은 지속적으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텍스트를 모두 오른쪽으로, 증거자료들은 모두 오른쪽으로 같은 형태로 배치해 놓아 매번 어떻게 읽어야 할지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위와 같이 텍스트와 내용이 많은 하이브리드 슬라이드에서 흐름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하지만 스티브잡스 형태의 슬라이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의 슬라이드중 세 번째 슬라이드부터 전혀 다른 계열의 색상인데 이 때문에 청중들은 이야기가 전환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혼동을 약간 겪게 된다. 슬라이드 전반의 룩앤필(Look & Feel)이 통일되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작성된다면 그 역시 흐름을 방해하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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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 Feel이 통일되지 않은 예제. 전체적인 색감, 폰트의 크기 위치, 사이즈 등이 달라지면 청중은 이야기가 전환되고 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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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타일의 슬라이드. 등장하는 기기들은 모두 같은 무대에 서있는 인물들 같이 느낌이 맞춰져있다. 보기좋은 슬라이드 디자인을 뜯어보면 사실 엄격한 제약조건들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 폰트의 종류와 크기, 위치 등까지 세세한 규칙을 지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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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느낌을 유지하는데엔 배경이 큰 역할을 한다. 일정한 컬러의 배경이 뒤를 받쳐주면 등장하는 디자인 요소들은 같은 무대에 있는 느낌을 받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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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 슬라이드 디자인. 어느 회사의 제안서 강의때 만든 교안인데 등장인물이 7명 이내로 제한되어 있고 언제나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으며, 같은 방향에서만 나타난다. 그림 왼편에서 등장하는 IT담당자는 시간이 지나 일이 진척될수록 무대 중앙까지 걸어나온다.

 

슬라이드 디자인은 이 처럼 조각났을 때 가장 위험하다. 여러장의 슬라이드로 구성된 문서는 느리게 돌아가지만 연속적으로 보여지는 영화 필름으로 간주해야 한다. 슬라이드가 20장이라고 해서 무대가 20개가 되는건 아니다. 한 두개, 많아야 세 개 정도의 무대를 옮겨다니며 같은 무대를 배경으로 여러장의 슬라이드가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무대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제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내용을 지원하도록 고정되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전문가들이 일반인과 다른점은 전체 흐름을 먼저 디자인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말이다. 슬라이드웨어에 마스터슬라이드(master slide) 기능이 존재하는건 그 때문이다. 슬라이드는 나무(개별 슬라이드)가 아니라, 숲(문서전체)을 생각하며 디자인하는 것이다. Visual Writing에서 우리가 고려해야할 요소는 아래의 아홉 개 정도다.

  1. 테마 : 프레젠테이션 전체의 느낌을 결정하는 룩앤필(Look & Feel), 슬라이드마스터를 포함한다
  2. 레이아웃 : 흐름에 따른 정보의 표준 배치 전략이다
  3. 다이어그램 : 비즈니스 모델이나 이해관계도가 형상화 되면 프레젠테이션의 주인공이 된다
  4. 텍스트 : 슬라이드에 가장 폭넓게 등장하는 요소이다
  5. 컬러 : 시선을 끄는 가장 확실한 요소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6. 그림과 동영상 : 텍스트를 대신해 시각,청각적 임팩트를 줄 수 있다
  7. 도형 : 다이어그램의 요소이자 레이아웃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8. 표 : 텍스트를 대신하는 훌륭한 요소지만 복잡해지면 효과가 반감된다
  9. 차트 : 텍스트와 표를 대체할 수 있지만 보기쉬워야 한다

위의 9요소 중 테마, 레이아웃, 다이어그램이 숲을 디자인하는 핵심요소로 논리/이야기의 흐름과 정보배치에 대한 것이다.

 

1. 테마

테마는 청중들이 가질 느낌을 결정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스토리텔링이 되기도 한다. 수 년전 어느 게임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IT Warfare (지난 15년간 IT전쟁의 역사)에서 나는 청중이 게임회사 임직원들이고 가볍게 듣는 분위기를 감안해 흥미로운 테마로 이목을 끌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이야기 전체를 ‘우주전쟁’을(스타워즈) 테마로 해서 만들었다. 슬라이드 배경을 우주공간으로 설정해 여러개의 은하계 이미지들 중 하나를 선택했고, 이야기 속에 등장할 행성, 우주선, 등장인물들의 그림을 따로 모았으며, 실제 IT기업들의 로고를 모두 수집해 흰색으로 바꾸었다. 처음부터 가공의 이야기였지만 전체 테마를 위한 소품과 이야기의 정밀한 준비가 몰입도를 높였던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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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엔트리브 게임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IT Warfare (지난 15년간의 IT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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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자이 코리아의 회사소개서. 이 회사가 가진 수 많은 좋은 사례 화일들을 테이블위에 하나씩 꺼내놓으며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책상과, 스크랩화일 들이 등장하며 개념설명은 모두 얇은라인 아이콘을 썼다.

 

좋은 아이디어만 따라준다면 난 언제나 테마를 쓰려고 노력한다. 테마는 문서 전반의 느낌을 결정하는 것이지 IT Warfare처럼 언제나 영화같은 스토리, 아트웍이 세트로 따라붙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에게 빠르고 깔끔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작성되는 문서들은 단촐하지만 정갈한 음식을 대접하는 느낌으로 아무것도 없는 흰 바탕에 단색위주로 여백을 두어 작성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이 나의 기본 테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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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안서. 이 문서는 프레젠테이션보다는 읽고 참조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단색조의 텍스트와 표, 도형이 전부인데 이젠 나의 기본 테마가 되었다.

어느 업종에서 어떤 일을하는 기획자건 자신의 기본적인 의지와 색깔을 보여주는 기본 테마는 만들어둘만 하다. 테마를 적용함에 있어 최악은 자신이 느낌을 설명할 수 없는 그림으로 장식되거나 어설프게 적용된 경우다. 얼마전 연세가 지긋하신 의사선생님의 메일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다. 매번 재미없는 학회강연을 바꿔보고 싶어 암에 대한 얘기를 삼국지로 풀어냈는데 본인의 걱정과는 달리 청중들의 호응이 좋아 자신있게 더 확대적용할 계획이라는 감사의 메일이었다.

 

2.레이아웃

슬라이드 레이아웃은 정보의 배치에 대한 것으로 쉽게 읽는 방식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테마를 비롯해 앞으로 얘기할 다이어그램, 챠트, 텍스트 등 여덟가지 슬라이드 구성요소(elements)가 디자인 노력의 절반을 차지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오해없이 빠르게 이해시키기 위한 레이아웃이 단독으로 차지할 것이다.

레이아웃은 슬라이드내 정보가 상대적으로 많은 하이브리드 슬라이드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슬라이드가 화면에 나왔을 때 청중은 먼저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이 슬라이드는 전체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읽도록 흐름이 잡혀있다. 이 슬라이드를 처음 접하는 청중은 몇 초간 이 슬라이드 전체를 바라보다 흐름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감을 이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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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슬라이드가 나타나자마자 많은 사람들은 관성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으려하다가 전체적인 방향이 위에서 아래인것을 깨닫고 이내 방향을 전환한다. 슬라이드 디자인은 자유도가 높기에 청중이 내용을 쉽게 파악하도록 배치하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

 

이 슬라이드 다음에 등장하는 슬라이드를 보자. 청중은 앞선 슬라이드가 위에서 아래의 방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관성에 의해 그 다음 슬라이드도 보통 같은 방법으로 해독하려고 할 텐데 이번 슬라이드의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작성되어 있다. 이때문에 읽는 속도가 약간 지연되고 앞선 슬라이드와의 내용연결 등 흐름을 지속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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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슬라이드. 위에서 언급된 두 개의 전략방향과 같이 나열히 필요한 사안은 위,아래의 수직으로 배치된다. 네 가지 문제점, 다섯 가지 현안 등 모두 마찬가지다. 단, 그 나열한 사안중 중요도가 높은 것은 맨위로 올리는 등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또 그 다음 슬라이드는 바깥에서 안쪽으로 읽어 들어가는 방식이며 다음 슬라이드로의 흐름은 정지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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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중형 슬라이드. 난 보통 완결형 레이아웃이라 부른다. 어느 단락이나 챕터의 결론을 쓸 때 사용한다. 완결형 레이아웃은 흐름이 여기에서 정지되므로 다음 슬라이드로 다시 흘러가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세 장의 슬라이드를 늘어놓으면 아래→오른쪽→중앙으로 각각 읽어내는 방식이 바뀌는데 마치 급류를 타듯 흐름이 계속 바뀌어 청중의 집중력을 분산시켜 버린다. 이런 흐름이 열 장, 스무 장 이어진다면 청중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매번 읽는 방식을 찾아내야 하므로 상당히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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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방향이 다른 슬라이드 세 장. 단 세 장 뿐이라면 문제가 없겠으나 많은 슬라이드가 이어진다면 읽는이는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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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방향의 7가지 가능성. a,b,c,d는 일반적이나 e,f,g는 거의 찾기 힘들다. a는 방향이 없는 슬라이드를 뜻하는데 스티브 잡스 형식의 슬라이드가 그러한 슬라이드이다. 앞뒤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타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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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롤러코스터 슬라이드. 실제 이런 진행이 존재하느냐 묻겠지만 당장 자신의 슬라이드를 늘어놓고 그 방향성을 한번 가늠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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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향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드. 마지막에 단락을 완결짓는 슬라이드가 와도 자연스럽다. 중간에 방향성이 없는 슬라이드가 섞여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순응하게 된다

 

숲의 관점에서 슬라이드의 큰 흐름을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설계해 청중이 읽기 편하게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레이아웃의 첫번째 요소인 ‘방향성’의 문제이다. 방향은 문서전반에 걸쳐 왼쪽에서 오른쪽, 일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보통이며 주요 단락의 요약이나 결론부분에선 중앙집중형으로 흐름을 일부러 한번씩 끊어주어 주위를 환기시킬 수도 있다. ‘방향성’이란 측면에서 처음 나왔던 슬라이드를 다시 방향에 맞게 디자인하면 아래의 오른쪽과 같은 결과가 된다. 슬라이드 한 장만 놓고 비교했을땐 왼쪽이 더 보기 좋은것이 분명하지만 더 큰 ‘흐름’을 위해선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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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같으나 방향이 다른 두 슬라이드의 비교. 한 장씩 작성하게 될땐 우리는 왼쪽 레이아웃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흐름을 위해 난 오른쪽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위 개별 슬라이드들이 ‘방향성’을 가지게 된 것은 몇 덩어리들의 정보들이 순서를 가지고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네 가지 현상’과 ‘시사점’ 두 마디이다. 이 둘은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네 가지 현상으로 미루어 볼 때 국내 게임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연결할 수 있고 그것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긴다. 이것을 난 ‘마디’란 개념으로 부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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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방향과 마디. 마디는 슬라이드의 가장 큰 구획정의를 뜻한다. 오른쪽-블럭. 세부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전에 전체적인 방향, 마디, 블럭이 눈에 잡혀야 내용을 빠르게 판독하기 쉽다. 설령 각 블럭에 내용이 가득 들어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첫 번째 마디엔 크게 네 덩어리의 정보들이 포진해 있는데, 그 하나하나가 모여 ‘현상’이란 마디를 구성한다. 이 각각의 정보 덩어리들을 ‘블럭’이라 부르겠다. 각각의 블럭은 텍스트나 그림, 표, 챠트 등 슬라이드 구성요소 몇 개의 집합이고 이들은 같은 블럭에서 단일한 무언가를 부연설명하거나 증명하러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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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웃의 3요소. 이 세가지를 일관성있게 유지하면 오해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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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하이브리드 슬라이드 : 21개의 정보가 빼곡하게 들어찼지만 모든 정보를 읽지 않고도 우린 내용 전반을 빨리 간파할 수 있다

 

위 슬라이드는 정형적인 하이브리드 슬라이드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슬라이드 타이틀과 헤드라인 메시지를 제외한 각각의 문장, 챠트, 각 블럭의 타이틀을 모두 세어보면 무려 21개의 정보들이 모여있는 아주 복잡한 슬라이드다. 최악의 슬라이드 디자인은 21개 정보를 모두 순서대로 읽어야만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다. 그를 피하려면 같은 것을 설명하는 정보들을 묶어 ‘블럭’화 하는 것이다. 21개의 정보가 5개로 블럭화 되었기에 우리는 21개가 아니라 5개의 메시지만 파악하면 된다. 여기에 ‘마디’와 ‘방향’이 추가되면 메시지는 크게 두 개로 줄어든다. 결국 이 슬라이드는 크게 두 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청중도 이 슬라이드가 크게는 두 마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된다.

결국 레이아웃 디자인에서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방향, 마디, 블럭 세 가지다. 일정한 방향의 흐름을 전제로 정보의 구획정리가 직관적으로 되어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방향은 되도록 왼쪽에서 오른쪽의 일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추천한다. 청중이 가장 편하게 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방향이 오른쪽이고 하이브리드 슬라이드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한 슬라이드에 표시될 수 있는 ‘마디’의 최대 수는 3정도라 생각한다. 4개 이상이면 폰트의 크기가 12포인트 이하로 작아져야 하는데 그건 너무 복잡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최초에 선택할 수 있는 슬라이드의 레이아웃은 간단하게 아래의 셋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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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이 오른쪽으로 고정적일때 마디의 설계. 나의 강의 제안서는 슬라이드로 작성하면서 방향은 아래쪽일때가 있는데 이 땐 대부분 맨 왼쪽의 한 마디로 간단하게 구획을 설정한다. 1.테마 부분에 나온 교육제안서를 참고하라

 

세 마디는 챕터나 문서 전체를 요약할 때나 쓰일만한 레이아웃이다. 아래는 전형적인 세 마디로 구성된 슬라이드인데 각 마디엔 현상-전략방향-IT역할의 명칭이 붙어있고 블럭은 4-2-2형태로 아예 도형을 사용해 명확하게 구분지어 놓았다. 각 마디는 꽤 굵직한 사안들을 요약, 압축해 놓고 있다. 여기서 화살표는 인과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현상과 전략방향 사이의 굵은 화살표는 ‘때문에’를 의미하고 전략방향에서 IT역할로 가는 화살표들 역시 ‘때문에(Why)’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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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디 레이아웃. 주로 요약 슬라이드에 사용한다

 

두 마디로 구성된 레이아웃은 주로 현상-문제, 문제-원인, 원인-해결책 등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인과관계를 규정할 때 자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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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디 예제. 아래의 한 마디 예제와 비슷하지만 두 마디 사이엔 ‘그러나’라는 반론이 존재한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레이아웃이 한 마디 레이아웃이다. 아래 슬라이드는 언뜻보면 크게 좌우로 나뉘는 두 마디 레이아웃으로 보이지만 왼쪽은 보통 증거의 원형이 들어가고 오른쪽엔 그에 대한 부연설명이 따라붙는 형태로 두 블럭은 결국 하나를 설명하는 한 마디이다. 그러나 마디구분을 이해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레이아웃을 마디와 블럭으로 나눠 설명하는 것은 더 큰 구획과 그 안에 포함된 작은 구획의 개념으로 생각을 정립하기 바래서일뿐 청중이 빠르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면 굳이 문제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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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레이아웃. 아마 가장 자주 사용되는 레이아웃일 듯 하다. 한마디, 두 블럭으로 구성되며 보통 왼쪽엔 챠트나 그림, 오른쪽엔 그에 대한 해설이 등장하여 한마디를 구성한다.

 

‘한 슬라이드당 하나의 메시지만’가지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슬라이드도 한 마디 레이아웃이다. 가끔 두 개의 블럭(아래 오른쪽)을 가진 슬라이드도 등장하지만 기본적으론 마디와 블럭이 각 하나씩인 슬라이드이다. 이러한 슬라이드는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청중이 읽어야 할 ‘방향’이 존재하지 않지만 Drunkennomics와 같이 다른 방법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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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슬라이드, 하나, 두개의 블럭 – 두 개의 블럭일 경우 방향은 오른쪽이다

 

방향, 마디-블럭을 설계하기 위해선 ‘큰 그림’이 확보되어야 한다. 슬라이드의 경계를 무시하고 모든 마디, 블럭을 방향에 따라 이어붙여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아마 어느 챕터는 아래와 같이 구성될 것이다. 이 그림은 한 장짜리 논리전개도를 더 상세하게 그린 듯한 모습인데, 실제로 난 문서의 흐름설계를 노트에 아래와 같이 그려보고나서 맥락에 무리가 없는지 검토한 후 작성에 들어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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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도해하면 아래와 같이 방향, 마디, 블럭으로 단순화 시킬 수 있는데 마디의 갯수를 ‘맥락의 길이’라고 부르고, 각 블럭의 수를 ‘열거의 깊이’라 부른다. 맥락의 길이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문서는 복잡하며 이해하기 어렵게 변한다. 열거의 깊이가 깊을 수록 내용의 깊이도 떨어진다. 맥락은 대략 6단계이하, 열거는 5개 이하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개 이상의 열거항목은 Appendix로 가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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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웃은 한 마디로 정보의 패턴과 구획정리이다. 슬라이드가 화면에 뜬 순간 청중은 수 초내로 정보의 배치를 직관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청중이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좋은 레이아웃은 아니다. 슬라이드는 연속적인 것이므로 숲을 보며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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